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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선 Jul 22. 2018

스팀파워는 '돈'일까 '관계'일까?

스팀잇 보팅의 의미

우리는 왜 돈을 버는 걸까? 

이재에 밝지도 않고 철학적이지도 않은 내가 최근 이런 고민을 하게 된 것은 스팀잇을 사용하면서부터다. 


글을 쓰는 플랫폼에 대한 관심 때문에 스팀잇에 가입을 하게 됐는데 내 글을 보고 친구들이 보팅을 해주고 나 또한 친구 글에 보팅을 했더니 스팀 (Steem)이라는 암호화폐가 생겼다. 블록체인 광풍을 보면서 암호화폐에는 무심한 듯 살아야겠다고 생각했는데 뜻하지 않은 곳에서 '암호화폐'를 얻게 된 것이다. 이렇게 활동하는 사람들에게 보상이 주어지니 스팀잇에서는 종종 이 보팅 시스템을 이용해서 1원이라도 더 모으겠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남용 사례와 이를 끝까지 추격해서 까발리는 사용자들 사이에 편치 않은 갈등이 보이기도 한다. 


그러면서 생각했다. 대체 우리는 왜 '돈'에 그토록 목숨을 거는가? 우리에게 돈은 무슨 의미인가? 스팀잇은 정말 돈을 벌려고 하는 것인가? 스팀잇에서 보상받는 스팀과 스팀파워 (SP)는 무슨 의미를 갖고 있나?


고고한 척 내숭 떠는 것은 아니다. 돈에 초연한 척하는 것도 아니다. 이런 질문에 대한 답이 스팀잇 커뮤니티를 이해하는 굉장히 중요한 한 축이라고 여기기에 모처럼 깊이 생각해보려 하는 것이다. 


우리가 돈을 버는 이유는 물론 생존 때문이다. 돈이 없으면 살 수가 없다. 기본적인 욕구인 의식주를 해결하기 위해서 당연히 돈을 벌어야 한다. 우리가 일을 하는 이유다. 물리적인 생존 못지않게 사회적인 생존도 중요하다. 사회 속에서 내 존재를 인정받고 더 높은 지위를 얻기 위해서도 비용이 든다. 복잡하게 생각할 것도 없다. 더 좋은 직장을 얻기 위해 자기계발에 돈을 쓰거나 혹은 자신의 지위를 나타내기 위해 더 좋은 자동차를 사는 것도 물리적인 생존보다는 사회적 생존을 위한 지출이다. 


사회적인 생존에는 '관계'가 이어진다. 사회적으로 더 좋은 조건에서 생존할 수 있다면 (=사회적으로 높은 지위를 가지게 된다면) 일반적으로 우리는 관계가 폭넓어지고 나를 아는 사람도 많아지고 나를 인정해주는 사람도 많아지게 된다. 대개의 경우 사회적 생존의 여건이 좋아지면 물질적 보상도 따라온다. 


<사진출처: https://medium.com/hapramp/still-confused-by-steem-steem-power-and-steem-dollars-read-this-220ace402bcb>


지난 몇 달간 스팀잇에 글을 올리고 다른 사람들에 보팅을 했다. 처음에는 한 글에 보팅이 많아야 10개 미만이었고 보팅 금액도 $1을 넘지 않았다. 오프라인에서 이미 알고 있는 친구들을 동원해야 겨우 $3을 넘어서는 수준이었다. 사실 $1 이든 $3 이든 살림살이에 크게 보탬은 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에 직접적으로 보상액이 찍히니 본능적으로 높은 숫자가 찍히면 기분이 좋아졌다. 반대로 보팅도 별로고 금액도 오르지 않으면 뭐랄까 소외받는 느낌이랄까.. 우울함을 스스로에게 까지 숨길 수는 없었다. 


이건 '돈'의 가치의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됐다. 스팀잇 개별 글에 찍힌 금액은 내 글이 스팀잇 커뮤니티에서 얼마나 읽히고 인정을 받았는가의 문제다. 사회적 생존력을 높이고 싶은 것이고, 그것을 숫자를 통해 확인하고 싶었다. 


스팀잇을 사용하는 사람들을 하나, 둘 알게 되면서부터 숫자가 높아졌음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올스팀 (Allsteem)' 프로젝트를 해보고 싶다고 공표하고 나니 숫자가 더 높아졌다. 올스팀 프로젝트를 시작한다는 글에는 $68 정도의 보상이 주어졌다. 스팀잇에서의 보상이 관계의 확장을 의미한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스팀잇의 본질은 소셜 미디어다. 내 생각을 다른 사람들과 나누고 이 생각에 공감하는 사람들을 만나는 공간이다. (물론 반대하는 사람도 만나게 되지만 피하는 기술이 있으니...) 오프라인 만으로는 상상할 수 없었던 관계의 확장이 진짜 의미다. 스팀잇은 단지 그 확장을 수치로 표시해주고 심지어 암호화폐로 보상도 해주는 서비스일 뿐이다. 결과적으로 스팀잇에서의 보상은 '관계의 확장'으로 해석하는 것이 우선이다. 어차피 스팀잇으로 물질적으로 생존할 만큼의 돈을 벌기 힘들다. 다른 일이 있어 시간도 부족할뿐더러 글만 써서 먹고살 만한 글재주도 없기 때문. 하지만 스팀잇에서의 관계의 확장은 소중하다. 페이스북에서 친구 맺기가 일상생활에서도 도움이 되듯이. 


스팀잇에서 활동의 핵심은 생각의 나눔을 통한 관계의 확장으로 접근해야 맞다. 내 생각을 이해하고 응원해줄 사람, 그 가운데 부족함을 일깨우고 채워줄 수 있는 사람, 혹은 집단으로서의 커뮤니티를 발견하기 위한 노력이다. 그 과정에서 암호화폐를 얻고 스팀잇 내에서 스팀파워가 커져 영향력과 명성도가 높아지기도 하며, 또 그 과정을 좀 더 쉽게 하기 위해 스팀파워를 얻기 위해 노력하기도 한다. 목적이면서 과정과 결과이고 결과이면서 과정과 목적이기도 하다. 


정말 중요한 것은 스팀잇 기반의 관계 확장을 통해 정말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어떤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는지를 생각하는 것이 아닐까? 사실 그런 복잡하고 답이 나오지 않는 것은 생각할 필요도 없는지도 모른다. 그저 나는 스팀잇에서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이 즐겁고 그 과정에서 보상이 달러로 찍히는 것도 꽤나 재미있는 일이고 (나중에 이것이 현실적인 가치가 될지는 모르겠으나) 무엇보다 스팀잇을 통해 많은 것을 배우고 있으니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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