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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선 Apr 01. 2018

[우리의 죽음이 삶이 되려면]

2018Book05

 나이가 들어서인가, 최근 몇 년 사이 부쩍 죽음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 사고로, 혹은 갑작스러운 병으로 준비할 겨를도 없이 세상을 떠나는 사람들을 자주 만나게 되어서 인 것 같다. 불과 몇 주 전, 몇 달 전만 해도 웃으며 얘기 나누던 사람들이 어느 날 불치의 병이 걸렸다거나 심장 이상으로 세상과 작별했다는 부고를 받게 되면 어쩔 수 없이 나의 마지막 날이 어떨 것인지를 떠올려 보게 된다. 하지만 이내 잊고 산다. 사는데 너무 바빠 죽음을 준비할 여유를 못 가졌다는 핑계를 댄다. 사실, 미리 떠올려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죽음은 두려움이기 때문이 아닐는지.


[우리의 죽음이 삶이 되려면]은 내과 전문의로 30여 년간 서울대학교 병원 교수로 일하면서 많은 사람들의 죽음을 지켜본 허대석 선생님이 지은 책이다. 본인의 경험을 바탕으로 병으로 생을 마감하는 환자들이 마지막이 어떠한지를 생생하게 전달해주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한 해 동안 사망하는 사람의 89% 정도가 사망의 원인은 병사이다. 그 가운데 75%가 임종을 병원에서 맡는다. 그런데 병원에서의 마지막 순간은 대개 환자가 의식이 없거나 있더라도 고통 속에서 진통제에 의존한 채 '죽어가는' 경우가 많다는 게 허대석 교수의 증언이다. 자신의 죽음을 받아들이고 가족들, 친구들과 이별할 수 있는 여유를 찾지 못한 채 의미 없는 시간을 보내게 되는 것이다.


허대석 교수는 죽음에 대한 자기결정권을 주장한다. 이를 어렵게 하는 법률적 제도적 문제점 등에 대해 이 책을 통해 지적하고 있다.


책은, 솔직히 뒷부분으로 가면 지루하다. 전문적인 법률, 제도의 문제가 많이 나오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 책에서 제기하고 있는 문제들은 더 이상 우리가 미뤄둘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장수 시대, 좀 더 적극적으로 죽음을 준비하는 마음이 필요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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