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지선 Jun 27. 2017

느닷없는 제주여행 요약

201706_제주(1)

2017 스타트업 생태계 컨퍼런스 참가차 제주에 간 김에 주말까지 제주에서 쉬어 보기로 했다.

23일, 첫째 날. 이틀 동안 앉아서 강연을 들었더니 머리가 먹먹했다. 다시 돌아간 스타트업 '업계'를 정리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지만 역시 나이 들어 공부는 너무 힘들다.


금요일 오후에 끝나고 저녁 일정으로 잡은 청수리 곶자왈 반딧불이 축제 (http://jtowelcome.blog.me/221016804052). 용암 숲 곶자왈에 해가 지면 반딧불이 날아다니며 환상적인 광경을 연출한다고 한다. 미리 사전예약을 받았으나 너무 반응이 좋아서 현장에서 선착순으로 볼 수 있도록 참가 기회를 확대했다. 반딧불이 축제는 해가 진 후에 8시부터 약 2.5Km 정도 되는 숲길을 안내자 따라서 걷는 행사이다. 8시 행사에 참가하기 위해서는 6시부터 줄을 서야 한다. 제주 한림읍 청수리 빛센터라는 작은 건물 앞에 긴 줄이 늘어서 차례를 기다린다.


환상적이었던 반딧불이 축제


어릴 적 '시골'의 기억을 가지고 있는 세대에게는 추억을 불러주는 좋은 경험이다. 아이들에게는 신기한 구경거리가 될 것 같다. 하지만 지나친 기대는 금물! 반딧불이 보이기는 하는데 숲 속으로 들어가는 게 아니라 산책로를 걷기 때문에 환상적으로 많지는 않다. 행사 안내에 사용된 이미지가 현실에도 나타날 것이라고 생각하면 크게 실망한다. 하지만, 이제 도시에서는 볼 수 없는 풍광. 마치 별이 내 눈 앞에 떠다니는 것 같은 착각을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낭만적이다. 행사 운영은 정말 어설프다. 동네 주민들이 합심하여 만들어가는 행사, 매끄럽지 않고 서투른 것이 또 다른 매력이라고 생각하는 게 맘이 편하다.


숙소는 애월이었는데 남편 친구가 몇 년 전에 제주에 지은 펜션이었다. '아는 사람'이 펜션을 운영한다는 게 참, 편안했다. 뭔가 비비댈 언덕이 생겨난 느낌. 자주 제주에 오겠다고 제주에서는 생각했지만 잘 모르겠다.


애월의 핫플레이스, 몽상드애월


애월 해변가에 핫한 카페들이 많이 생겨났다. 누가 그렇게 커피를 많이 마실까 싶기도 하고, 제주 하면 회 (혹은 해산물) 이거나 흑돼지를 먹어야지 무슨 제주에 와서 피자, 파스타를 먹을까 생각이 들었지만... 그건 내가 나이 들었다는 반증일 뿐. 파스타에 전복 넣으면 만족하는 '신세대'와 거리가 있음을 다시 한번 느꼈다.


여행에는 역시 먹을 것이 중요하다. 내가 좋아하는 뿔소라, 제철 맞은 한치 실컷 먹고 왔다. 관광객 대상 횟집 대신 조금 허름해도 지역 사람들이 갈만한 횟집들을 찾아다녔다. 역시 제주의 맛은 실망시키는 법이 없다.


제주 모슬포 중앙시장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제주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을 꽤나 자주 했는데, 역시 제주는 놀러 가는 게 최고일 것 같다. 그 눈부신 경치를 매일 마주하면 '일상에서 벗어났다는 설렘'을 느낄 수는 없을 테니까...






매거진의 이전글 왜 소바에 고추기름을 넣는 것인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