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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선 May 07. 2017

고텐바 천연온천 '기라쿠호우'

Tokyo_201704 (2)

내가 일본 여행을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는 온천이다. 온천의 개수나 질적인 면에서 뛰어나다. 대도시인 도쿄에도 '온천'이 곳곳에 있다고 해서 이번 여행 중 하루를 온천을 위해 비워 두었다. 도쿄에서 지하철로 갈 수 있는 곳을 찾아 가려했는데 도쿄에 계신 선배님 인도로 차를 타고 제법 달려서 산 좋고 물 맑은 곳에 다녀왔다.


일본에서 자동차 여행은 처음이다. 차를 타고 고속도로를 달리는데 눈 앞에 산이 가득하다. 말로만 듣던, 사진으로만 보았던 후지산이다. 도쿄 전망대에서 후지산을 '판독'해내는 것과는 느낌이 달랐다. 감탄사를 절로 자아내는 그 위용이라니....



한 참을 달려 천연온천에 도착했다. 제법 큰 단지 내에 호텔과 아쿠아리움, 온천 등 시설이 모여있는 곳이다. 일본 현지에서 이십 년 넘게 살았던 분이 도쿄 인근에서 가장 좋은 곳으로 소개해준 곳이라고 했다. (하코네는 훨씬 더 관광객이 많으니 한적함과 수질, 여러 가지를 볼 때 그럴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온천은 사진으로 담기는 어려우니... 온천물을 끌어와서 데우거나 하는 곳이 아니라 원수를 그대로 사용하는 곳이라고 했다. 과연 물이 좋았다. 다른 설명 필요 있나, 노천탕에서 후지산이 보이는 곳인데... 그것으로 되었다.


목욕을 하고 온천에서 주는 편안한 옷 (우리 식으로 보면 찜질복)으로 갈아 입고 식당으로 갔다. 식당 한 면을 차지하는 커다란 유리창 너머로도 후지산이 보인다. 그렇게 해가 저물 때까지 등대 역할을 하고 있다.



꽤나 오래된 온천을 몇십 년 전에 햄 만드는 회사가 사서 운영한다는 온천이다. 온천 벽면에 적힌 소개 글을 보니 50년 된 이 회사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평균 연령은 70세! 온천 내에 있는 식당에서 서빙하시는 분들도 모두 연세가 많아 보였다. 그래도 친절하고 활기차다. 음식 맛도 훌륭했다. 서울 찜질방 안에 있는 식당들이 대부분 '한 끼 때우는' 정도의 음식 맛이라면, 그에 비하면 정갈한 레스토랑에 비할 법한 맛이다.


창밖에 후지산을 바라보며 독일 생맥주에 닭날개 구이를 먹는 맛이라니... 아, 뭔가 뿌듯하고 행복했다.


고텐바는 도쿄에서 남서쪽으로 (자동차로) 한 시간 좀 넘게 걸리는 곳이다. 온천만을 위해 달려가기에 너무 멀다 싶으면 고텐바에 있는 프리미엄 아웃렛을 둘러보는 것도 좋은 관광 코스다.



서울에서도 시간을 내지 못해 자주 못가는 아웃렛을 도쿄에서 가보게 될 줄이야! 디즈니와 코치가 콜라보해서 만든 작은 지갑 하나 샀는데, 미키마우스를 볼 때마다 뿌듯하다.


언제부턴지 일본이 참 친근하고 익숙하다. 뭔가 신기한 풍광을 구경하기 위한 관광지라기보다는 친구를 만나러 가는 것처럼 편안한 느낌이 든다. 급기야, 여건이 된다면 일본에서 한번 살아보는 것도 괜찮겠다 싶었다. 그러려면 일본어를 해야 할 텐데... 뜬금없이 여행의 마무리는 '일본어 공부를 해야겠다'는 결심으로 정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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