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저는 죽어야 한다.

타비아니 형제의 시저는 죽어야 한다.

by 룰라

영화는 로마 레비비아 교도소 내 극장에서 셰익스피어의 희곡 <줄리어스 시저>의 연극 리허설과 공연을 촬영한 작품이다. 살인, 마약밀매, 조직범죄 등 중범죄수들만 수감되어 있는 감옥의 15년 이상의 형량을 가지고 있는 수감수들이 직접 배우로 출연한다. 교도소나 소년원에서 교화 프로그램으로 종종 미술, 연극 등의 예술활동이 이루어 지기는 하지만, 이렇게 본격적으로 영화를 만든 적은 없는 듯. 게다가 본 영화는 62회 베를린 국제영화제 황금곰상을 수상하기까지 했다.



슬슬 영화 감독이 궁금해져 찾아보니 타비아니 형제 감독이다. 영화계의 형제 감독으로는 코엔 형제와 이제는 남매가 되어 버린 워쇼스키 형제 정도를 알고 있었는데, 이들은 그 보다 훨씬 이전의 이탈리아 감독으로 이미 77년 <파드레 파드로네 Padre padrone> 로 황금종려상과 국제 비평가 협회상을 수여하고 82년에는 <로렌조의 밤 The Night of the San Lorenzo>으로 칸느 심사위원 대상을 받은 영화계의 거장들이다. 영화 감독의 이력을 보고 나니 어떻게 이런 영화가 나올 수 있었는지가 조금은 이해가 된다.


연극은 <줄리어스 시저>의 클라이막스인 브루투스의 자결 장면으로 끝이나고 관객들은 환호와 박수를 보내며 막이 내린다. 연극이 끝나고 난 후 수감자들은 무거운 쇳소리를 내는 이중 철문으로 되어 있는 각자의 방으로 돌아간다. 다시 6개월 전, 영화는 이때부터 과거의 시간 속으로 들어 간듯 흑백으로 처리된다. 실제로 타비아니 형제 감독은 과거의 시간성을 보여주기 위해, 또한 영화 촬영이 이루어진 감옥의 공간의 느낌을 그대로 보여주기 위해 흑백의 칼라를 선택했다고 한다.


타비아니 형제가 수감자들과 영화를 만들기로 한 이유는 무엇이며, 이 영화는 어떻게 시작되었을까? 그들은 지인과 함께 레비비아 교도소의 작은 극장에서 연극을 보게되었다. 작품은 단테의 [지옥]이었고, 한 배우가 이야기 해주는 슬프고 처절한 파올로와 프란체스카의 사랑이야기는 그가 직면하고 있는 그의 현실. 즉, 감옥 밖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는 손에 잡히지 않는 그의 사랑하는 부인, 혹여나 떠나 버린다면 영원한 슬픔이 되어 버릴 수 밖에 없는 그의 현실적 사랑과 중첩되어 파올로의 외침 이상의 전율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완벽한 배우를 만들 수 밖에 없는 현실을 보고 난 노장의 감독들은 바로 셰익스피어의 <줄리어스 시저>를 이들과 함께 만들기고 결심한다. 연극이 무대에 올라가기까지 6개월의 준비 과정을 거쳤으며, 영화는 22일동안 촬영이 이루어졌다.


6개월 전으로 돌아간 감옥에서는 <줄리어스 시저>를 위한 오디션이 진행되고 수감자들은 감독의 요청에 따라 슬픈 상황과 분노의 상황으로 자신을 소개하게 된다. 이목구비가 뚜렷한 이탈리아 사람들의 외모 떄문인지, 오랜 기간 동안의 감옥 생활 환경 떄문인지, 그들은 이미 배우의 얼굴과 감정을 지니고 있었다.


시저, 브루투스, 카시우스 등 모든 배역이 결정되고, 그들은 연극 연습에 몰입하고, 어느새 감옥은 공화정 시대의 로마가 되고, 수감자들은 권력과 야심, 음모의 세계 속에서 연극 속의 나와 현실 속의 나, 과거 시간 속의 나를 동시에 만나게 된다.


이들에게 연극과 영화를 만드는 것은 단순히 작품의 과정이 아니라, 끊임없이 자신을 돌아보는 과정이며, 자신의 삶을 새롭게 바라보는 시간인 것이다. 배우 중 한명은 연기를 하면서 스스로를 용서할 수 있었음을 고백하는 편지를 부인에게 보내고, 카시우스 역을 맡은 배우는 영화의 말미에 이런 말을 남긴다. '예술을 알고나니 이 작은 방이 감독이 되었군'


6개월의 시간이 지나고 다시 첫 장면과 같이 연극의 막은 내려지고 모든 수감자들은 그들이 원래 있던 좁고 갇힌 공간으로 돌아가게 된다. 하지만, 그들의 공간은 그저 침대에 누워 천장만을 바라보며 오랜 시간을 죽여왔던 그 곳과는 전혀 다른 곳이다. 실제로 이후 시저와 카시우스 역을 맡았던 수감자들은 책을 출판하고, 브루투스 역을 맡았던 살바토레 스트리아노는 복역 후 영화배우로 활동을 하고 있다.


삶의 무게와 깊이를 알고 있는 노장 감독과 좋은 배우가 되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것이 없는 환경에 놓여있는 수감자들과의 영화 만들기! 그리고 500년전 이미 이들의 고통을 이야기 했던 위대한 셰익스피어까지...이보다 더 완벽한 만남과 캐스팅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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