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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선 May 27. 2016

페이스북 타임라인과 식당

미물일기 (4) 세상을 읽는 창

요즘은 웬만큼 오랜만에 만난 사람도 낯설지 않은 경우가 많다. 직접 만나지는 못해도 페이스북에서 친구를 맺어 서로의 일상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철없던 시절 우정을 나눴던 학교 동창이든 회사를 함께 다녔던 직장 동료이든, 한 두 번 얼굴을 본 정도의 지인이든, 혹은 아주 잘 아는 절친이라도 페이스북 타임라인을 통해 보이는 모습은 새롭다. 학교를 졸업한 지 삼십 년이 넘은 대학 동창이 후덕한 모습으로 가족들과 보내는 시간들을 함께 보며 설익었던 우정도 함께 익어가는 것을 느낀다. 몇 번 인사만 건넨 사람이 나와 취향과 생각이 비슷함을 느낄 때 친근함은 한 층 더 깊어진다. 친구의 친구로 페이스북에서 만난 순수 '페친'의 아들 딸이 얼마나 재롱을 피우는지를 안다는 것도 참으로 재미난 일이다.


물론 페이스북 타임라인에 떠오르는 삶의 조각들이 때론 과장되고 왜곡도 될 수도 있다. 순간을 통해 그 사람을 모두 이해했다는 것도 어불성설이겠지만 어쨌든 그런 순간순간들이 모여 사람의 인생이 되는 것이니, 페

이스북이 아니었더라면 나눌 수 없는 순간을 나누는 것만은 분명하다.


식당 운영 두 달 여. 친구들, 지인들과 '저녁자리'의 맥이 끊어진 셈이다. 물론 친구들이 나를 보기 위해 식당을 찾아 주지만 자리에 편하게 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아니니 이전과는 사뭇 다르다.



비록 친구들과의 유쾌한 술자리를 갖지는 못하지만 난 미친물고기 식당을 찾는 손님들을 통해 세상 돌아가는 일들, 사람들의 생각들을 읽게 됐다. 그것은 페이스북 타임라인과 무척 닮았다.


나와 무척 친했던 지인이 회사 동료, 상사와 식당을 찾았다. 나는 동료들과의 대화를 타임라인처럼 스치며 그가 조직 내에서 분위기 메이커이며 상사의 인정을 받고 있음을 알게 됐다. 그와의 만남 만으로는 알 수 없는 또 다른 모습을 아는 재미가 있었다.


대한민국 굵직한 IT 회사들에 투자하며 엄청난 금액을 벌었다고 식당이 떠나갈 듯 얘기하는 손님들을 통해서 우리 사회의 가치는 '돈'이구나 다시 한 번 느꼈고 요즘 뜨는 주식 종목에 대해 분석하는 얘기를 들을 때는 주식을 해봐..라고 1초쯤 생각했으나 곧이어 (전복 마늘구이를 열심히 만들다 보니) 어떤 종목이었는지 잊어버리기도 했다. 연인처럼 보이는 손님들의 대화도 예전 내 인생의 한 때를 떠오르게 했다.


원래 잘 알던 사람들이거나 처음 본 사람이거나 손님들은 내게 세상 흐름을 전해주는 타임라인이다. 대부분 우리 식당에서 술잔을 부딪치며 유쾌한 웃음을 뿌려주는 것이 고마울 따름이다.


페이스북에서 만큼은 '좋아 보이는 순간'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것처럼  '미친물고기' 타임라인에서 만큼은 모두 행복하기를.... 살아가는데 작은 행복을 주는 맛있는 음식을 만들며 오늘도 나는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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