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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선 Feb 25. 2018

[검사내전]과 [슬기로운 감빵생활]

2018 Book 01

설 연휴에 [검사내전]을 읽었다. 스스로를 '생활형 검사'라 말하는 현직 검사의 경험담을 엮은 책이다. 페이스북 타임라인에서 여러 번 눈에 띄어 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고 원래 드라마나 영화나 '수사물'을 즐기던 터라 꼭 읽어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한 번 읽기 시작하자 놓을 수가 없었다. 물론 연휴에 가족들이 모였으니 장보고 차례 지내고 등등해야 할 일이 있었지만 할 수 있는 틈틈이 짬을 내어 책을 읽었다. 그만큼 책은 매력적이었다.


범죄는 일탈이다. 누군가는 절박하게, 어쩔 수 없어서, 실수로, 혹은 무심하게, 때론 즐기면서 일탈을 저지른다. 의도가 분명할수록 잡히지 않기 위해 저마다 보호장치를 만들어 낸다. 수사 드라마는 범인들과의 두뇌 싸움, 정의를 지키겠다는 의지로 끈질기게 추적해서 범행을 밝혀내는 과정이 매력적이다. 셜록 홈스처럼 뛰어난 관찰력, 추리력으로 마치 점쟁이처럼 범인의 마음을 읽어내고 헤집어내는 다소 과장된 설정도 재미나다.


그러나 수사물은 거기 까지다. 주인공이 잡을 때까지의 과정을 담는다. 간혹 재판 과정이나 교도소 수감 장면이 나오긴 하지만 주 재료는 아니다.


현실에서는 어떨까? [검사내전]은 거짓말 하는 범인들과 어떻게 두뇌싸움을 벌이는지, 검찰청 취조실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우리 사회의 정의는 어떻게 지켜지는지 - 적어도 일선 검사는 그것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 등등에 대해 좀 더 가까이 갈 수 있는 기회를 준다. 드라마처럼 '드라마틱'한 범죄가 아니라 해도 좀 더 현실에 가까운 얘기들이 담겨 있다. 평범한 사람들이 사기꾼에 속는 과정은 너무 현실적이어서 오히려 섬뜩하다. 내가, 혹은 내 주변의 누군가가 겪을 수도 있는 얘기처럼 느껴진다. [검사내전]을 통해 일반 사람들이 쉽게 품을 수 있는 욕심, '관계'를 중심으로 살아가는 일상의 허점을 노리는 사람들의 냉혹함을 다시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소소한 범죄 이야기, 어떻게 덜미가 잡히고 어떻게 잡히는지에 대한 이야기보다 이 책이 더욱 매력적인 건, 검사라는 직업을 통해 사람들을 이해하고 세상을 읽어내는 저자의 시각 때문이다. 본인이 밝혔듯이 다소 냉소적이다. 많이 공부한 직업답게 현학적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냉소적으로 잘난 척'하는 느낌이 들지는 않는다. 글을 맛깔나게 잘 썼다. 냉소를 풍자로 잘 풀어내어 책을 읽으며 내내 키득키득거렸다. 기회가 된다면 김 웅 검사님, 그냥 한번 만나보고 싶다. 커피믹스 한 잔 나누고 싶지만, 물론 그의 사무실에서는 절대로 볼 일이 없기를 바란다.

 


책을 읽으며 요즘 재미있게 본 [슬기로운 감빵생활] 드라마 생각이 났다. 드라마는 많은 부분 인위적이고 미화된 측면이 있으나 감방에 수감된 사람들의 인간적인 면모와, 한 때 실수를 했지만 여전히 따뜻하고 상대를 위하는 마음씨를 가진 일상인으로의 모습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범죄를 저지르는 현장, 평온한 일상이 무너지는 가장 간절한 곳에 대한 이야기는 언제나 현실에 조언을 남긴다. 욕심부리지 말고 이웃을 이해하며 살자는, 그런 평범한 가르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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