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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pecial J Jul 31. 2016

#7 포트바튼, 팔라완

나홀로 여행객이 되어서

저번편에 이은 팔라완 여행기이다. 그 중에서 이번에는 포트바튼 (Port Barton) 이라는 곳이다. 이곳은 팔라완서 오래 살던 외국인이 소개해준 곳인데, 조용해서 내가 "보라카이 같은 곳"을 좋아하지 않는다면 좋을 거라고 했다. 나는 사실 보라카이도 매!우! 좋아한다. (매년 보라카이 티켓을 알아보지만 한번밖에 가보진 않았다) 하지만 그 사람의 말도 이해할 것 같아다. 나는 포트바튼도 매우 좋아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여행을 가게 된 계기는 시간이 나서였다. 크리스마스 휴가를 아깝게 보내고 싶지 않았다. 친구들의 집에 초대를 받아 25일을 보내기로 했지만 26일부터 12월 마지막날까지 떠나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필리핀에서의 거의 마지막 휴가였기에 어디론가 떠나고 싶었다. 필리핀에서 친한 몇몇 이들에게 콜을 했다. 슬프게도 그들과 나의 일정은 맞지 않았다. 나는 가까운 곳으로 여행(보다 모험에 가까운 경험)을 하기로 했다. 포트바튼이 그 첫번째였고, 두번째는 팔라완 따이따이의 어느 외딴섬이었다. 웃기게도 (엘니도 편에서 언급했듯이) 프랑스 사람들만 엄첨나게 많이 만났다. 따이따이에서는 프랑스 가족과 지냈는데 이도 좀 웃겼다. 우선 포트바튼으로 떠나보자.


주도인 푸에르또 (현지인들이 부르는 것 처럼)에서 포트바튼으로 가는 지프니를 타고 2시간 정도는 가야 포트바튼이 나온다. 가는 길은 한시간은 "음 지프니도 나쁘지 않네" 에서, 한시간이 지나면 비포장도로의 진흙탕길을 지나면서, "무슨 길이이래, 역시 유럽인들이 좋아하는 곳이란 이런 외.진. 곳" 이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몇몇 오토바이을 타고서 진흙탕에 빠진 이들을 보았다. 그들은 심각해보였지만, 지프니에 타고 있던 나를 포함한 사람들은, 쯧쯧 이런곳에 왜 오토바이를 이라는 표정으로 그 여행객들을 나무랐다. 그렇게 2시간의 모험(?) 끝에는 포트바튼이 나온다.


해변은 길지만 마을 자체는 작다. 해변 중심에 여행자 센터가 있는데, 나에게 도움은 하나도 되지 않았다. 그냥 스스로 숙소를 알아보려고 내가 신뢰하여 마지 않는 론니플래닛 추천 숙소로 갔더니, 문을 닫았는지 아무도 없다. 노숙자 같은 아저씨만이 마당 벤치에서 자고 있다. 외관상 이 곳이 제일 좋아 보였지만, 어쩔수 없지머 하며 다른 곳으로 같다. 그곳 게스트 하우스 이름은 '몽키'어쩌고 저쩌고 였는데, 방은 나쁘지 않았지만 해변가가 아니었다. 그리고 그 주인으로 보이는 서양인은 실제로 몽키를 애완동물처럼 키우고 있었다. 먼가 깨름찍 했다. 해변가에서 숙소를 찾아보니, 그린뷰라는 괜찬은 곳은 방이 다 찼단다. 아니, 해변에서 20명도 채 안되는 사람밖에 안보이는데, 숙소가 다 찼다니, 다른 곳도 보니 방이 없단다. 어느 곳에서는 자신의 방에서 나를 재워 주겠단다. 젊은 여자 20대 초반 이었는데,"아니 그럼 넌 어디서 잘껀데?" 하니, 옆에 남자친구 집에서 자면 된단다. 방을 못찾으면 자기 집에 다시 오란다. 고마웠지만, 미안해서 그럴 수 없었다. 결국에 해변가에 한 숙소를 찾았다. 뻔뻔하게 흥정까지 했다. 이 방 2인용이잖아요, 난 혼자 쓸껀데 조금만 깍아줘요. 난 푸에르또 주민이라고요. 쉽게 깍아준다. "어. 포트바튼 나쁘지 않은데?"


이렇게 내 여행은 시작됬다. 저녁먹는 식당도 찾기도 힘들다. 내가 가고 싶었던 식당에는 예약이 다찼고, 론니 플래닛에 나온 식당은 못찾겠다. 아마도 문을 닫은 것이 분명하다. 대체 론니플래닛 작가는 몇년도에 이곳에 온것인까? 그리고 제일 큰 문제는 식당이 몇개 없다. 나는 그냥 제일 전형적인 여행자를 위한 식당에 가서 먹기로 했다. 그곳에는 이런 팻말이 있다 "no child sex trdae"  머 이런 거였는데 정확히 생각이 안난다. 이건 한심하다는 생각에 앞서, 황당하다는 생각이 든다. 마닐라도 아니고, 세부도 아니고 이런 인구가 100명도 안되보이는 동네까지 와서...what? 저녁을 먹고 멋진 노을 봤다. 내가 포트바튼에 오고 싶은 이유가 노을 때문이었다. 서쪽을 바라보는 해변의 노을은 멋지다. 이날 구름이 끼어서 그렇게 선명하진 않았지만, 인상깊은 장면이었다.

(사진이 있다면 올리고 싶은데, 이 여행 때 무슨 바람인지 즉석카메라 하나만 들고 가서 사진도 제대로 안찍었다. 참고 위 사진은 푸에르또의 한 거리 사진이다.) 할일이 없어 동네를 산책하러 가니, 무섭다. 어떻게 해변가에 사람이 나 뿐인 것 같기도 하다. 필리핀에서 이런 한적한 동네를 산책한다는 것이 30분 뒤에 100마리의 개들이 나를 쫒아 올거리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을 알기에 나는 다시 숙소에 와서 가져온 책 (포트바튼 만큼 지루한 곳이 아니면 절때 읽을 일이 없는 책) 을 읽다가 잠들었다.


그 다음 날은 아일랜드 호핑을 하려고 했다. 다행히 친절한 가이드 친구를 만나서, 나와 귀여운 프랑스 소녀 둘과 투어을 하게 됬다. 한명은 마닐라서 인턴을 하고 있다고 했고, 한명은 북경에서 학교를 다닌다고 했다. 아일랜드 투어는 여타 다른 곳에서 하는 투어와 다르지 않았다. 다만 프랑스 소녀 둘이 수영을 잘해서 부럽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 북경소녀가 자기는 바다에서 수영하는게 처음이라나? 실제 바다에서 수영하는게 처음이지만 매우 잘했다. 황당할 정도로, 잠수를 해서 조개껍질까지 주워왔다. 자신의 보물이라나? 역시 귀여운 친구였다. 투어 때 특별히 기억나는 일은 없지만, 어는 섬의 해먹에서 낮잠을 잤던 것은 좋았다. 또 가이드가 가끔 황당한 유머를 했는데 이런식이다. "여러분 여권 가져 왔죠?" "네? 여권을 왜...?" "이곳은 German Island 입니다. 그렇다면 여권이 필요하겠죠? 하하하"  이런식의 농담을 계속 했다.(이 섬을 독일이 장기렌트 or 샀다고 했다.) 아일랜드 호핑을 마치니 오후였고 고맙다는 인사와 함께 헤어졌다. 그러고 또 저녁을 먹을 식당을 물색하다가 어제와는 다른 전형적인 여행자를 위한 식당에 갔다. 거기에는 아까 봤던 프랑스 소녀가 있었다. 가볍게 눈인사를 하고 보니, 누군가에게 엽서를 진지하게 적고 있다. 여행에서 엽서를 적는 귀여운 소녀들이다.


밥을 먹고 산책을 할까하다가 포기했다. 우리숙소 옆에 있는 '그린뷰'에는 해변가에 의자를 누워 쉴 수 있는 의자를 배치해놓았는데, 여기서 좀 있다 들어가야지 하고 좀 누워서 바다소리를 듣고 있었다. 장담컨데 이때 해변가는 나혼자였다. 갑자기 인기척이 들리더니 누가 온다. 그리고 자신이 그 옆에 앉는다. "너 여기서 쉬고 있니?"

"응, 난 쉬는데 너는?" 자신은 그린뷰 직원이란다. "나 그린뷰에서 묵고 싶었어, 그런데 왜?! 너희 리조트(?)는 인기가 많아서 나 결국은 다른데 묵잖아?" 그린뷰는 인기가 많은 곳이라고 한다. 여행하면서 보통 호텔이름 잘 기억하지 못하는데, 이곳을 기억하는 이유는 이 대화 때문인 것 같다. 그리고 그는 호텔 예약이 이런 크리스마스 성수기는 항상 다찬다고 한다. 아마 포트바튼에서 제일 인기많은 숙소일 것이다.


그러게 계속 이야기를 하다가 그의 여자친구 애기를 듣게 됬다. 정확히 전 여자친구이다. 자신의 여자친구가 있었는데 여자친구가 아이가 생겼단다. 그런데 자신은 결혼할 수 없었단다. 이유는 생각나지 않는데, 결론은 헤어졌다. 잘은 모르겠지만 여자친구는 아이를 낳았을 것이다. 자신이 죄책감을 가지고 있다 어쩌고 저쩌고 애기를 했다. 필리핀에서 미혼모를 많이 보게 된다. 첫째 이유는 성에 대한 지식이 없어서일 것이다. 이는 카톨릭 국가의 분위기가 그렇다. 우리나라에서 1년에 한번씩 정도 하는 성교육이 없는 나라가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 (이와 관련하여서는 RH bill 이라는 법안 통과함에 후에 성교육이 시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이에 반대하는 이들도 많았다) 그에 비슷한 이유로 낙태는 금지 되어있다. 나는 내가 만났던 미혼모들이 떠올랐다. 내가 만났던 이들 중에는 일을하러 간다며 안온사람도 있고, 외국인도 있다. 갑자기 기분이 안 좋아 져서 나는 이제 피곤하니 들어봐가야 겠다고 했다. 인사치례로 다음에 보자는 말도 안했다. (하지만 다음엔 꼭 그린뷰에 묵고싶다.)


숙소로 가며, 내가 왜 그 놈과 왜 애기를 시작했지? 생각해보니, 아 내가 남의 장사터에 갔었구나, 생각했다. 그렇게 포트바튼의 이틀이 끝나고 있었다. 다시 숙소로 와서 그 지겨운 책을 읽었다. 이런 곳에 있으니 사람이 그리워 졌다. 내가 왜 이곳에 와있는가 고민도 했다. 이곳에 홀로온 여행자는 없어보였다. 가족과 혹은 연인과 함께였다. 하지만 거의 마지막 필리핀에서의 휴가가 아닌가?(사실 이것이 마지막일 줄 알았는데, 다른 곳에도 가게 되었다.) 내일 일정을 정리했다. 내일은 포트바튼을 떠나서 따이따이의 한 섬으로 갈 것이다. 그곳은 이곳보다 더 지독히 외로운 곳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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