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이가 불현듯 안부를 물어왔습니다.
"잘 지내니?"
그 질문에 저는 잘 지내고 있는 게 맞는지 문득 생각이 들더라고요. 물론 완전하지는 않게 지내고 있는 듯합니다. 그래도 고대했던 일들을 하나씩 해내며 지내고 있습니다. 하루에 한 글자라도 글을 쓰자는 제 다짐은 매 순간 지켜지고 있어요.
요즘은 수필보다는 소설을 많이 쓰고 있네요. 공모전에 낼 몇 편의 자전적 소설들을 쓰고, 그것을 계속 수정하는 작업에 몰두하고 있습니다. 소설을 쓰면서 생각하는 건데, 내 사랑이 글감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너무 낭만적인 것 같아요. 역시 글은 자신의 경험으로부터 올 때 아름다운 것 같습니다.
누군가에게 내 지난날의 과거를 보여준다는 게 조금은 부끄럽지만, 그래도 어떠한 감흥이라도 줄 수 있다면 저는 그걸로 너무 족합니다. 그렇게 한 편의, 두 편의 소설이나 수필들이 완성되면 그게 제 자산이라는 생각에 그렇게 뿌듯할 수가 없어요. 제 역사를 남기는 작업에 요즘 몰두하고 있습니다.
전 제 스스로와의 약속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데, 레미제라블 읽기는 다행히 별 탈 없이 3권을 지나가고 있네요. 올 상반기에는 레미제라블 1-5권을 완독 하는 게 제 목표거든요. 저는 그 책을 읽으면서 장발장이라는 사람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게 됐어요. 꼬마의 2프랑을 못 줍게 신발로 밟는 그의 순수악적인 모습에 잠깐 분노하기도 했고, 크게 관심도 없었던 프랑스혁명이나 워털루 전쟁에 대한 일대기를 어쩌다 보니 자연스럽게 알게 되었고요. 인간의 추악한 내면이라던지, 사회적 분위기에 따라서 변해가는 인간군상에 대해 제대로 그린 것 같았어요. 레미제라블을 읽으며 빅토르 위고는 진짜 특이한 작가 같다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덕분에 고전이 왜 고전으로서의 가치가 있는지 알게 되는 것 같아요.
특별히 내 삶에 큰 변화는 없습니다. 아직도 아침에는 미라클 모닝을 하려고 저장해 놓은 몇 개의 알람들을 끄고 다시 이불을 뒤집어써요. 그러다 이제는 결코 늦어선 안 될 그 시간, 7시 10분이 되면 무거운 몸을 일으켜 화장실에 가고, 출근 준비를 하고, 2호선에서는 가끔씩 독서를 하며 그렇게 하루를 시작하죠.
저는 늘 똑같습니다. 가끔씩 밀려오는 미팅과 쏟아지는 업무를 제 성격대로 처리하려고 애쓰다 보면 어느새 금방 6시가 되더라고요. 퇴근 후 집에 들어가면 운동이나 집필, 독서, 혹은 일기를 쓰며 그렇게 하루를 마무리합니다. 특별히 정신적으로 힘든 게 없으니, 이 정도면 잘 지낸다고 봐도 무관할까요? 저는 그런 것 같습니다.
내가 진정 잘 지내는지에 대한 평가는 어떻게 내려야 할지 고민해 봅니다. 감정의 평균치가 어떤지, 무기력하고 불안한지, 아니면 그저 무난한 나날들을 보내고 있는지에 대해 평가되어야 할까요? 아니면 성취감을 이루는 어떤 도전적인 일들을 해내야 비로소 잘 지내는 걸까요? 저는 어떤 게 과연 잘 지내고 있는 건지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적어도 내 삶에 부정적인 단어가 그다지 떠오르지 않으니 잘 지내고 있는 게 맞는 것 같습니다.
가끔 뭔가 무료하다는 생각이 들거나, 어떤 선택에 대한 아쉬움이라는 감정이 느껴질 때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는' 정도로 그렇게 가벼운 마음으로 살아가려고 해요. 제가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을 자주 하는 편인데, 그게 제 정신건강에 별 도움이 되지 않음을 잘 알고 있거든요.
어떤 이들에게는 흔하게 묻는 안부 인사일 텐데 뭣하러 이렇게까지 고심을 하냐고 물어본다면, 그냥 문득 궁금해서요. 바쁘디 바쁜 현대 사회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는, 정작 자기 자신에게 잘 지내고 있는지 물어보는 걸 참 안 하는 것 같거든요.
사람은 혼자 살 수 없는 사회적 동물이라 회사에서의 위치나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도 물론 중요하고, 자기 자신이 스스로 느끼는 성취감이나 행복, 경제적인 위치 같은 것들도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더 무언가를 이루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죠.
하지만 그 행복해지기 위한 노력이 항상 좋은 결말로만 이어지는 건 아니니, 우리의 삶은 참 알다가도 모를 것 같아요. 누군가는 끝을 향해 달려가는 길에 넘어져 크게 아플 수도 있고, 막상 도착해보니 원하는 방향이 아닐 수도 있잖아요? 긍정적으로 살아가려고 노력하는 저에게도 마냥 괜찮은 순간들만 있지는 않습니다. 그저 하루하루를 무사히 잘 버텨냈으면 하는 그런 마음이 들기도 해요.
결론은 무탈하게 지내고 있다는 것입니다. 감정적으로도 방향적으로도 저는 제 삶을 어떻게 운영하고 있는지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잘 지낸다고 기꺼이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물론 글이 매일매일 잘 써지는 것은 아닙니다. 어떻게 마무리를 해야 할지, 다음 작품은 또 어떻게 써야 할지 제 머릿속에는 늘 물음표가 떠다니고 있거든요. 하지만 이렇게 조각글이라도 쓸 수 있음에 매우 감사합니다.
사람들에게 사랑을 주고 또 배우면서, 내가 좋아하는 일들을 하나씩 해내며 잘 지내고 있습니다. 타인의 무운을 빌어주는 것까지 열심히 하려고 하는 제 모습을 보면, 그 사람에게 저는 정말 잘 지낸다고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할 수 있을 것 같네요.
내게 잘 지내냐는 질문을 해준 그 사람에게 고맙습니다. 생각해 보면 이토록 짧은 물음에 긴 답변을 고심하게 하는 그 질문이 참 감사하네요. 덕분에 지금 현재 내 삶이 어떤지 잠시나마 성찰할 시간을 가질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비록 삶의 모든 노력이 매번 해피엔딩으로 이어지지는 않겠지만, 제가 저만의 삶을 운영하고 있다는 이 감각만은 결코 잃지 않으려 해요. 저는 오늘도 내 삶의 문장들을 사랑하며, 무탈하게, 그리고 아주 잘 지내고 있습니다.
사설로 말을 덧붙이자면, 잘 지내니라고 물은 분은 제 X가 아닙니다. 순수 안부였을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