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팀은 우리 팀이오~!"

슬기로운 센터 생활

by 이지선

얼마전 센터에서 송년 모임을 하면서 발표할 기회를 가졌다. 내가 센터 입주팀들에게 강조한 것은 '기록을 남기라'는 것이었다. 우리의 일상은 소중하다. 순간 순간이 느낌을 주고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다. 생각과 느낌은 우리를 성장시키는 좋은 영양분이다. 생각과 느낌을 잘 기록하고 정리하는 것이 더 빨리 성장할 수 있는 길이라 믿는다. 덧붙여 생각과 느낌의 기록은 우리에게 뿌듯함과 행복감을 느끼게 해주니 덤으로 얻는 혜택이다.


남들에게 그렇게 얘기하면서 정작 몇 달동안 브런치 글도 제대로 업데이트 못해서 속으로 반성했다. 내년부터는 기록을 남기리라... 생각하다가, 비록 열흘 밖에 남지 않았지만 굳이 내년으로 미룰 일이 아니라는 생각에, 오즈 인큐베이션 센터의 기록을 시작한다.


------------------------------------------------------------------------------------------------------------------------


오늘은 경기도 창업지원과에서 보도자료를 배포하려고 준비하고 있었다. 마침, 우리 센터 입주 기업에 관한 내용이었기에 아침부터 서둘러 경기도에 자료를 작성해서 보냈다.


얼마전 (방송일 기준으로는 어제 발표된) 있었던 <도전! K-스타트업 2018>에서 센터 입주기업인 이너보틀이 1등을 차지해 대통령상을 수상했다는 자랑스런 내용이었다. K-스타트업은 중소벤처기업부를 비롯해 교육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토부 등 정부기관이 공동으로 운영하는, 국내 최대 규모의 스타트업 경연대회다. 100여국이 넘는 나라에서 5,700 팀 정도가 참가를 해서 경연을 펼치는 자리에서 1등을 했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다.


이너보틀(http://www.innerbottle.com/)은 친환경 용기 솔루션을 제공하는 기업이다. 누구나 화장품을 사용하면서 용기 바닥에 남아있는 내용물을 끝까지 사용하지 못해 용기를 뒤집어도 보고 플라스틱의 경우 가위로 잘라도 본 경험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아까운 화장품을 다 사용하지 못한다는 것도 문제이지만, 바닥에 내용물이 남아있는 화장품 용기는 버리기도 어렵다. 원칙적으로는 물로 내용물을 씻어낸 이후에 버리는 것이 맞지만, 여간 귀찮은 일이 아니다.


이너보틀은 이 문제를 해결하는 기업이다. 화장품 용기안에 실리콘 소재의 탄성 파우치를 넣는 방법을 찾아냈다. 화장품을 탄성 파우치에 담아 기존 용기에 넣어서 내용물을 사용함에 따라서 탄성을 가진 파우치가 점점 줄어들어 마침내 다 쓰면 용기 입구까지 줄어든다. 내용물을 거의 다 사용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다. (잘 이해가 안가시는 분들은 유투브 동영상 참조)


올해 1월, 이 아이디어를 가지고 이너보틀 팀이 센터 입주 신청을 했을때, 모두가 기막힌 아이디어에 감탄을 했다. 하지만 정말 뛰어난 것은, 아이디어만 가지고 겨우 실험 단계에서 입주한 이 팀이 지난 10개월간 보여준 놀라운 실행력이었다. 이너보틀은 기존 화장품 용기를 만드는 공정 안에 탄성 파우치를 담아 용기에 끼우는 과정을 결합시켰다.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였다고 해도 이 공정을 위해 추가로 많은 설비 투자를 해야 한다거나, 혹은 기존 설비를 교체해야 하는 것이었다면 이렇게 빨리 실현되지는 못했을 것이다.


화장품 브랜드 미샤와 파일럿 프로젝트를 멋지게 완성시키며 '이너보틀'을 세상에 탄생시키더니, 이번에는 재생 종이로 용기를 만들었다. 탄성 파우치 뿐아니라 외부 용기까지 '친환경' 소재로 만들었다. 친환경 용기 솔루션의 완성이라고나 할까.


이너보틀이 K-스타트업 예선을 통과했다는 소식을 들었을때, 최소 3위 안에는 들게 될 것이라 예측했다. 아이디어와 실행력이 너무 좋은 팀인데다가 최근 전세계적인 이슈인 '환경'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는 팀이니 더욱 승산이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놀랍게도 1등을 차지했고, 이 기쁜 소식을 경기도에 전하니 보도자료를 배포해서 자랑을 좀 하자는 의견이 있었다. 쑥스러운 일이기는 하지만, 너무 기쁜일이니 즐거운 마음으로 보도자료를 작성했다.


오늘의 해프닝은 보도자료를 경기도에 보낸 이후에 일어났다. 보도자료를 막 보냈는데 벌써 이너보틀 기사가 올라왔다. 그런데, 제목이 좀 이상했다. '경기혁신센터 보육기업 이너보틀 K-스타트업 2018 대통령상 수상'으로 되어 있었다. (물론 경기혁신센터 역시 경기도가 운영하는 것이기는 하지만 담당 부서가 다르다...) 경기도에서는 이게 어떻게 된 것인지 되려 우리에게 물어 보았다. 보도자료를 배포한 경기혁신센터가 답해야할 질문이었다.


센터 보육팀이 수상을 하거나 크게 성장한 일은 기쁘고 보람있는 일이다. 단순히 정서적인 측면 뿐 아니라 분명 '성과'라 할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사실과 다르게 보도자료를 배포하는 일은 아무래도 이해할 수 없었다.


처음엔 솔로몬 왕이라도 찾아가 '이 팀이 우리 팀이오!' 외쳐야 할까 생각했지만, 돌이켜 보니 부끄러운 생각이 들었다. 스타트업은 세상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혁신을 고민하고 아이디어를 실현할 방법을 찾기 위해 분주한데 그 팀을 돕는 역할을 해야하는 우리는, 겨우 자랑거리를 뺏고 뺏기며 힘을 빼고 있으니 말이다.


나도 그만, 아이를 놓아 주어야 겠다. 이너보틀이, 원하는 대로 전세계를 누비며 Green Earth를 위해 마음껏 활보하는 그 날을 바랄 뿐이다.




* 기록을 위한 자료들;

- 이너보틀 관련 기사 _'탄성파우치 개발 이너보틀"

- 결과적으로 오보인 '경기혁신센터 보육기업 이너보틀....'

- 이를 정정하기 위한 경기도 배포 기사 '이너보틀, 도전 K-스타트업 2018 대통령상 수상'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퍼블리 원고를 마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