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지선 Feb 22. 2017

해변가 온천마을로의 여행

아타미 (Atami) 여행기 (1)

한 달 전쯤 일본 여행을 계획했는데 왜 아타미(Atami)를 목적지로 정했는지는 잘 모르겠다. 근사한 풍광을 담은 사진을 본 적이 있다든지, 감명깊었던 책이나 영화의 배경이었다든지, 일년에 한번 있는 '생일 여행지'로 택할 만한 그럴 듯한 이유를 가진 곳이 아니었다. 사실 이전까지는 아타미라는 곳을 모르고 있었다. 단지 추우니까 온천을 가볼까 생각했고 후쿠오까 비행편이 마땅치 않아 도쿄에서 가깝다는 하꼬네를 찾아보다가 우연히 아타미를 알게 됐다. 아마도 해변가 온천마을, 해산물이 풍부하다는 것 때문이었으리라...


결과적으로 이번 여행은 새로운 경험으로 가득했다. 도쿄를 여러 번 다녔지만 기차를 타고 다른 지역을 찾는 대담함은 부족했다. 늘 이틀, 사흘 뿐인 시간이 그런 시도를 해볼 엄두도 내지 못하도록 막아섰다. 인천공항에서 나리타 공항으로, 그곳에서 나리타익스프레스 타고 도쿄역으로, 다시 신칸센을 타고 아타미 역으로 열시간 가량 걸려 작고 아담한 도시를 찾에 도착했을 때는 마치 일본에 처음 와 본 듯한, 그야말로 일본스런 느낌 그대로였다. 도쿄는 글로벌 도시인 반면, 아타미는 일본사람들이 즐겨 찾는 온천 여행지로 늘 겉으로만 바라보던 일본 집에 문을 열고 한걸음 들어선 기분이 들었다.


아타미 역 앞 시장


깃발 관광을 다니듯 빡빡한 일정을 두고 하는 여행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언제나 내가 계획하는 여행은 '자유 여행' 그 자체다. 일어나고 싶을 때 일어나고 배고플때 먹고, 어슬렁 거리다 식당 간판과 앞에 걸린 메뉴 만으로 맘에 드는 식당을 찾아 내는 것은 정말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이다. 지난 여행에선 그렇게 도쿄 긴자에 야끼도리 집과 친숙해 졌고 또 조금은 퇴폐스러운, 하지만 너무나 술꾼 스타일인 바(Bar)도 찾아 내었다.


그런 면에서 이번 아타미 여행은 내 스타일의 충실한 자유여행이었다.


원래 료칸을 찾아 뒹굴거리려 했으나 가격이 만만치 않아 검색하던 중 찾아낸 숙소. 아타미 역 부근의 브리즈베이 시사이드 리조트 (Breeze Bay Seaside Resort)는 사진에 비하면 '속았다' 할 만큼 실제로 시설이 낡은 편이었다. 료칸의 특징인 카이세키 석식이 포함되지 않은 탓에 어쩔 수 없이 나와서 저녁 먹을 식당을 찾아 냈는데, 맛이나 분위기 모두 마을과 잘 어울려 좋았다.


온전히 하루가 주어진 둘째날은 원래 바닷가에서 놀 생각이었으나 호텔 직원의 안내에 따라 아타미에서 기차타고 1시간 반을 달려 '가와즈'라는 곳을 찾았다. 벚꽃축제가 한창이었다. 사실, 내 인생 가장 멋진 벚꽃이었다 말할 수 있었다.


가와즈의 벚꽃


아타미는 오래 전에 개발된 온천 마을이다. 주로 일본 현지 사람들이 즐겨 찾는 것같았다. 우리나라로 보면 온양이나 도고온천 같은 오래된 휴양지인듯. 그런데 알고보니 아타미 뿐아니라 그 일대 해안 마을들 모두 온천수가 나오는 것 같았다. 아타미에서 기차를 타고 남서쪽으로 가다 보면 도시 곳곳에 온천이 있었다.


아타미는 말린 생선이 유명한 곳이다. 생선을 잘 저장하기 위해, 비린내를 없애기 위해 오래전부터 반건조하는 조리법이 발달했다고 한다. 작은 멸치나 벚꽃새우를 밥 위에 얹어 먹는게 특징인데, 짜지 않고 담백한 맛이었다.



도쿄처럼 큰 도시는 온갖 지역의 명물이 모인다. 대신 그것들이 섞이고 융합하며 새로운 것으로 재탄생된다. 아타미처럼 작은 마을에는 시골스러움이 남아 있었다. 그것이 좀 더 정겹고 소박해 보였던 건, 내가 나이가 들어서인지도 모르겠다.


서울에서 나고 자란 나는 젊었을 때까지도 시골이 불편했다. 여행지를 고를 때에도 많은 것이 갖춰진 도시가 좋았고, 야경이 좋았고, 쇼핑몰을 훑고 다니는 것을 즐겼다. 언제부턴가 시골의 고즈넉한 풍경, 쇼핑몰이 아닌 시장의 소박한 느낌, 약간 촌스러운 것의 정겨움이 좋아지기 시작했다.


그래서인지, 다시 가게 될지는 모르겠으나 아타미 여행은 오래 기억에 남을 것같다.



매거진의 이전글 1박2일 남도여행, 미식일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