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해성사

by 김강사

밤 10시가 넘은 시각, 퇴근 후 집 지하 주차장으로 들어섰다. 주차 공간을 찾으려 두리번거리던 중, 트렁크가 활짝 열려있는 봉고차를 발견했다.


무슨 일인가 싶어 자세히 보니 한 남성이 헤드 렌턴을 키고 세차를 하고 있었다. 출장 세차 업체에서 야간작업을 하고 있는 듯했다. 늦은 시간 어두운 주차장에서 쪼그려 앉아 힘든 작업을 하는 모습을 보니 괜스레 짠한 마음이 들었다. 주차장을 걸어가는 내내 그 사람의 모습이 눈이 밟혀 안쓰럽고 측은한 마음이 들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그분을 불쌍히 여기고 있었다.


‘어쩌다 이 일을 하게 되셨을까, 참 고단하시겠다.’

순간 나 자신이 너무나 실망스러웠다. 돈, 직업으로 사람을 판단하는 것을 혐오한다고 자신 있게 말해왔다. 그날의 나는 그토록 혐오했던 사람들 중 하나였다.


내가 함부로 동정했던 그 사람은 연매출 몇억을 버는 CEO일 수 있다. 돈을 떠나 세차를 하며 큰 보람을 느끼는 행복한 사람일 수도 있다. 흔히 대다수가 알아주고 떠받드는 직업이 아니란 이유로 함부로 동정을 했다.


‘직업에 귀천은 없어. 남들 보기에 그럴싸하지 않다고 해서 그 일이 소중하지 않은 건 아니야. 모든 일은 그 자체로 가치가 있어.’


대단한 현자인 것 마냥 남들에게 직업엔 귀천이 없다 말하였다. 역시, 자신을 가장 모르는 것은 자기 자신이라 했던가. 나의 무의식 속엔 세차라는 직업이 그리 대단해 보이지 않았나 보다. 굴지의 대기업을 다니는 회사원이 새벽까지 야근하는 건 불쌍하게 여겨지지 않는 걸 보니 변명의 여지없이 직업으로 누군가의 인생을 판단했다.


30여 년의 인생 동안 적잖은 일들을 겪으며 나는 제법 단단한 사람이 되었고 현명한 사람이라 생각했다. 스스로 뿌듯해했던 나의 신념, 가치관은 아직도 너무 얕고 허술하다. 아직은 정해진 틀에 갇혀 타인의 시선에 휩쓸리는 사람일 뿐이다. 오늘 나 자신에게 느낀 실망감을 잊지 말고 더욱 열린 눈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겸손한 사람이 되어야지.

작가의 이전글뜻밖의 깨달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