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도 사랑할 수 있는가.
[일러두기:본 소설은 실화에 근거를 둔 허구입니다. 창작 소유권은 황정미에게 있습니다]
하얀 린넨 침대보가 틀어지기 시작했다.
16세기 초 멕시코를 탐험한 에르난 코르테스가 스페인 귀족층에 소개했다는 카카오 원두 냄새가 났다.
책에서 읽었던 초콜릿 상식이 그의 땀으로 범벅이 된 비뚤어지는 린넨 원단에서 생각이 나다니, 내 마음의 편린들이 비뚤어지고 있는 침대 틈 사이에서 오도 가도 못하는데 그는 나를 탐하고 있었다. 하루에도 몇번이고 메스꺼운 그리움이 구토처럼 터져나왔다. 그가 말했다.
-좋아?
왜 물어야 할까?
끈적 끈적한 땀내가 초콜릿 향으로 번지는 침대 위에서 그가 에르난 코르테스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의 얼굴은 카카오 원두가 압착이 되고 설탕이 혼합이 되어 고형화에 성공한 딱 그 얼굴이다.
-좋아...?
왜 물었을까?
속이 텅빈 초콜릿 웨이퍼처럼 그는 표정이 비어있는 남자였다. 빽빽한 도서 열람실 구석에서 연두색 형광펜을 들고 입술로 무언가를 중얼거리고 있는 그는 표정이 없다.
살짝 기대했다.
내가 보고 있으니 눈을 들어 맞은편 구석에서 같은 색 형광펜을 들고 줄을 긋고 있는 나를 바라보기를.
아니면 손가락 마디에 끼고 있는 그 형광펜을 떨어뜨리면 텁텁한 마음 헤아릴 수 없어 도서관에서 진한 연두빛 형광 줄을 소리내서 읽고 있는 그대를 몰래 훔쳐보고 있는 나를 알아채기를.
그는 표정이 없다.
중얼거리고 옴짝대는 입술만이 눈에 들어온다.
아... 달콤한 원두 냄새가 난다.
바닐라 분말이 가득 들어간 카카오 냄새가 난다.
혹시 초콜릿을 먹고 있는 건 아닐까.
[힐링스페이스 네이버카페에 연재했던 소설입니다. 연재형식으로 끊어서 올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