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대를 살아가는 법
최근 내가 들었던 가장 충격적인 말은 그거다. ‘게으르면 가난해진다. 너의 집이 가난하지 않더라도, 게으른 너 때문에 망하게 될 것이다.’ 가난을 탈피했다는 그 사람이 말하는 매우 잔인무도했던 그 확신은 내 머릿속에 박혀 사라질 줄 몰랐다. 원화가치는 계속 하락하고, 제2의 IMF가 도래한 절망적인 현실. 나는 늘 미래에 대한 걱정뿐이다. 쥐어짜듯 낸 세금, 연금이 고작 환율방어에 쓰이는 불쏘시개가 된 지금. 내 연봉은 올라도 오른 것이 아니다. 알 수 없는 방향으로 넘실대는 이 거대한 파도 속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과연 무엇이 있는지 생각해 본다.
나는 지금 내가 통제할 수 없는 거대한 흐름 앞에 놓인 기분이다. 이 시대의 파도 앞에서 던져야 할 본질적인 질문들. ‘그래서 어떻게 살아남을 건데? 네 꿈은 뭔데? 아니, 네 꿈이 작가가 되는 거라면 그걸로 먹고살 수는 있니?’ 무력감 앞에서 어떻게 이 두꺼운 알을 깨고 나가야 할지. 그것이 나의 최대 고민이자 최소한의 질문들이다. 요즘은 매일 글을 쓰면서도, 정작 이 행위가 맞는 것인지 매 순간 의문이 둥둥 떠다닌다.
게을러지지 않도록 나는 매일 키보드를 두드린다. 소설을 쓰기도 했다가 수필을 쓰기도 했다가, 시대를 관통하는 글을 쓰고 싶어 하기도 했다가 중구난방의 남겨진 글들을 쓰다 지우기를 반복한다. 저장하고 삭제하는 무한 굴레 속에 멈춰서 있다. 그 사람이 말하는 게으름이란 경제적 부를 이루려고 노력하지 않은 나태함을 말하는 건가. 아니면 자기 삶에 대해 고민하지 않는 태도를 말하는 것일까. 짧게는 한 문장, 길게는 여러 페이지를 서술하면서도 나는 내가 게으른 사람이 아닌지 나 자신에게 물어본다. 경제적 가치로 환산하면 0원에 수렴하는 나의 이 노력들은 값어치가 있는지 자문하게 된다.
꿈을 갖는 게 이 시대에는 정말 가성비가 떨어지는 기분이다. 노력과 시간이라는 투자대비 경제적 산출이 어려운 것에 매달리는 것만큼 참 미련한 것은 없다고 본다. 근데 그것이 나를 행복하게 해주는 유일한 가치라면 또 명백한 적자는 아닐 셈이다. 남들은 재테크 강의를 듣고, 주식 차트를 보고, 몸값을 올리기 위해 자격증을 딸 때, 나는 워드 속 깜빡이는 커서와 싸우며 한 푼의 가치도 증명되지 않은 나만의 문장을 남겨본다. 어쩌면 세상에 단 한 줄도 도움이 되지도 않을 수 있는 그냥 나만의 생각을.
알을 깨고 나가는 건 '성공'이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본다. 사실 등단을 너무 하고 싶고, 내 이름 석자 옆에 '작가'라는 타이틀을 붙이고 싶기도 하다. 하지만 남들이 인정해주지 않는다고 해서 내가 글쟁이가 아닌 건 아니니깐. 그래서 '이 짓을 매일 반복해도 되는 건가.'라는 생각이 들 때면 나는 번뇌하다가도 기어이 키보드를 두들긴다. 한 단어, 한 문장이 쓰이는 이 지독한 비효율적인 것을 포기하지 않는 것. 이 시대가 원하지 않는 것이라도 그게 내가 원한다면 답이지 않을까 한다. 가성비가 떨어지는 작가라는 내 꿈은 미세먼지 가득한 현실 속 유일하게 숨 쉬게 할 수 있는 산소호흡기와 같은 것이다.
창작하는 것을 꿈꾸는 나와 같은 사람들이 이런 세상에서 내 소중한 문장을 잃지 않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물론 경제적 부를 이루지도, 당장 명예롭지도 않을 테지만. 적어도 내 가슴속에서는 뜨겁게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다. 경제적 가치 0원인 이 문장들이 어쩌면 내일의 내가 무너지지 않게 할 진정 노력이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오늘을 살아가게 하는 나의 원동력. 게을러지지 않을 미련함 같은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