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의 사물

닭 가슴살.

by Sabina

일러두기,


집 없는 설움, 한 번에 해소하듯 한 동네에서 아파트만 여섯 번 이사했어요.

이사할 때, 남편은 PC방에 있거나 기원에서 바둑을 두었지요.

이사하는 날, 인공관절 수술을 한 엄마가 제 옆에 있었고,

여섯 살 아들이 제 옆에 있었어요.

사물이 말을 걸어오다, 오늘은 아들의 사물입니다.

음... 오늘 글은

아들이 안 봤으면 좋겠어요...



가수 정승환이 제자라고 하면 사람들은 믿지 않는다.

그놈도 내가 스승이라고 생각하지 않을 수 있다. 그렇게 먼 기억 정승환이 머물다 갔고, 많은 아이들이 머물다 간 꽤 유명한 공부방 선생님으로, 부의 확장을 아파트의 크기에 견주어 생각했는지 나는 한 동네에서 사각기둥 똑같은 아파트를 여섯 번이나 바꿔치웠다.


포장이사 전문 아저씨들이 이사를 해준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인테리어 바꿔가며 카페 같은 공부방으로 바꾸는 나의 공간이 예뻐질 때, 나의 아들은 덜 성장한 작은 손 목에 검정 봉투 걸어가며 엄마가 적어 준 품목들을 종종걸음으로 사다 주었다.

-철물점 가서 목장갑!

-슈퍼 가서 생수, 비닐봉지, 떨어진 세제...


카페같이 예쁘면 뭐하리, 구석진 작은 방에서 공부방 선생님 아들로 모범생으로 이목을 끌며 타의 추종을 받아야 했다.

-학교 다녀왔습니다.

-그래, 고생했다. 밥 시켜줄게.

아이들이 지켜보는 곳에서 시켜주는 밥 빠르게 먹으면 다시 학원으로, 배고프면 다시 집으로 와서 눈치를 본다.

엄마의 하루가 경쾌했는지 힘들었는지, 아들은 밥을 먹다가 힐끔힐끔 엄마를 쳐다보았다.


아들이 스무 살, 군대 가기 전에 말해서야 알았다.

-엄마 나는, 엄마가 웃으면서 인사를 받아줘도 엄마의 미간을 보고 알았어요

오늘은 기분이 좋구나, 오늘은 화가 났구나... 다 알았어요


심리학을 배우고 알았다. 나의 행동이 이중 메시지라는 것을.

괜찮지 않은데 괜찮다고 말하고, 입가는 미소를 머금고 있지만 미간의 주름은 이미 두 줄이어서 [수고했다. 괜찮아. 사랑해]라는 단어가 따뜻한 온기를 품지 못했다는 것을.

아들의 마음이 단단해지고 엄마와 더 서먹해질 때,

그제야 알았다.


사진은 기억의 부실함을 보완하며, 사라져 가는 것을 오래 기억할 수 있게 해 준다.

아들의 여섯 살 생일 사진에도, 일곱 살 생일 사진에도 달콤한 케이크 옆에 아들이 제일 좋아하는 계란밥이 있었다.

-엄마 나는 시켜주는 밥보다 계란밥 먹고 싶어요.

누구나 아는 계란밥, 김이 모락모락 나는 하얀 쌀밥에 반숙으로 익힌 계란 두장, 간장 한 스푼, 참기름 세 방울 떨어뜨려서 살살 비벼주면 게 눈 감추듯 먹었다.

정말, 나는 아들이 계란밥을 좋아하는 줄 알았다. 시켜주는 밥 보다 계란밥을 해 달라고 해서 장애인 엄마가 화려한 10첩 반상은 못 차려주지만 돈 잘 벌어 비싼 외식시켜주는데도 [계란밥]을 외치는 아들에게 [착하다] 고 했다.


사진은 증언이며 기록이다.

아들이 숟가락 들고 있는 계란밥 사진은 진짜 감정 표현하지 못하고 따뜻한 온기로 안아주지 못하고 돈으로 키운 이기적인 엄마의 기록이다.

심부름을 잘하는 아들, 일하다가 빠르게 만들어줄 수 있는 계란밥만 먹었던 아들은 지금도 찾는다.

엄마, 계란밥!


그 아들이 군대에 가서 심하게 복근을 만들어 왔다. 현빈이나 원빈의 복근처럼 아들의 배에 초콜릿이 덕지덕지 붙어있을 때, 멋있다고 말하고 미간을 찡그리는 이중 메시지가 들통 날까 조심했다.

'힘든 일이 있나... 몸을 저렇게 만드는 이유가 뭘까, 무엇을 참고 있는 걸까...'

서먹한 대화가 나에게는 위축감으로 오고 아들이 어려워졌다.

심리학을 배우고 아들의 마음을 알아가는 동안, 나는 아들이 더 어려워졌다.

-아들, 멋있네.

-응, 엄마 제대하면 보디빌딩 대회 나가려고!

제대하고 프로필을 찍기 위해 독하게 운동을 하는 아들은 초콜릿 복근이 선명해질 때 괴로워했다.

살을 단순히 빼는 것이 아니라, 지방을 제거하고 근육을 만들어야 하니 필수적으로 따라오는 것이 있다.

닭 가슴살.


아들은 먹는 음식을 제약하고, 호되게 운동만 했다.

아들의 얼굴이 반쪽이 되고 배는 빨래판이 되어가고, 치골 근육이 선명해질 때, 나는 멋있다고 말하고 한숨을 쉬는 이중 메시지가 들킬까 걱정했다.

'단순히 자기만족을 위해서 운동을 하는 걸까... 힘든 일이 있나...'

-아들 쓰러지겠다. 밥 먹자. 밥!

-탄수화물 안 돼요.

세상 모든 닭을 다 먹어 치울 기세인가, 아들이 김종국인가 말이다.

매일 세 끼를 닭가슴살로 먹을 때, 나는 해줄 수 있는 게 없었다.

시켜주는 밥, 제일 잘하는 계란밥을 먹일 수 없으니 아들에게 밥 먹었냐는 안부인사도 건넬 수 없었다.

그렇게 서먹해지는 아들의 보디빌딩 대회 날, 너무 말라버린 몸에 까만 프로탄을 바르고 있는 아들에게 큰 소리로 멋있다고 말해주고 뒤돌아 울었다.

무대에서 포즈를 취할 때 목청껏 이름을 불러주면서 응원해주고 고개 숙이고 울었다.




그 아들이 또 대회를 나간다고 한다.

아들은 아빠를 닮는다는 말 듣기 싫다며 하루 24시간을 헬스 트레이너 아르바이트에, 카페 영업에 보험일을 하고 있는 아들이 보디빌딩 대회를 또 나간다고 한다.

나는 아는데, 그 대회를 나가기 위해 얼마나 많이 금기해야 하는지.

좋아하는 계란밥도 할머니표 제육볶음도 후라이드 치킨도 월급날 간다는 뷔페도 다 스톱이다.

카페를 오픈하는 오전이면 습관처럼 물었다.

-엄마! 집에 밥 있어요?

-있지. 뭐 해줄까?

계란밥!



대회를 준비하고 있는 아들에게 살짝 권했다.

-닭 가슴살, 지겨울 텐데 오늘만 다른 거 먹자.

-안 돼요.

-지겹지 않아?

-지겨워도 먹어야 해요.


물어보지 못했다.

왜 대회를 준비하는지, 왜 지겨운데 먹어야 하는지.

어쩌면 장애인 아들로 살아가는 속 깊음이, 어쩌면 아버지의 부재가, 어쩌면 대출금 갚아가는 현실이

듣고 싶지 않은 말, 지겨운데 참고 산다는 말로 나올까 두려워서... 물어보지 못했다.

더 서먹하다.

아들이 운동을 하면, 아들이 대회를 준비하면,

배달의 민족으로 시켜주는 밥도, 별식으로 만들어주는 계란밥도 공유할 수 없어서 더 서먹하다.

오늘도 닭 가슴살을 렌즈에 돌려서 밑반찬 없이 먹고 있는 아들을 보는 내가 밉다.


나는 닭가슴살이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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