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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선 Jun 27. 2015

Buttertoffee 커피에 대하여...

익숙함을 떨치지 못하는 내 오랜 습관

커피는 내 오랜 취미이다. 

사실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커피를 마셨다. 그 땐 물론 인스턴트 커피에 설탕과 '프림'을 듬뿍 넣어 마셨다. 대학교 때부터 직장인이 되는 동안 맛없는 자판기 커피가 잠시 쉬어가는 순간의 친구가 되었다. 


커피는 기호품이기도 했지만 '여유로운 삶'의 상징과도 같았다. 직장인 시절, 결혼 후 집안 일과 회사일을 동시에 하느라 숨이 턱에 막힐 때 동병상련의 여자 선배들과 늘 '커피 향에 배인 일상'을 꿈꾸곤 했다. 


그 일상은 이런 것이었다. 아침에 커피 내리는 향을 맡으며 청소를 마치고 식탁에 앉아 살랑거리는 바람결에 커튼이 기분 좋게 들썩이는 것을 바라보며 예쁜 잔에 커피 한 잔 따라서 마신다. 커피 마시는 동안 여유롭게 하루를 계획하고, 고마운 사람들을 떠올리는, 그런 반짝 반짝 빛나는 일상이었다. 물론 그런 것은 현실에는 없었다. 평생 한 번쯤 아침에 여유 있게 커피를 내렸을 지언정 그 날은 아마도 추워서 창문을 열어놓지 못했거나, 창을 열어 살랑거리는 바람이 들어올 정도의 기분 좋은 날씨 였다면 계절에 맞는 커튼을 준비하지 못했을 것이다. 


일상이 늘 호떡집 불난 듯이 투닥 거려도 늘 커피는 내 곁에 있었다. 이전처럼 자판기 커피를 자주 마시지 않게 되었고 에스프레소 머신이 만들어낸 '아메리카노'를 즐기게 되었다는 것이 변했다. 물론 핸드립으로 내린 커피를 마시는 호사를 가끔씩  누리기도한다. 


커피를 그렇게 좋아하지만 내가 좋아하는 맛을 고집하지는 않는다. 커피 맛을 미세하게 구분하지 못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오래 마시니 커피는 다 좋았다. 가끔씩 인스턴트 믹스 커피가 그리울 때도 있을 만큼 정선이 빠진 싼 맛에도 정이 들었다. 굳이 하나 꼽으라면 '하와이언 코나' 커피를 좋아하지만 흔하지도 않고 너무 비싸기도 해서 어쩌다 기회 닿을 때 한 잔씩 마시는 것으로 만족한다. 


내가 꼭 한 가지 커피를 고집하던 때가 있었다. 2002년 LA에서 유학할 때였다. 워낙 커피 종류가 많은 그 곳에서 약간 향이 첨가된 커피를 마셔 보았는데 너무 좋았다. Buttertoffee 커피. Don Francisco 회사에서 만든 것이었는데 캔에 들은 커피를 사서 커피메이커에 내려서 마셨다. 4년 내내 집에서는 주로 이 커피만 마셨는데, 서울에서는 찾기 어려운 향이었다. 유학 생활을 접고 서울에 돌아올 때 몇 캔 사와서 먹었고 2008년 우리 남편이 LA로 잠시 나가서 일을 하게 되자 다시 사서 나르며 이 커피를 마셨다. 2011년 돌아올 때 여러 캔을 사가지고 와서 냉동실에 두고 마셨다. 간혹 그 후로도 미국 갈 일이 있으면 몇 개씩 사다 날랐다. 이제 마지막 캔을 땄다. 


이제 이 것을 비우면 그냥 다른 커피 마셔야겠다고 생각했지만, 서운했다. 벌써 십 년도 넘었으니... 어느 덧 습관이 되었나 보다. 


이제 세월이 좋아졌다. 아마존닷컴에서 직구를 하면 된다. 오늘 벌써 아마존에 들어가서 카트에 넣어 두었다. 조만간 직구 해서 몇 통 냉동실에 넣어두면 된다. 


새로운 것보다 익숙한 것을 고집하는 것은 나이가 들었다는 증거다. 그런 것 같다. 커피 하나도 익숙한 것, 습관이 된 것을 벗어나고 싶지 않으니 말이다. 그러나, 커피 정도이니 그냥 벗어나지 않고 습관에 따라도 어떠랴 싶다. 모든 것이 너무 빨리 변해 숨이 찰 것 같은 시대에, 그냥 변함없는 내 것 하나쯤.. 괜찮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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