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지선 May 15. 2016

나는 지금 꿈꾸고 있는가?

미물일기 (2) 미친물고기 식당 운영 한 달째 소감

지난주 역시 정신없이 움직였다.

저녁 시간엔 예약이 이어져 북적였다. 손님 중엔 반가운 지인들도 있었고 문 연지 한 달 된 식당에 벌써 몇 번씩 방문해준 '단골'도 생겼다.


나를 잘 아는 사람들은 미친물고기 백스테이지 방문 후 두 가지를 이야기한다. 첫 번째는 의외로(?) 음식이 맛있다는 것이고 두 번째는 '정말 힘들겠다'이다. 둘 다 내게는 힘이 되고 위안이 되는 얘기다.


초보 주방이모로 식당 운영 한 달째 - 대략 이렇게 하루를 보낸다.


"아침 9시에 노량진 장 보러 갔다 와서 점심 준비하죠. 점심시간이 끝나는 2시쯤에 식당 정리하고 간단하게 점심 먹고 저녁 준비해야죠. 예약인원에 맞춰 노량진에 다시 가서 저녁 장을 봅니다. 물론 그 사이에 회사 운영에 필요한 일들 처리해야죠. 은행업무며 이메일 보낼 거며 기타 등등. 저녁 장 보고 와서는 저녁 준비하죠. 대개 6시, 6시 반부터 손님들이 오면 주문받고 음식 내느라 정신이 없죠. 8시 반 정도에 대략 한 숨 한번 돌리죠. 어떤 땐 9시 조금 넘어 정리가 되고 어떤 땐 11시까지 이어집니다. 마무리하고 집에 오면 샤워하고 간단하게 과일 등으로 요기하고 잠자리에 드는 거죠. 그 다음날 해야 할 일들을 되뇌며..."


내 하루 일과를 종종, 가보진 않았지만 '신병 훈련소'에 비유한다. 군기 충만한 신병처럼 주방이모의 본분에 충실히 지내고 있다.


'해물라면 끓이는 주방이모'


누군가 물었다. "이 힘든 걸 왜 시작한 거냐"고.


식당? 솔직히 말하자면 '먹고살려고' 시작한 거다. 회를 좋아해서 '재밌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한 '미친물고기 O2O 사업. 신기하고 재미는 있었지만 수익 모델이 '수수료'에 집중된 모델로는 회사 운영은 어려운 상황이었다. 노량진 수산시장의 싱싱한 회를 주문하고 배달해서 먹는 서비스는 신선하다는 평가도 받았고 실제 고객들로부터 만족스러운 피드백을 받았지만 그 매출로는 서비스 운영을 위한 조직과 더군다나 스마트폰 앱 운영에 필요한 경비를 충당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O2O 서비스들이 생겨냐고 주목을 받고 있지만, 과연 다른 O2O들이 지속 가능한 수익을 벌어들이는지 잘 모르겠다. 어쨌든, 미친물고기는 지난 일 년간 사용자, 매출 면에서 꾸준히 성장했지만 결코 '지속 가능한 순매출'을 거두지 못했다. 물론 O2O처럼 새로운 서비스가 자리 잡는데 시간이 걸린다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그 '시간'이 얼마가 될지, 과연 그 시간까지 조직이 버틸 수 있을지 알 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O2O의 대명사 '배달의민족'처럼 범용성이 있는 서비스도 아니었고 그만큼 투자가치가 있는 부분도 아니니 투자를 받기도 쉽지 않겠다고 판단이 되었다.


오프라인 매장을 내야겠다고 생각한 건 '매출의 한계'가 컸기 때문이었다. 또한 플래그십 스토어처럼 오프라인에서 직접 고객들을 만나면서 미친물고기의 가치에 대해 더 잘 알릴 수 있는 공간, 혹은 계기도 필요하겠다고 생각했다.


문제는, 과연 할 수 있을까 였는데, 어쨌든 저질러 보자는 것이었다. 무작정 시간을 기다리며 그 자리에서 맴돌고 있을 수는 없을 테니까...


미친물고기 식당은 원래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반응이 좋았다. '먹고살겠다'는 노력에 위로해주기 위해 찾아준 지인들의 격려 덕이기도 하겠지만, 해산물을 좀 더 깔끔한 분위기에서 적정한 가격에 즐기고 싶은 수요에 부응한 측면도 있는 듯하다.


힘들고 어렵게 식당을 운영하는 이유가 먹고살기 위한 것은 맞지만, 식당을 통해 온라인에서 오프라인으로 한걸음 내딛으며, 원래 생각했던 미친물고기 서비스의 확장에 대해서 좀 더 굳건하게 그림을 그리게 된 것도 사실이다.


미친물고기 백스테이지를 기반으로 본격적인 오프라인 스테이지를 만들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하지만 일반 프랜차이즈 모델과는 다른 방식으로 접근할 생각이다. 단순히 프랜차이즈를 늘려 매출의 규모를 키우는 것이 사업의 핵심은 아닌 것 같다. 사람들이 해산물을 즐기는 '회식 생활'을 좀 더 맛있게, 깔끔하게 즐길 수 있는 서비스가 본질이다. 사실 이런 꿈은 지난 일 년 동안 스마트폰 앱으로 미친물고기 서비스하면서도 몇 번이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머릿속으로 그려보는 뭉게구름 같은 미래상이 오프라인을 통해 실제 고객을 만나다 보니 훨씬 구체적인 지도가 되고 나침반이 된 느낌이다. 매일 고객과 만나면서 매일 매일, 온몸으로 배우면서 말이다.


해서 당분간 나의 고된 노동은 계속되겠지만, 돌아설 수 없는 길을 나섰다. 다행스러운 건 난 그 어느 때보다도 생생한 꿈을 꾸고 있다는 사실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식당 운영 열흘차 단상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