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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선 May 22. 2016

해물라면 인기 비결은?

미물일기 (3) 미친물고기 백스테이지 인기 메뉴

미친물고기 백스테이지, 식당 운영 한 달 반. 최고 인기 메뉴는 뭐니 뭐니 해도 해물라면. 

4월 영업일수 16일 동안 185그릇이 팔렸다. 5월에도 역시 그쯤. 하루에 열 그릇 이상이 팔린 것인데 16 자리가 전부인 식당에서 그 정도면 꽤나 많이 팔린 것이다. 


'많이' 팔린 것도 중요하지만 해물라면에 대한 평가는 더욱 놀랍다. 

IT 전문 A 출판사 대표님은 "중학교 이후 최근 몇십 년간 먹어본 라면 중에 최고다"며 국물 한 방울 남기지 않고 모두 비우셨다.

까다로운 평가를 내리기로 유명한 P 씨도 해물라면이 맛있다며 레시피의 비밀을 꼬치꼬치 물었다.


주방이모의 입장에서는 맛있는 거 잔뜩 내놓았는데 마지막에 해물라면에 극찬하는 소리를 들으면, 살짝 기운이 빠지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다른 것도 맛있지만..."이라는 수식어에 만족하기로 했다.


어쨌든 해물라면은 우리 식당의 대표 메뉴로 자리 잡았다. 가격도 6천 원으로 적정한 편이다. 


식당 오픈 준비를 하면서 점심과 저녁 메뉴를 분리하기로 정했다. 점심 메뉴로 가장 먼저 떠올린 것이 해물라면과 회덮밥(회 비빔밥)이었다. 가장 만들기 쉬울 것 같아서이다. 


특히 해물라면은 간혹 집에서도 해물을 넣어서 라면을 끓였을 때 국물 맛도 좋아지고 면발도 쫄깃해졌던 경험이 있던지라... 적절한 가격만 붙이면 '필패' 메뉴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문제는 해물의 조합과 라면의 선택이었다. 해물은 많이 넣으면 맛있겠지만 가격과 조화를 이루는 적정 선이 있으므로 그걸 찾는 게 필요했다. 해물라면 메뉴에 맞는 레시피를 찾기 위해 여기저기 검색을 했었는데 제주에는 문어 한 마리를 통째로 넣은 해물라면이 인기를 끌고 있었고 가격도 만원이 넘는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직장인 대상의 오피스텔 지하에서 만원이 넘는 라면이 과연 먹힐지 자신이 없었고, 문어 한 마리를 넣는 것도 현실적으로 맞지 않아 럭셔리 버전은 포기. 국물 맛을 위한 조개/홍합과 비주얼과 맛을 위한 게와 새우의 적정량을 찾아내기 위해 다양한 조합으로 라면을 끓여 보았다. 물론 실험에는 라면의 종류를 바꾸는 것도 포함됐다. 신라면, 삼양라면, 진라면, 안성탕면 등 이것저것 라면을 바꿔보기도 했다. 


해물라면을 먹으며 손님들이 가장 많이 논쟁을 하는 것은 라면이 무엇인지를 맞추는 것이다. 의외로 한 번에 맞추는 손님은 많지 않았다. '안성탕면'이라고 추측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우리 오피스텔에 농심과 손잡고 라면수프 개발을 하는 식품회사가 있다고 했다. 그 회사의 직원들이 단체로 와서 메뉴를 골고루 먹어 보고는, 특히 해물라면 맛에 감탄했다. 윗 분 들 맛보게 한다며 냄비를 가져와 싸가지고 간 적도 있다. 


해물라면이 이렇게 인기를 끄는 것은, 국물 맛이 시원하고 면발이 쫄깃하기 때문이다. 아, 먹어봐야 맛을 아는데... 표현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특별한 레시피를 묻는 사람들이 많아 공개한다. 


1) 라면은 삼양라면을 쓴다

2) 해물은 홍합 (없을 땐 바지락), 냉동 절단 꽃게, 새우를 넣는다

3) 물 (계량컵으로 550ml 정확하게 넣는다)을 끓인 후 해물을 먼저 넣는다. 

4) 수프를 넣고 면을 넣고 타이머로 정확하게 4분 끓인다. 

* 간혹 여유가 있을 땐 고추나 파를 썰어서 넣어 주기도 하는데 바쁜 점심엔 무리! 


특별한 건 없다. 라면 레시피에 충실하고 해물을 적지 않게 넣었다는 것이 비법이다. 


우리 식당 대부분의 메뉴는 특별한 비법이 없다. 원래 셰프가 아닌 사람들이 직접 해보고 찾은 레시피라서 신선한 해산물을 예산이 허락하는 한 충분히 넣고 맛을 내기 위해 이상한 재료나 기교 부리지 않고 본연의 맛을 살리게 만든 것이 전부다.


기본에 충실한 것만으로 훌륭한 맛이 나오는 게 음식인 것 같다. 특히 해산물은 더욱 그렇다. 하긴 어디 음식뿐이랴.. 살아가는 일이 기본에만 충실해도 좋은 것을... 기본을 줄이기 위해 이상한 쪽으로 힘쓰다가 삐끗하는 경우가 더욱 많지 않던가. 해물라면 끓이며 참 많은 것을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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