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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산남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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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선 Dec 31. 2019

곰국을 끓였다.

산남일기 #22

겨울엔 곰국을 끓인다.


소 뼈를 넣고 뭉근히 오랜 시간 끓여서 낸 국물은 파를 넣고 밥을 말아 김치 얹어 먹으면 맛있고 든든해서 겨울 강추위를 이겨낼 힘을 얻는다. 여름에도 좋지만 역시 곰국은 겨울의 음식이다.


사골로 끓이면 우윳빛 국물 맛이 고소하고 담백하지만 우리 집 취향은 좀 더 하드코어 쪽이다. 우족을 좋아한다. 조금 더 걸쭉하고 기름진 맛을 낸다. 덤으로 우족의 콜라겐을 먹는 맛도 빼놓을 수 없다.


곰국을 끓이는 과정은 그리 간단치 않아서, 효율성만 따지면 설렁탕집에서 포장해서 먹는 게 나을 수도 있다. 그래도 한두 시간에 뚝딱 만들 수 없기에 마음먹고 만들게 되고, 그렇기 때문에 더욱 의미를 지닌다.


2020년을 맞이하면서 어떤 음식을 준비할까 고민하다 곰국으로 정한 것도 '마음먹고' 한번 만들어 보자는 뜻도 있었다. 우족과 잡뼈를 사다가 물에 담가 피를 뺐다. 보통은 자기 전에 담가 아침부터 끓이는데 어제는 마음이 바빠 점심때쯤 피를 빼기 시작했고 8시부터 곰국을 끓였다. 처음 끓여낸 물은 깔끔하게 버리고 두 번째부터 양파 하나 대파 하나 넣어서 2시간 넘겨 끓인다. 이렇게 세 번. 각기 끓인 곰국의 농도가 달라 마지막에는 모두 한 번에 넣고 끓여낸다. 날짜를 넘겨 오전 1시 반까지 끓이다가 마지막은 오늘 아침에 마무리 지었다.



이제 곰국이 완성되었다.


저녁엔 육전도 부쳐서 2019년 한 해 고생했던 가족들과 나누며 새해를 기다릴 생각이다.


정성으로 2020년을 맞을 준비를 한다. 2019년은 곰국을 끓이듯 핏물 빼고 여러 번 국물을 우리며 2020년을 준비한 한 해라 믿는다. 내년은 든든한 한 해가 되기를... 곰국을 퍼주며 다른 사람들에게도 힘이 되는 한 해를 보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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