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이라는 말의 무게

나답게 사는 것

by 지수

나는 오래도록 평범하게 살고 싶었다. 특별함도, 극적인 성공도 바라지 않고 그저 남들처럼 무난하게 살아가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서른을 느지막이 넘긴 지금, 나는 아주 천천히, 그러나 뼈저리게 깨닫는다. 평범하게 사는 것이야말로 가장 어려운 일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최근 친구가 노원에 집을 샀다. 너무나 축하할 일이었지만, 한편으로는 마치 나만 뒤처진 것 같은 기분이 스며들었다. 하나 둘 결혼을 하는 친구들 사이에서 받는 청첩장은 축하의 마음보다 슬슬 조급함으로 바뀌었다. 영원한 반려를 만나 결혼을 한다는 것이 어느새 숙제처럼 느껴졌다. 행복을 위해 시작해야 하는 많은 것들이 남들은 너무 쉽게 해내는 것처럼 보여 더욱 마음이 무거웠다.


남들처럼 돈을 모으고, 재테크를 하고, 30대에는 대출을 받아 내 집 하나 마련하고, 사회가 정해놓은 나이에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 키우고, 직장에서는 때마다 능력을 인정받아 승진까지 하는 삶. 모두가 말하는 그 ‘평범한 인생의 루트’가 사실은 누군가에게는 잔인할 만큼 어렵고, 때로는 아득하게 먼 길이라는 것을 이제야 깨닫는다. 평범하게 살고 싶은 마음이 잘못된 것도 아닌데, 평범의 기준이 너무 높아서 자꾸만 뒤처진 기분이 든다. 모두가 당연하게 건너간 다리를 나는 왜 이렇게 숨을 헐떡이며 건너야 하는지, 왜 이렇게 힘에 부치는지, 왜 나만 벅찬지 스스로에게 계속 묻게 된다. 왜 평범하다는 것들이 이토록 멀게만 느껴지는지. 평범해 보이는 모든 것들이 요즘 따라 유난히 어렵다.


그래서 문득 생각했다.

그렇다면 나도 남들처럼 되기 위해, 그 ‘평범’이라는 기준에 닿기 위해 계속 발버둥 쳐야 하는 걸까? 아니다. 정말로, 아니다.


남들이 정한 ‘평범’이 아니라 내가 생각하는 나다운 삶이 나의 기준이 되어야 한다. 누군가의 속도에 맞추기 위해 나를 잃어버리는 삶은 결코 평범하지도, 행복하지도 않다. 나는 조금 늦어도 좋고, 다르게 가도 괜찮고,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선택해도 아무 문제가 없다. 남들처럼이 아니라 나다운 삶. 그게 결국 내가 오래도록 붙잡아야 할 유일한 평범이다. 그리고 나는 지금, 아주 조금씩 그 평범을 배워가는 중이다. 남들의 삶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내 삶을 나답게 살아내는 법을.


그렇다면 나답게 사는 것은 무엇일까. 남이 정한 무난함에 나를 끼워 맞추는 삶이 아니라면, 나는 어떤 모습으로 살아야 하는 걸까. 생각해 보면 나답게 산다는 건 거창한 목표를 세우거나 남들보다 특별한 사람이 되는 것을 뜻하지 않는다. 오히려 아주 사소한 질문에서부터 시작된다.


“내가 진짜 좋아하는 건 무엇일까?”

“나는 무엇을 할 때 가장 편안하고, 가장 나답다고 느낄까?”


나답게 사는 인생은 누군가의 기준을 좇는 삶이 아니라,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하나씩 찾아가는 여정에 가깝다. 누가 뭐라 해도 내가 편안한 선택, 남들이 이해하지 못해도 내가 기뻐지는 일, 잠시 멈춰 서 있어도 괜찮다고 말해줄 수 있는 나만의 속도. 그 모든 것들이 모여 결국 ‘나다운 삶’이 된다. 남들이 살아가는, 남들의 기준인 평범함을 좇던 마음을 잠시 내려놓고, 이제는 내가 어떤 사람인지, 무엇을 사랑하는지 하나씩 발견해 가는 것. 어쩌면 그 과정 자체가 이미 나답게 사는 인생의 첫걸음인지도 모른다.


정말 어렵지만 나는 나답게 사는 것을 목표로 나아가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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