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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선 Jan 04. 2019

슬기로운 창업 생활을 시작하며

공시생을 창업으로! 


대학을 졸업하고도 하루 10시간 이상 공무원 시험공부를 하는 공시생이 44만 명에 이른다고 한다. 20대 꽃 같은 시기를 학원을 전전하며 공무원 시험 준비를 하는 나라, 안정적인 미래를 위해 현재를 속절없이 희생하는 사회에 과연 희망이 있는가? 


우리의 미래를 책임질 청년들이 좀 더 도전적이고 발전적인 일에 매진하기를 바란다. 그런 의미에서 공시생들 모두 창업의 길로 안내하고 싶다. 공시생들이 들으면 꼰대 같은 소리라고 비난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들이 나약하다거나 안정성만 찾는다고 헐뜯을 마음은 눈곱만큼도 없다. 나도 90년대생의 부모이다. 교육 현장이 신뢰를 잃고 입시가 왜곡되어 좋은 직장의 대물림 수단으로 쓰이고 있음도 이해한다. 각자도생의 사회에서 그래도 믿을 곳이 '공무원' 밖에 없다는 점도 정서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그럼에도, 공시생들이 학원에서 참고서를 외우고 시험문제를 푸는 대신 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방법을 찾고, 현실에서 만들어내기 위해 노력하는 창업가의 정신, 그 의지를 갖게 되기를 바란다. 적어도,  그런 경험을 통해 기업가 정신을 갖춘 공무원이 되기를 바란다. 


2017년부터 판교 스타트업 캠퍼스에 위치한 오즈인큐베이션센터에서 많은 스타트업을 만났다. 그들의 '도우미' 역할을 하며 많은 것을 접하고 배웠다. 성과도 제법 있어서 회사를 만들고 1년 이내 100억 이상의 기업 가치를 인정받아 시리즈 A 투자를 받는 팀도 있었고, 매년 정부부처 통합으로 진행되는 'K-스타트업' 창업 경연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한 팀도 나왔다. '아직' 주목할 만한 성과를 내지는 못했지만 어려운 길을 뚜벅뚜벅 걸어가는 스타트업도 많이 있다. 


그들을 보며 나 또한 많이 배웠다. 각 팀이 바라보고 있는 다양한 산업 분야의 문제점들, 새로운 기술이 약속하는 놀라운 세상에 대한 이해는 언제라도 배움의 기쁨을 안겨 준다. 무엇보다도, 백지상태에서 길을 찾기 위해 무한 노력하고 고민하는 스타트업의 에너지가 옆에 있는 내게까지 전달돼 일상에 활기를 전해 주었다. 


누구나 활기차게, 에너지 가득한 일상을 살고 싶어 한다. 비록 사회는 불평등 구조가 깊어가고 누군가에 기댈 곳 없이 각자도생 하며 살아가야 하는 각박한 곳이 되고 있지만 새로운 씨앗을 심으려는 창업가들의 마음 만으로 공기가 정화되는 것 같다.


'스타트업'은 사회의 문제를 보다 더 건전하고 활기차게 해결하고 그를 통해 고객을 확보하여 성장을 이루려는 꿈에서 시작된다. 암기와 시험, 재수, 삼수, 실업, 백수처럼 미세먼지 가득한 창밖을 보듯 답답하기만 한 현실에서 꿈꾸는 것만으로도 먼지를 날려 보낼 수 있을 것 같다.


그리하여, 막연하게나마 창업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길을 안내하는 가이드로서 '슬기로운 창업 생활'을 소개하려 한다. 인큐베이션 센터에서 만난 스타트업, 그들과 부딪치며 배운 것들을 정리해보려는 것이다. 모든 팀의 이름은 가명으로 했다. 에피소드 또한 '다큐멘터리'는 아니다. 때로 경험을 섞기도 하고 보태기도 했다. 그래도 최대한 솔직하고 담백하게 스타트업이 겪는 일들, 어려움을 헤쳐나가는 과정을 적어 볼 생각이다. 스타트업이 누구에게나 '해봄직'한 일임을 말해주고 싶다. 물론 막연한 동경을 조장하는 '꿈팔이'가 되고 싶지는 않다. 스타트업, 창업 - 어떻게 표현하든 그 일이 험난하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을 것이다. 


먼저 길을 떠난 사람들의 발자국이 뒤를 따르는 사람들의 이정표가 될 것이라 믿는다. 80여 개 팀을 가까운 곳에서 지켜보며 싹 틔우고 잎이 무성 해지며 꽃 피우는 과정을 함께한 경험이 도움이 되기를 바랄 뿐이다. 


다만, '성공사례'가 풍선처럼 가슴 설레게 하다가 정작 손을 대면 터져 버리는 꼴이 되지는 않기를 바란다. 아주 초창기 스타트업과 함께 한 경험에 비추어 볼 때 성공사례가 그렇게 많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무엇보다 '성공'이나 '실패'가 결론이 아니라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방향을 정하고 길을 만들며 가는 과정에서 무수히 많은 작은 성공이 있고 작은 실패가 있다. 작은 성공은 좀 더 달려 나갈 수 있게 해 주고 작은 실패는 걸림돌을 만들어 걸음을 더디게 만든다. 한 번의 성공으로 목표한 바를 이룰 수 없다. 조금씩 조금씩 앞으로 전진할 때 어느새 목표지점에 이르게 되는 것일 뿐. 마찬가지로 한 두 번의 실패로 가던 길을 멈춰야 하는 일은 없다. 쌓이고 쌓여 그 여정을 계속할 힘을 잃게 됐을 때 그만두게 되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조금은 더 손쉽게, 부담 없이 창업하고 시도하고, 그 과정에서 성과를 거두고, 많은 것을 배우기를 바란다. 그들에게 길잡이로 도움이 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기쁠 것 같다. 


44만 공시생을 창업의 길에 함께 하기를, 적어도 창업 정신을 '장착'하게 되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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