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나도 엄마가 처음이라 그래
모든 신생아를 둔 부모들은 잠을 못 잘 것이다.
우리 부부의 경우 우리 침대에 아기 원목 침대를 붙여서 썼으나, 아기가 울 때마다 둘 다 잠을 못 자니 일상생활에 큰 지장이 왔다. 그래서 우리는 첫 번째 타임 (밤 10시 - 새벽 3시)과 두 번째 타임 (새벽 4시 - 아침 9시)에 각각 아기를 맡았다. 남편이 주로 첫 번째 타임에 아기와 함께 자고, 내가 주로 두 번째 타임에 아기와 함께 잤다. 하지만 이 방법도 그다지 우리에겐 효과적이지 않았다. 사실 아기가 통잠 (깨지 않고 자는 것)을 자지 않는 이상, 푹 자는 건 포기해야 했다.
사실, 잠도 잠이지만 분유를 먹이고 트림을 시키는 것부터 고난이었다. 보통 아기들은 먹다가 잠드는 경우가 많은데 소화기관이 미숙한 아이들은 (특히 분유 수유하는 아이들은 더더욱 트림이 중요하다) 부모가 등을 두드려 트림을 하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내 지난날들은 트림을 하지 않는 아이를 눕힐 수 없으니 결국 어깨 위에 안은 채로 침대에 기대 잠든 날이 적어도 반이었다.
트림을 시키고 나서 이제 좀 누워서 자볼까 하고 아기를 내려놓으려는 순간, 아기는 그 유명한 "등 센서"가 발동한다. 내가 안고 있을 때는 분명 푹 자고 있었는데, 떼고 내려놓으려는 순간 정말 신기하게 울음을 터뜨렸다. 네이버에 검색만 해도 등 센서, 가슴 센서, 안아야만 자는 아기, 안겨서만 자는 아기 등 수많은 엄마 아빠들의 처절한 질문 글들이 많다.
어쨌든 이렇게 모든 부모들에게는 수유와 수면 이 두 가지가 가장 큰 부분인데 사실 이 두 가지는 연결되어 있다고 한다. (출처: 곽윤철아이연구소) 그리고 무엇보다 수면에 있어서는 부모가 확실히 길을 정해야 한다.
우리 아이가 한 달이 지났을 때 즈음, 나보다 100일 먼저 아이를 낳은 친한 언니가 집에 찾아왔다.
신생아가 있는 집에 어떻게 사람이 오냐고 생각할 수 있지만, 사실 이때는 산후우울증으로 인한 호르몬 과잉에 신생아를 돌보느라 잠도 못 자고 밥도 못 먹는 삶이다. 누군가 특히 이 시기를 보낸 누군가 찾아와서 공감해주고, 말 걸어주기만 해도 힘이 된다. 어쨌든 언니는 130일 된 사랑스러운 아기와 함께 와주었다. 그리고 언니는 단호하게 본인이 하고 있는 수유와 수면에 대해 이야기해주었다.
요약하자면, 첫째, 언니는 조리원에서 초유도 먹이지 않고 분유를 먹였다. 이유는 엄마가 행복해야 아이도 행복하기 때문에 (백번 천 번 정말 동의한다!) 본인의 성격을 고려했을 때, 스트레스받고 먹을 것 못 먹고 수유로 고생하느니 분유 수유하며 아이랑 한번 더 눈 맞추고 더 사랑해주면 된다고 했다.
둘째, 조리원에서 나오자마자 그러니까 태어난 지 14일 된 아기를 분리 수면을 했다. (솔직히 이 부분에서 입이 떡 벌어졌다 역시 독해.. 이러면서). 언니는 잠에 예민하고 오빠도 그렇고 무엇보다 부부의 공간과 시간이 중요하기 때문에 신생아 때부터 방을 분리해서 수면교육을 통해 아이와 분리 수면을 했다. 결론적으로 언니의 아이는 아주 어린 시절부터 통잠을 잔다.
나와 비교해보면, 나는 조리원에서 모유와 분유를 먹였고 집에서 모유 수유하다 혼합수유 그리고 분유 수유까지 매일 울면서 수유를 했다. 이때 가장 많이 했던 생각이 "아 나는 왜 이렇게 행복하지 않지?"였다.
그리고 신생아 때부터 나는 분리 수면은커녕 (지금도 분리 수면은 하지 않고 있다) 수면교육의 ㅅ도 생각하지 않고 있었다. 다만 언니와의 대화를 통해 방향은 잡아야 한다는 확신이 들었다.
수면교육은 정말 정말 정말 부부의 생활방식과 가치관 그리고 수면의 질 수면의 환경 등 많은 것을 고려했을 때 맞는 방법으로 진행하는 부분이다. 사실, 수면교육을 하지 않는 부부도 많다.
따라서 수면교육은 꼭 해야 하는 것이 아니고 하지 않아도 무방하다. (하면 육아의 질이 올라갈 뿐)
실제로 수면교육이 한국에서 갑자기 떠오르는 육아의 키워드가 된지는 10년도 채 되지 않았다고 한다.
나도 수면교육으로 정말 치열하게 고민을 한 사람으로서, 수면교육에 대해 많은 영상과 책을 읽었다.
(추천: 유튜브: 곽윤철아이연구소 / 유튜브: 로운맘 / 책: 느림보 수면교육)
그리고 결론적으로 나는 위 세 곳의 모든 영상과 글을 읽고 내 아이를 위한 맞춤형 수면교육을 진행했다.
큰 맥락은 아래와 같다.
1. 수면교육은 수면뿐만 아니라 수유와 놀이까지 연결되어 있다.
2. 내 아이를 잘 관찰하는 것이 중요하다. 언제 졸리다는 시그널을 보내는지, 언제 잠투정이 심해지는지 등
3. 수면교육 시기는 65일~100일, 약 한 달 정도 진행하고 실패하면 6개월 이후에 생각해본다.
4. 첫 번째 목표는 잠은 누군가 도와줄 수 없고, 스스로 누워서 자는 것이라는 것을 알려주는 것이다.
5. 하다가 포기하지 않는다. 포기하면 말짱 도루묵!
나도 수면교육을 야매(?)로 한 사람으로서, 지나고 보면 진짜 오기와 끈기로 했구나 싶지만
결론부터 말하면 아직도 우리 딸은 통잠은커녕 새벽에 몇 번씩 깬다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눈물..)
내가 읽었던 느림보 수면교육 책에도 수면교육을 성공하는 사람보다 실패하는 사람이 더 많고, 성공했다가도 실패로 가는 사람이 많다고 했는데 나는 성공과 실패로 나와 우리 아이의 시간을 정의하고 싶지 않다.
어쨌든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에겐 크나 큰 성과가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안아서만 자려고 하던 아기가 수면교육 이후에는 누워서 자려고 한다는 것이었다. 점점 무거워지는 아기를 안아서 재우는 게 허리와 손목과 모든 곳에 무리가 갔는데 이것만 해줘도 너무 행복했다.
나도 정말 고민이 많았다. 모유수유를 해야 하는데 라고 생각하면서 내가 너무 힘드니 분유 수유를 했다.
수면교육을 해야 하는데 라고 생각하면서 영상과 책을 그렇게 읽고 야매 수면교육을 했다.
지금 지나고 생각해보니, 분유 먹고 커준 내 딸은 한 번도 아프지 않고 똥똥이로 잘 자라고 있다.
안아서 재우고 싶어도 안으면 뒤로 버티는 딸은 오늘도 누워서 뒹굴다 스스로 잠이 들었다. (물론 새벽에 깨지만)
그 당시에는 50일의 기절이라고 표현했다.
요즘엔 50일에도 통 잠자는 아기가 많다는 말에 기적을 바랐지만 내 기억엔 50일이 가장 치열하게 힘들었던 날이었다. 그리고 그때 깨달았다. 다른 아이와 내 아이를 비교하는 순간, 육아는 지옥이고 나는 불행해지는구나. 인스타그램에 정말 예쁘게 꾸며진 방과 평화로운 아이의 모습을 올리는 사람들과 통잠을 잤다고 기뻐하는 다른 엄마들의 글을 보면서 자괴감이 많이 들었다. 그런 걸 보며 내 아이와 비교하며 내 처지를 비관하며 무수한 밤을 울면서 보냈다. 그리고 생각했다. 앞으로 살아가면서 대한민국에서 살면 계속 비교와 싸워야 하는데 내가 벌써 이 아이를 비교의 프레임에 넣지 말아야겠다. 그 존재 자체로 사랑해줘야겠다고.
그래서 7개월로 접어든 우리 똥똥이(요즘 애칭)는 존재 자체로 사랑스럽다.
50일 즈음에 썼던 일기에는 정말 죽을 것 같이 힘들고, 시간을 돌려본다면 아이를 낳을지 모르겠다는 충격적인 글을 썼었다. 하지만 지금 자고 있는 아이를 보면 죽을 것 같던 시간이 물리적으로 더 많았지만, 나에게 행복을 주는 그 찰나가 그 시간들을 모두 녹여주기 때문에 매일이 행복하다.
남편하고 매일 "으아 얘는 언제 통잠자나~~"라고 이야기 하지만, 첫 번째 두 번째 타임을 나누어 찢어져 자야 했던 밤에 비하면 지금은 한 방에서 다 같이 자고 있다.
수면교육 왜 했나 싶다가도 모르겠다, 지금 우리는 행복하니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