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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pecial J Jan 08. 2017

#8 따이따이, 팔라완

현실을 벗어나 쉼을 얻을 수 있는 곳

 포트바튼을 떠나면 외딴섬을 떠나는 기분이 들었다. 떠날 때 주민들은 기사에게 이것저것 부탁했다. 돈을주며 "시내가서 쌀 한포대만 좀 사줘요" 혹은 "이 물건좀 가다가 이씨네 집에 갔다주쇼" 라고 하는 것 같았다. 이것은 외딴 곳인 포트바튼에서의 삶의 방식이었다. 여러 심부름을 받는 기사가 운전하는 지프니에 탄 나의 목적지는 따이따이 였다. 우선 로하스라는 곳으로 가서 그곳에서 다시 벤(필리핀의 고속버스 같은 것)을 갈아타야했다.


따이따이는 유명한 관광지는 아니다. 보통 엘리도를 갈 때 잠시 거쳐가는 것이 전부다. 그렇다고 따이따이의 특색이 없는 것은 아니다. 따이따이에는 1600년대 지어진 산타이사벨 요새가 있다. 스페인의 초기 식민지 때 군사기지로 사용된 것이라고 한다. 규모는 작지만 대포도 있고, 조그마한 성당 또한 남아 있다. 이 모든 것을 더 특별하게 보여지게 하는 것은 이것들이 이 요새가 오랜시간 그곳에서 버텨왔다는 점이다. 요새와 어울리게 피어난 열대색의 꽃들과, 조금씩 무너진 성벽들, 조금식 무뎌진 성벽조각들은 이 요새가 오래시간 그 자리에 있었음을 알려준다. 마치고 이곳에 있으면 타임랩스와 같은 시간여행을 떠나야 할 것 같다. 1600년대로...꽤 괜찮은 숙소도 있는데, 카사로사 이다.(로사네 집이라는 뜻이다.) 이곳엔 전망이 근사한 레스토랑도 있다. 이곳에서보는 산타이사벨 요새의 관경도 나 혼자보기에는 너무 멋지다.


전에도 그러하였듯이 이곳 여기 저기를 걸어보았다. 미드나잇 인 파리의 주인공들이 과거 시간들을 동경하듯이 나 또한 이곳의 과거를 동경하게 된다. 하지만 이제 다시 길을 떠나야 한다. 내가 향하는 곳은 따이따이 항구에서 배를 타고 40분에서 한시간 가량 가야하는 곳이다. 즉 푸에르또에서 4시간가량 벤을 타고 와서, 40분 동안 배를 타는 쉽지 않은 여정이다. 쉽지 않은 여정은 원래 그대로의 날 것을 의미하므로 내게는 가치있는 고생이다.

그렇게 도착한 곳에는 허름한 집, 쥐와 박쥐를 볼 수 있지만, 인적이 드물면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원 아이랜드 원 리조트의 섬이 있는 곳이다. 그곳에 가려면 배를 비싼 돈을 주고 렌트해야 하는데, 나는 혼자서 그 큰돈을 감당하느니 모험을 감행하기로 했다. 선박장에 가니 그곳에 가는 정기적인 배는 없었다. 그러면서 사람들이 막 떠나려는 배를 잡아준다. 이 배가 그곳 근처를 지나간다나. 배는 방카라 불리는 필리핀의 배지만 그 배보다 작다. 나는 외딴 이들과 함께 떠난다.


지나가는 나그네를 태워준 것도 고마운데, 먹을 것을 준다. 빵과 음료수도 준다. 이에 보답하기 위해 내가 가지고 있던 음식을 주섬주섬 꺼내지만, 이들이 내준 호의에 비하면 초라하게 느껴진다. 30분 남짓 배를 타고 가니 내가 가고자 하는 리조트가 나온다. 긴시간 태워준 고마움에 돈이라도 줘야 하나 싶어서 물어보니 무슨말이냐며 괜찮단다. 다시 한번 나의 낮이 드러나는 것 같아 더 초라하게 느껴진다.


그렇게 나름의 우여곡절로 도착한 리조트는 조그마한 섬의 한 부분이다. 섬 뒷쪽에는 마을이 있지만 리조트에서 마을을 가려면 걸어서는 힘들다. 즉 리조트는 어디로든 갈 수 없게 막힌 섬이다. 정착작에 내리면 해변가에 코티지가 2채 있다. 아기자기하게 꾸며진 계단을 걸어 언덕정상에 가면 필리핀 전통 느낌이 있는 나무식 목조건물로 지어진 집이 있다. 이는 오픈되어있는 거실 겸 식당  그리고 방2개와 2층에 직원들이 묶는 방이 있다. 내가 원래 예약했던 곳은 언덕위의 방이었지만 직원이 와서 내게 코티지로 업그레이드를 주겠다고 한다. 보니 방2개에는 이미 프랑스가족이 차지하고 있다. 어찌되었던 간에 더 비싼 코티지를 준다는 나로서는 감사하다. 그 프랑스이 가족의 구성은 특이했다. 큰 오빠과 그의 약혼녀(파리출신이라는 말답게 도시적으로 생긴), 필리핀에서 공부하고 있는 둘째오빠, 좀 시크한 느낌의 언니, 그리고 귀엽고 살가운 막내동생과 그녀의 남자친구가 이들의 가족 구성이었다. 참으로 특이한 구성이다! 형제, 자매, 그리고 그들의 이성친구와 함께하는 여행이라니!


도착하자 마자 이곳에서 나는 점심을 먹었다. 무인도 같은 곳에서 식당은 없으므로 이곳 리조트에서 정갈한 식사를 제공해준다. 특별히 맛있지는 않지만, 집밥 같은 맛이 있다. 여기 머무는 손님은 이곳 거실에 있는 기다란 테이블에서 밥을 함께 먹는다. 즉 프랑스 가족과 나 이렇게다. 엄첨난 곱슬을 자랑하는 막내동생이 살갑게 말을 건다. 그리고 재미있는 이야기들은 한다. 그리고 그녀가 쓰는 영어에 대해서 옆에서 놀린다. 네가 영어를 쓰다니! "근데 그거 알아? 내 남자 친구가 런던에 영어를 잠시 배운다고 다녀와서는 후에 자꾸 영어만 쓰는데 진짜 웃겼다니까!" 그리고 나는 거실에서 쉬면서 그들을 관찰하게 된다. 프랑스에서 가져온 잡지들을 보며, 심심할 때 밑에가서 수영을 하고, DVD를 본다. 무언가를 보면 관광해야하는 우리네의 여행과는 사뭇 다른 관경이다. 그리고 그들의 휴가를 보며 나도 휴식을 얻는다. 그들은 곧 떠났다. 엘니도로 향할 것이라 한다. 나는 이 리조트의 오직 한 손님이 되었다.


딱히 할 것이 없었다. 수영을 하다가 다시 코티지 앞의 의자에 앉아 바다를 바라본다. 그리고 다시 바다에 들어간다. 이런 할것 없는 휴식은 내가 꿈꾸던 것이었다. 하지만 어딘가 허전했다. 이 좋은 곳에서 나 혼자라는 것이 아까웠다. 저녁을 먹고 언덕위의 집에 가서 DVD 볼 것이 있는지 살펴보다 한국드라마를 찾았다. 다행히 자막이기에 혼자 한가로이 누워서 시청하다보니, 리조트 직원들이 둘러 앉아 보고 있다. 밤이 되고 이제 전기 발전기를 끌시간이 되었다고 리조트의 총 관리하는 언니가 외친다. 그러쟈 다른 직원이 또 외친다 "한편만 더 !" 그렇게 너그러운 총 관리인 언니의 지원에 따라 우리는 한편 더 시청하게 되었다. 잠잘 시간에 되어서 혼자 코티지에 가려니 쓸쓸하다. "나 오늘은 여기에 방에서 자면 안돼? 혼자 코티지이에 있는데 좀 무서워" 이런 황당한 경우도 없을 것이다. 사람들에게 얽혀 있는게 싫어서 이렇게 외딴 곳으로 왔는데, 다시 사람들 속이 그리워지는 꼴이라니... 역시 너구러운 총관리인 언니는 너그러히 허락 했준다. 


아침이 되었고 이제 그곳을 떠날 시간이 되었다. 얼마나 외딴 곳인지 핸드폰도 잘 터지지 않아 집의 가장자리에 모두의 핸드폰이 나란히 놓여져 있는 이곳에서 나는 진정한 쉼을 얻었다. 그리고 이곳이 다시 그리워 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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