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만적인 예술의 힘으로 도시를 오염시키는 알토 페스트

이탈리아 나폴리 알토 축제

by 룰라

주말 혼자서 집에 머물고 있을 때 누군가 벨을 누르거나 문을 두드릴 때면 마치 집에 아무도 없는 듯 숨을 죽이고 조용히 문을 응시하게 된다. 미리 약속된 방문이 아니라면 문 밖에 서 있는 사람이 누구이건 내 시간과 공간을 방해하는 침입자일 뿐이다. 도시에서의 삶은 여러 겹으로 닫힌 문을 경계로 나와 타인을 철저히 구분하며 살아가게 된다. 나눔과 공유는 페이스북과 인스타와 같은 온라인상의 ‘좋아요’를 통해서만 존재한다. 이러한 도시 시스템에 얌전히 적응하며 살아가야만 안전을 담보 받을 수 있는 우리가 추구하는 안전한 삶이란 어떤 것일까? 아파트의 거대한 담벼락과 최첨단 장치들로 보안을 강화하면서 자발적 게토 안에서 살아가고 있는 삶들 속에는 보이는, 보이지 않는 경계들로 점차 자유롭게 다닐 공간도, 스스로 서 있을 공간조차도 점점 좁아들고 있다. 이러한 삶에서 예술은 어떻게 존재해야 하는가?


여기, 경계와 예술의 새로운 존재 방식에 대한 질문을 던지며 도시 실험을 하는 축제가 있다. 이탈리아 남부 도시 나폴리에서 매년 여름 진행되는 국제 컨템포러리 라이브 아츠 페스티벌(International contemporary live Arts Festival)인 알토 페스트(Alto Fest)이다. 2011년 처음 시작된 알토 페스트는 유럽의 주목할 만한 축제로 선정되면서, 2017-2018 EFFE(Europe for Festivals, Festivals for Europe) 어워드를 수상하기도 하였다. 알토 페스트는 이탈리아 연극 단체인 TeatrInGestAzione 의 창립자이며 예술가인 안나 게수알도(Anna Gesualdo) 와 지오바니 트로노(Giovanni Trono) 가 공동 예술감독으로 이끌고 있다. 십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보면, 2010년대 초 글로벌 위기 ‘퍼펙트 스톰’으로 유로 존은 재정위기에 붕괴되고, 이탈리아 역시 큰 경제 위기 속에서 고통받고 있었다. 이탈리아의 극장에는 관객이 전혀 없었고, 아무도 예술가들의 활동에는 관심이 없었다. 알토 페스트의 시작은 이러한 ‘위기’와 ‘한계’로부터 시작되었다. 이탈리아 단어 ‘crisi’는 라틴어 ‘crisis’에서 왔고 선택, 결정, 질병의 결정적 단계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즉, 위기는 새로운 선택과 결정을 필요로 한다. ‘한계’ 또한 경계를 넘어서야 하는 필요성을 담은 단어이다. 안나와 지오바니는 경계를 넘고 확장하기 위한 새로운 선택을 알토 페스트에 담아 2011년 나폴리에서 시작의 문을 연다.


알토 페스트의 외부적 형식에서 하나의 독특함이 쉽게 발견된다. 그것은 예술가와 시민들과 관계를 맺는 방식이다. 축제에 초청된 예술가는 극장, 광장, 거리 등 일반적인 공연 장소가 아닌 시민의 집에서 공연을 한다. 그리고 작품을 발표하기 전 2주 동안 그 공간 기부자의 집에서 거주하며, 창작 작업을 하고, 그곳에서 관객을 만나게 된다. 예술가는 시민의 사적 공간에 거주하는 동안 그곳의 모든 물건들을 마음대로 이동시킬 수 있는 자유를 누리게 되며, 공간 기부자 시민(호스트)과 작업을 함께 하기도 한다. 호스트는 의상을 수선하기도 하고, 함께 작품의 이야기를 만들어 나가기도 하고, 직접 작품에 출연하기도 한다. 축제의 이러한 방식을 축제 기간 중 예술가들이 시민들의 집에 홈스테이 하는 방식이라고 단순히 생각하면 안 된다. 알토 페스트는 자신들의 축제를 실험적 사회성 프로젝트(experimental sociality project)라고 명명한다. 여기서 ‘소유’ 와 ‘공유’ ‘공적 공간’과 ‘사적 공간’ 에 주목하게 된다. 알토 페스트는 공적 공간과 사적 공간의 경계들을 끊임없이 추적해 나가면서 지역 내의 비소유권 영역을 만들어 낸다. 자신들의 사적인 공간(집 전체, 테라스, 지하실, 마당, 주차장, 가게 등)을 예술가들에게 내주는 나폴리의 시민들과, 그곳에 머물면서 작업을 하는 예술가는 서로에게 신세를 지며, 진정한 의미의 ‘공유’를 실현한다.



진정한 공유란 페이스북과 인스타와 같은 SNS에서 ‘좋아요’와 ‘공유하기’를 쉽게 누르는 것처럼 아무것도 잃지 않는 행위가 아니라, 기본적으로 내가 소유하고 있는 것을 더 이상 소유할 수 없다는 것에서 진정한 공유의 의미가 드러난다. 자신의 사적 공간을 공유함에 따라 사적 공간은 공유의 공간으로 재구성된다. 예술가는 그 안에서 시민들과 일상의 삶을 함께 경험하며 관계를 맺게 되고, 이러한 관계를 통해 시민은 자신의 사적 물건과 공간의 독점 소유권을 잃게 된다. 예술가도 마찬가지이다. 예술가는 기존 극장에서 창작, 발표했던 작품을 시민의 공간으로 가지고 와 재창작함에 따라 작품이 가지고 있던 고유성과 자신만의 창작품의 소유권을 박탈당하게 된다. 축제를 통해 예술은 재생산되며, 사적인 것은 더 이상 소유되지 않고, 대신 시민 호스트와 예술가는 친밀감을 공유하게 되는 것이다. 알토 페스트의 ‘공유’와 ‘소유’의 개념은 나폴리 출신의 정치 철학자 로베르토 에스포지토(Roberto Esposito) 의 철학을 근간으로 하고 있다. 그는 <면역력(Immunity)>에서 소유 관점에서 해방된 공동(common)에 기초한 새로운 공동체 즉, 개방적 공동체에 대한 개념을 이야기한다. 에스포지토에 따르면 공동체 community는 ‘cum-munus’에서 파생되었으며, 라틴어 ‘munus’는 되갚아야 하는 선물(의무)을 의미하는 것으로 대가를 지불하지 않아도 되는 선물인 ‘donum’과는 다르다. 즉, 공동체의 일원들은 모두 빚을 지고 있으며, 받은 선물/빚을 돌려주어야 하는 의무로 묶여있는 것이다. 공간도, 물건도, 예술작품도 소유할 수 없으며, 소유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은 지금 현재의 시간뿐이다.


알토 페스트를 설명하는 데 있어 재미있는 표현은 ‘오염(contamination)’과 ‘감염(infection)’이다. 창작 작업을 하는 예술가가 일상의 공간에 현존함에 따라 그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관점은 오염되고 새로운 시선이 만들어지게 된다. 축제 예술감독은 축제의 활동을 낯설고 야만적인 예술의 힘으로 도시를 감염시키며 가로지르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커뮤니티의 사회 구조를 오염시키는 일종의 언어 ‘감염’을 유발하여 일상생활에 내재된 시적 잠재성을 드러나게 할 수 있다. 친숙한 일상에 속하는 물체와 공간에 영향을 미치며 의미를 새롭게 만들어 나가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사회의 구조도 영향을 받는다. 우리는 의심할 여지없이 사회 구조에 있어서 이러한 예술적 과정에 의해 발생하는 효과에 관심이 있지만, 우리는 그것들을 직접 생산하지는 않는다. 우리의 목표는 시민이나 예술가의 삶을 바꾸는 것이 아니다. 우리의 목표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새로운 지형이 나타날 수 있는 흔적을 남기고 새로운 언어를 생성할 수 있는 씨앗을 뿌리는 것이다.

- 안나 게수알도(Anna Gesualdo )/알토 페스트 예술감독-


감염이 된다는 것은 시스템의 오류가 발생하는 것이다. 개개인의, 사회 속의 면역체계에 문제가 발생되어, 무질서가 초래된다. 알토 페스트는 우리가 살고 있는 지금이야말로 치명적인 감염이 필요한 시기라고 보고 있다. 수직적 위계로 구성되어 있는 시스템을 강요하는 모든 시도에 대해 경고하는 비판적 사고를 불러일으키는 것을 목적으로 하며, 예술가라는 외부적 요소가 공동체 안으로 침입됨으로 공동체는 오염되고 새로운 시각과 언어가 발견되는 것이다. ‘감염’은 관객에게도 적용된다. 전통적으로 ‘보는 자’에게 부여된 기능으로부터 해방시키고, 스스로 인지하고 식별할 수 있는 가능성의 문을 열어준다. 소유에 대한 박탈, 사적 공간의 침입과 오염의 과정에서 알토 페스트는 상실과 변이(displacement)를 일으킨다. 빼앗기고 변형되고, 옮겨지는 것은 일반적으로 부정적으로 지각되지만, 알토 페스트에서는 변이는 예술적, 인간 재생의 가능성으로 해석되며, 어떤 것이 다른 곳으로 보내짐에 따라 그것에 대한 시각이 바뀌는 것을 의미한다. 알토 페스트에서 변이는 익숙한 일상에서 벗어나는 것이며, 예술작품의 관점에서는 작품이 탄생한 이전의 모든 조건이 상실됨에

따라 완전히 새로운 시각과 경험을 마주하게 된다.


축제의 가장 중요한 요소는 역시 시민이다. 시민은 축제의 모든 과정을 만드는 역할의 중심에있다. 시민은 침범과 감염의 대상이며, 알토 페스트가 임시 공동체를 형성하는 데 있어서 시작이며 끝이다. 이 과정에서 예술가와 커뮤니티의 경계는 흐릿해지게 된다. 그렇다고 알토 페스트를 커뮤니티 참여 프로젝트라고 단순하게 설명해 버릴 수는 없다. 축제 감독들은 커뮤니티 참여프로젝트에 대한 지속적인 질문으로 던지며, ‘진정한 공유‘ 라는 복잡한 방식으로 도전을 하며 변화를 만들어 내고 있다. 축제 감독 지오바니는 ‘공유는 지금과 같은 역사적인 순간에 사회를 변화시키는 행동이다.‘ 라고 이야기 하며, 무엇보다 알토 페스트가 컨템포러리 예술을 통

한 실험적인 프로젝트이며, 이러한 가치는 관계를 통해서만 촉발되어짐을 강조한다. 예술가들과 호스트들 사이에서 만들어지는 공유의 행동들은 새로운 방식의 보기와 존재하기를 만들어 준다. 예술과 삶의 경계는 모호해 지며, 그 모호함은 예술가들과 시민 호스트들에게 강렬한 인생의 경험을 제공한다.


2011년에 시작한 알토 페스트는 2018년까지 9번의 축제를 마쳤다. 매해 나폴리의 다른 지역에 서 열리고, 2018년에는 이탈리아 밖 몰타(Malta)에서 특별한 알토페스트가 진행되었다. 축제가 스스로 장소를 이탈한 것이다. 4월 9일부터 5월 13일까지 몰타의 11개의 타운과 마을에서 열린 축제는 또 다른 시작이며, 도전이었다. 방식은 다르지 않았다. 축제 감독은 몰타에서 머물며, 전혀 모르는 사람들의 집을 방문해 예술가들이 자신의 집에서 작업을 하도록 대화하고, 설득하며, 경계를 확장하고 그들의 삶 속에 변이를 일으켰다. 참여 예술가들 대부분에게 몰타는 낯선 곳이었기 때문에 새로운 풍경, 건축, 언어, 가치관, 관습, 개인적인 습관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이 새로웠고, 개인적인 공간 안으로 도달하기까지 큰 도전에 직면해야 했다. 호스트들의 공간과 삶은 알토 페스트를 중심으로 변화했다. 예술가는 지역주민들과 생활하면서 종교, 환경, 삶에 대한 토론을 벌이기도 하고, 호스트들의 식사 시간을 공유하며 그들의 습관에 스며들었고, 도전과 모험, 위험이라는 공통적 바탕 위에서, 성찰과 비판적 사고를 위한 공간을 함께 구축해 나갔다.



알토 페스트는 연극 단체인 TeatrInGestAzione가 중심이 되어 기획 운영되고 있으며, 극작가적 관점에서 축제의 경로를 추적하는 하나의 통일된 극본을 만들어 한편의 연극을 구성하듯이 축제를 만들어나간다. 그들의 연극적 관계는 기존의 예술가와 관객 두 주체에서 예술가, 공간 기부자, 관객이라는 세 주제의 관계로 새롭게 설정된다. 낯선 것으로의 변이를 기본으로 하고 있는 알토 페스트는 모든 종류의 인간관계의 어려움을 직접적으로 대면하게 된다. 함께 살게 하는 것, 마음을 열고, 자신의 집을 침범하는 침입자에게 환영의 눈짓과 함께 문을 활짝 열고 소유를 포기함으로 친밀함과 삶의 새로운 시각을 갖게 하는 것은 이민자들로 구성되어 있는 유럽 국가 안에서, 넘쳐나는 난민으로 부유하는 지금 시대의 신성불가침 한 자신의 소유 권리만을 주장하며 살아가는 사람들과 그들의 도시를 오염시키고 새로운 체계가 만들어질 수 있는 가능성을 엿 보고자 하는 거대한 동시대의 도시 실험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예술가들은 세상을 바꾸고 싶어 한다. 하지만 성인이 되면서 우리는 단지 하나의 행위로 세상을 바꿀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사람들을 인도하는 것이다. 문을 열어서 빈 공간으로 사람들을 인도해 그 빈 공간을 채우는 것이다. 또한 경계나 구역을 만들어 그 공간을 바꿀 수 있다.

-지오바니 트로노(Giovanni Trono)/알토 페스트 예술감독-


알토 페스트는 다시 나폴리로 돌아와 아홉 번째 축제를 준비 중이다. 6월 28일부터 7월 7일까지 열리는 축제에 참가 신청을 한 631명/단체의 제안서를 받아들고 예술가들과 나폴리의 시민 호스트들과 대화를 시작할 준비를 하고 있다. 해마다 이미 넘쳐나는 시민 호스트에 더해 새로 호스트를 신청하는 시민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축제 예술감독 지오바니 트로노가 선물로 준 축제 엽서 앞면에는 예술가들의 작품 사진이 멋지게 담겨있다. 잠시 후 그는 그들이 예술가가 아닌 모두 시민 호스트임을 이야기해 준다. 2018년 몰타(Malta)에서 진행한 알토 페스트에 공간 기부자로 참여한 시민들과 예술가가 함께 한 작업 <Superhero Youself>이다. 우리 모두의 삶은 평범한 삶 속의 비범함, 비범함 속의 평범함을 가지고 있고, 따라서 모두는 주인공이고, 영웅이며, 존재의 중심이라는 내용을 담고 있는 17장의 엽서로 구성되어 있으며, 공간 기부자들은 자신의 사진이 담긴 엽서 뒷면에 개개인의 사적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공연에 초대하는 손글씨를 담아 지인들을 초대했다. 세상을 오염시키는 일에 동참하도록, 그리고 인간과 도시 재생이 이루어지기를 희망하며.


Alto Fest : 7월 첫주, 이탈리아 나폴리

https://www.teatringestazione.com/altofest/altofest_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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