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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선 Aug 25. 2019

주말을 보내는 방법

산남일기 #11

이사 온 지 세 달째. 주말마다 뭔가 바빴다. 텃밭, 꽃밭 돌보랴 밀린 집안일 하다 보면 주말이 더 고단했다. 이번 주말은 집에서 쉬자는 게 남편과의 약속이었다.


어제는 동네 (옛날) 이장님 댁에 갔었다. 이 집을 지을 당시 마을 이장님이어서 여러 가지 도움받은 인연으로 인사하고 지내는 사이다. 남편이 손바닥만 한 텃밭 자랑을 했더니 와서 야채 좀 가져가라 하셨단다. 사양할 일이 아니다 싶어 다녀왔다.



가지며 깻잎, 고추 등을 얻어왔다. 호박잎을 따주시며 ‘서울 사람들은 이런 거 못 먹지..’ 하셨다. 억세지 않은 어린잎들만 골라 주셨다.  


일요일인 오늘은 아침에 화분, 꽃밭 물 주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했다. 아들은 서울 나가고 (역시 젊은이는 도시를 좋아한다), 우리는 아침 먹고 심학산에 올랐다. 마을 뒤 편에 심학산 오르는 길이 있다. 높지는 않아도 계곡이 깊고 경사도 적당해서 30분 등산 코스로는 딱이다.


땀 빼고 씻고 점심해 먹었다. 나가서 먹을까도 생각했지만 어제 이장 댁에서 얻어온 채소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으니 그냥 집밥 먹기로 했다.


난생처음 노각 무침을 했다. 예전에 먹어본 적은 있지만 일부러 장에서 사 온 적은 없었다. 살짝 소금에 절였다가 꼭 짜서 고추장 고춧가루로 무쳐내면 된다. 아삭함과 시원함이 포인트. 가지나물과 노각무침을 넣어 슥슥 비벼 먹으면 맛있겠다.



뭔가 기름 냄새가 필요할 것 같아 냉장고를 털었다. 호박, 양파, 고추 채 썰어 전을 부쳤다.


호박 쌈과 생노각과 풋고추를 썰어 곁들였다. 그렇게 차린 밥상. 무척 시골스런 밥상이 마음에 든다. 내세울 것 하나 없는 메뉴이지만 모든 것이 맛있다.


밥 먹고 산에서 내려오는 길에 주어 온 떡갈나무를 엮어 장식을 만들었다. 벽에 붙여 놓으니 제법 근사하다. 코바늘 만다라 뜨개와도 잘 어울린다.



네스프레소 머신으로 커피 뽑아 얼음 넣어 마시니 시원하고, 편안하다. 노곤하다. 삼십 분쯤 낮잠 자며 편안했던 주말을 음미해야겠다. 그래, 주말엔 이렇게 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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