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명 핸들 봉이라고 한다.
일반인이 사용하면 잘못된 핸들러로 위험할 수 있는 일명 돌돌이, 핸들 봉이 장애인에게는 필수 아이템이다.
볼 그립은 스티어링 휠의 한쪽에 설치한 채로 운전을 하기 때문에 운전자세가 비뚤어지게 됩니다. 고속주행 시에는 중심을 제대로 잡지 못하는 건 물론이고 눈길이나 빗길 및 장애물을 만났을 때처럼 갑작스러운 방향 전환이 필요할 때 차를 제대로 제어하는 능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교통안전공단에서는 볼 그립을 [위험물]로 분류하는 제품입니다. 일반인들의 차에는 볼 그립 설치를 지양합니다.-네이버 포스트<<오토 커넥트>>
젠장,
다리가 불편한 경우에는 '핸드 컨트롤러'를 이용해서 브레이크와 엑셀레이터를 손으로 조작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네이버 포스트<<오토 커넥트>>
오토바이 무면허 민호는 내 차에 타면 신기하다고 했다.
-선생님! 이거 오토바이랑 똑같은데요
핸드 컨트롤러를 만져보면서 말했다.
-선생님 누르면 브레이크, 당기면 엑셀? 똑같은데요!
시동이 걸려있어서 아주 위험했다. 반복적으로 눌러보는 민호는 무면허다.
젠장,
장애인에게 필수 도구인 볼 그립이 일반인에게 위험 도구라고 명명되는 기사를 보고 머리로는 이해했다.
순간, 씁쓸한 미소가 잠시 입가에 머물다 갔다.
내 차에 타는 어른들은 다리가 불편한 사람이 운전하는 모습을 대놓고 보지 못 했다. 궁금했으나 물어보지 않는.
아이들은 다르다.
-선생님! 어떻게 운전해요?
설명해 준다.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서 아주 신나게 설명해준다.
그러나 민호는 달랐다.
반항을 쾌감으로 표현한다고 음주운전에 오토바이를 훔쳐서 몰았던 학생, 민호의 마음을 잡기 위해 상담을 해 주는 은밀한 공간 차 안에서 민호는 잿밥에 관심이 더 많았다.
-선생님! 운전 잘하시네요. 저도 해보면 안 돼요?
-당연히 안 되지 이놈아!
손으로 운전하는 핸드 컨트롤러는 정상인 페달에 연결되어 있어서 발로도 운전할 수 있다. 그런데도 민호는 발 페달이 아닌 손 페달을 눌러본다. 그 녀석이 핸드 컨트롤러를 눌렀다 뗄 때마다 엔진이 가열되는 느낌이다.
다리 역할을 해주고 있는 내가 아끼는 차 안, 그곳에서 상담을 해 주는 선생님의 마음이 급속도로 식어가고 있었다.
왼 손으로는 핸드 컨트롤러를 잡고 오른손으로는 볼 그립을 잡는다. 좌회전 우회전, 그리고 유턴을 할 때마다 몸의 기울기가 일반인과는 다르다. 볼 그립을 놓치면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죽기 살기로 운전한다는 것이다. 시간이 흐르니 신호 지키고 제한 속도 지키는 동네 구경 가는 운전이 답답했다. 장애인 카 레이서를 꿈꾸고 독일의 자동차 전용도로 아우토반을 검색하는 모험을 즐기는 에니어그램 7번 유형이... 나다.
걷는 것보다 빠르고, 갈 곳을 제약하지 않아서 몰았던 차가 보조도구 그 이상으로 자리매김한 계기가 있다.
아이들과 상담을 하고 아이들과 여행을 가고 그 아이들의 눈물과 웃음이 머물다 간 공간이 조수석이며 뒷자리이며 심지어 트렁크인데. 기아 소렌O를 몰 때 그 날은 먹구름처럼 우울하다고 상담하는 학생들이 몰려왔다. 10명의 학생들을 말 그대로 차에 욱여놓고 해안도로를 달리면서 소리쳤다.
-소리 질러!
아이들이 화답한다.
-꺄!
차는 더 뜨겁게 화답한다.
부릉! 부릉!
썬 루프에 고개를 빼고 욕하는 아이, 가장 큰 볼륨에 맞게 소찬휘의 tears를 부르는 뒷자리 아이들, 트렁크에 다리 맞물리고 앉아도 히죽히죽 기분 좋다고 맞장구치는 아이들.
그 아이들이 말했다.
-선생님, 운전 짱!
아이들이 뜨거워지고 있었다. 엔진이 과열되는 느낌이다. 아이들 소리에 과속으로 뜨거워지는 차 소리가 묻혀가고 있었다.
-선생님, 기분이 풀려요!
-선생님, 다음에도 드라이브해요.
드라이브가 아니라 목숨 걸고 아우토반 달리는 카레이서였는데, 아이들을 위로한다고 준비한 이벤트에서 나는 왜 눈물이 났을까.
-선생님 더 밟아요, 더 더!
아이들이 시키는 대로 과속으로 손 페달을 밟으면서 오른손으로 잡고 있는 볼 그립에 땀이 흥건히 차서 자꾸 미끄러질 때, 느꼈다.
나는 목숨 걸고 운전하고 있구나...
차는 나의 다리였고, 아이들의 놀이터였고, 은밀한 상담실이었다.
이제
나는 내려놓았다.
가르치는 일을.
나는 내려놓았다.
과거 그림자에 얽매이는 삶을.
나는 내려놓았다.
머리 주위에 무리 지어 모여드는 선택들의 합류지점을.
마음의 내면위원회가 사라졌다.
옳아 보이는 이유도, 틀려 보이는 이유도 사라졌다.
나의 볼 그립에는 더 이상 땀이 차지 않는다.
노란 신호등에 불이 들어왔다.
천천히 하얀 실선에 맞추기 위해 차의 속도를 줄인다.
여유로운 날은 차를 세워 하늘을 보고 음악을 듣는다.
소찬휘가 사라진 공간에는 부드러운 음악이 흐른다.
다시 볼 그립을 잡고 목적지를 향해 손 페달을 밟는다.
앞으로 나가는 걸 가로막는 불안을 내려놓고 완벽하게 살기 위한 계획을 내려놓은 나의 은밀한 차는
콧노래만 가득하다.
그런데
내 차 옆에서 엔진이 과열된 심장소리가 들린다.
부릉! 부릉!
가슴이 뜨거워진다.
그의 손이 핸드 컨트롤러를 잡고 있다.
멋있다.
나는 내려놓았을까?
운전을 잘하는 남자가 운전하는 조수석에 타고 싶고,
엔진 소리 터질 듯 한 거친 바이크 뒤에 앉고 싶은데.
나는 아직 뜨거운 소리를 내려놓지 못했나 보다.
콧노래를 부르는 조용한 차에서 소찬휘가 다시 화답한다.
나의 작은 애마가 힘겹게 대답한다.
부릉 부르릉...
다시 볼 그립에 땀이 차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