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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선 May 05. 2017

왜 소바에 고추기름을 넣는 것인가?

Tokyo_201704 (1)

연휴가 시작되기 전, 도쿄에 다녀왔다. 올해만 두 번째, 지난 해도 그 정도 되었으니 자주 가는 셈이다. 일본을 갈 때는 늘, '머리를 비우고 배를 채우기'가 목표다. 정통일식은 아니지만 미친물고기 식당 메뉴들이 모두 해산물 중심으로 구성돼 있으니 해산물이 풍부한 일본식당은 교과서인 셈이다. 대를 이어 식당을 하며 '맛'을 보존하고 연구하고 발전시켜가는 일본 식당들은 그 자체로 배움터이다.


이번엔 '해산물'을 강조하지는 않았다. 발길 닿는대로 다녔다. 식당의 성패에 중요한 건 메뉴이고 맛이겠지만 식당의 분위기도 한 몫을 한다. 분위기는 꼭 멋진 인테리어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일본은 좁은 식당들이 많아 인테리어로 멋을 내기에는 한계가 있다. 실제로 일본 식당의 인테리어는 특별한 것이 없다. 밥집이든 술집이든 바 테이블 중심으로 되어 있고 다닥다닥 필요한 것들이 잘 정돈돼 있는 것으로 공간을 대부분 메운다. 그런데도 어떤 집은 주인장의 마음 씀씀이가 느껴지는 집이 있는가 하면 어떤 집은 번잡스럽고 바쁘기만 한 곳이 있다. 어떻게 식당 운영하는 사람들의 마음과 정성을 손님들에게 전달하는지가 내 큰 관심사다.



그렇지만 아무래도 독특한 조합의 메뉴는 바로 눈길을 끈다. 일본에 계신 선배님 소개로 방문한 소바집이 그랬다. 소바로 유명한 식당은 많고 많지만 그 중에 소바를 찍어 먹는 간장소스에 기름과 참깨를 쓰는 집이 있었다. 식당 이름은 '왜 소바에 고추기름을 넣는 것인가?'. 식당에서 먹어보면 안다. 기름과 참깨가 듬뿍 들어간 소바 쯔유가 얼마나 독특한 맛을 내는지.



지점이 여러 곳 있는 식당이라던데 우리가 갔던 곳은 신바시역 뒤편에 있었다. 여느 일본 식당들 처럼 좁다. 카운터 식으로 놓은 바 테이블에 다섯 명 남짓 앉을 수 있고 4인 테이블 2개가 전부다. 국수 양에 따라 대(520g), 중 (370g), 소 (300g)으로 나뉘는데 가격은 모두 같다. 소를 먹어야 마땅할 테지만 여행중임을 감안해 무리하게 중을 시켰다. 열심히 먹었지만 남겼다. 소바는 일반적인 소바 국수에 비해 질긴 편이었다. 탱글한 국수를 기름과 깨소금 범벅인 간장소스에 찍어 먹는 맛이 독특했다. 우리가 방문했을 때는 토요일이라서 그런지 한가한 편이었다. 평일 점심에는 빌딩 밖으로 긴 줄이 서는 곳이라고 했다.


소바를 먹고 나니 숨쉬기 어려울 정도로 배가 불렀다. 역시 '소'를 주문했어야 했다. 다음 코스는 백화점 지하 식품부를 돌 예정. 그러니 이쯤은 배 불러 줘야 한다!


음식을 맛있게 만드는 것만으로는 2% 부족하다. 뭔가 차별화된 포인트가 있어야 관심을 갖는다. 소바 간장에 기름을 넣는 다는 발상은, 그냥 어느 날 하루에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기름을 얼마나 넣을 것인지는 더욱 많은 시험과 실패가 있었을 것. 늘 고민하고 연구해야 한다는 사소한 진리를 다시 한번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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