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13.

거짓도 사랑할 수 있는가

by Sabina

단편 1부를 마감합니다. 마지막이 아닙니다. 그 이유를 곧 풀어갑니다.



우리는 란콰이펑 비스데카에서 스테이크를 먹었다. 그는 습도는 내려갔지만 여전히 땀이 나는 늦여름에 홍콩에 온 것을 끊임없이 불평했다. 스테이크를 씹고 있는 입에서 오물이 튀어 나오자 그제서야 오물거리는 입을 멈추고 불평까지 쉬어갔다.



'오늘은 이야기 해야겠어.'



주말의 란콰이펑은 사람이 들끓었다. 엄마가 그리운 나는 사람이 많은 그 곳에서 그를 붙잡고 말했다.


-좀, 걷자...


빛 바랜 홍콩의 골목은 BTS 음악으로 색채가 더해졌다. 홍콩에 울려 퍼지는 청년들의 Dynamite가 하필이면 Holiday Remix 버전이라서 검은 골목길 마다 폭죽이 터지고 한국을 사랑하는 BTS 아미들은 춤을 추었다.







%EC%BA%A1%EC%B2%98.PNG?type=w1600



-1997로 가자, 거기 가면 독한 술을 먹을 수 가 있어. 홍콩에 오면 1997 클럽에 가야 하지.


그는 란콰이펑 골목 끝에 위치한 클럽에서 독한 술을 마시며 죽었어야 하는 아버지를 투사하고, 죽어선 안되는 엄마를 그리워했다.


'나는...? 이제 말해야겠어...'


-엄마에게 가자. 엄마가 보고싶어.

-그래, 가야지. 내일 가자.


무채색 침구가 무채색 가구와 뒤엉켜 있던 그의 집은 팔리지 않은 채 비어있다. 엄마가 없는 곳에서 살 수 없다며 오열했던 그는 하얀 벽지와 주황빛 조명이 드리운 빳빳한 린넨 침대 위, 나의 집에 태오와 함께 들어 왔다. 따뜻한 나의 공간에서 지적 욕구가 강한 그가 성적 탐닉조차 책에서 배운대로 어쩌면 연두색 형광펜으로 밑줄을 그었을 그 자세를 요구하고 거친 숨소리를 토해 낼 때 그는 물었고 나는 대답했다

"좋아?"

"좋아...."


끈적한 습도를 제거하기 위해 그는 루틴처럼 한 시간을 씻고 있다. 그를 기다리는 동안 나의 기억이 부풀어 올랐다. 다행이 홍콩 호텔의 침구가 코튼 렛이다.

'오늘은 말해야겠어...'


그를 처음 만났을 때 나는 안경 뒤에 숨어 있는 그의 눈매가 지적이라고 생각했다. 하얀 손가락이 빛나보이는 이유가 도서관 큰 창가에서 쏟아져 들어오는 햇살 때문인지 나는 그때 그의 하얀 손가락 사이에 꽂혀있는 연두색 형광펜이 사랑스러웠다.


맨드라미가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도서관 구석에서 서서 걷는 법보다, 읽고 말하는 법보다 사랑하는 방법을 배우고 싶었던 나의 열망이 내 눈 가득 담겨있어서 어김없이 남자가 주는 단순한 질문에도 나는 흔들렸다.


기억이 부풀어 오른다.


맨드라미가 병풍처럼 가득한 병풍도에서 그는 나를 탐닉했고, 나는 그의 고양이 태오에게 나의 민낯을 다 들켰다. 몸을 주고, 돈을 주고, 차를 주고...아...나는 무엇을 얻었나.


두 번의 이혼이 아무 것도 아니라고 말했다. 아버지를 사랑한 엄마의 순종이 매끈히 잘 조율된 바이올린 소리를 냈다. 그렇게 나의 가정은 문제가 없었는데, 나는 두 번 이혼했고 여전히 남자를 잘 몰랐다. 그저 남자가 조율하는 대로 만들어지는 소리만 낼 뿐이었다.


이제는 주황빛 조명에 흔들리는 침대 위에서 하얀 린넨 침구가 세제를 잔뜩 머금은 더 하얀 빛깔이기를 바랬다. 하얀 색이 싫은데 하얀색을 원하고 강박 처럼 그의 속옷을 빨고 빨았다.

검은 밤, 뿌연 조명이 더 흐려보이고 간간히 바람에 부딪히는 나뭇잎 소리가 서걱거리면, 나는 유미를 찾았다.

-유미야, 꿈 속 장면이 바뀌지 않아. 그가 나오고 그의 엄마가 나오고, 긴 드레스가 슈프레강 교각 밑에 있는 검은 파도로 바뀌곤 해...

-내가 그럴 줄 알았다. 넌 미쳐가는 거야. 이제는 말해야 해. 사랑하지 않는다고. 말해야 해!

-유미야, 그는 이제 돈을 벌지 않아. 이제는 커피 이야기도 와인 이야기도 밑줄이 가득한 책 이야기도 하지 않아. 그는 나를 탐해. 더 무서운 것은 내 방 침대 아래에 태오가 있는 거야.

-내가 그럴 줄 알았다. 말했어야 했어. 헤어졌어야 했다고. 넌 미쳐가는 거야....


그는 한 시간이나 씻었다. 다행히 호텔 침구가 코튼 렛이라서 나는 나른한데, 그래서 부풀어 오르는 기억 속으로 숨어 들어갔는데 그는 나를 탐했다.


'이제는 말해야겠어...'

-나, 임신했어.




-유미야 기억이 안나...호텔 창 밖으로 BTS 노래를 부르는 사람들이 가득...가득해...내 귀에 선명해.



"Cos ah ah I'm in the stars tonight Shoes on get up in the morn Cup of milk let's rock and roll King Kong kick the drum rolling on like a rolling stone Sing song when I'm walking home Jump up to the top LeBron Ding dong call me on my phone Ice tea and a game of ping pong "



-유미야...기억이 안나...그는 어디에 있을까, 유미야...




" 정 유미씨! 정 유미씨! 약 드셔야 해요."


나의 남자들은 거짓을 말했어.


기억이 부풀어 오른다.


"정 유미 환자!"


내 귀에서 BTS가 사라졌다.


-유미야, 거짓도 사랑할 수 있을까.



가스라이팅은 타인의 심리나 상황을 교묘하게 조작해 그 사람이 스스로를 의심하게 만듦으로써 타인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하는 행위로, <가스등(Gas Light)>(1938)이란 연극에서 유래한 용어입니다. 마음이 유약한 여성들이 해야 할 말을 못하고 장기간 한 남자에게 집중적으로 세뇌를 당하면 내면의 목소리와 대화하는 것이 증상으로 표출됩니다.


소설에서 주인공 여자 이름을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유미가 그녀이기 때문입니다.


단편 1부가 끝났습니다.


소설을 쓰면서 우리가 이렇게 가면을 쓰고 제대로 소통하지 못한채 살아가고 있지는 않은지 먹먹하고 답답했습니다.


단편 1부를 e북으로 내려고 합니다.

퇴고를 거친 e북에서 숨은 비밀을 쓰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001.png






이전 12화소설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