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고 : 긍정주의자들은 절대 이 책을 읽지 말 것!
마크 트웨인의 후계자라 불릴 정도로 인간 사회에 대한 심각한 염세주의로 가득 찬 독일계 미국인 커트 보니것의 이 짧은 에세이는 그가 어떤 사람인지 단번에 보여준다.
지구를 우연히 무단 점거한 인간들이 그들의 터전을 얼마나 멍청할 정도로 빠르게 망쳐나가고 있는지에 대해 미국 코미디에서 자주 보이는 특유의 비꼬기, 돌려 까기로 말한다. 그의 메시지는 간결하지만, 가볍지 않고, 유머러스 하지만 우습지는 않다. 마치 담배를 꼬나물고 1인용 리클라이너에 앉아 심드렁하게 한마디 툭 던지는, 자유로우면서도 꼬장꼬장 한 태도가 꼭 마크 트웨인을 떠올리게 한다. 하지만 커트 보니것은 그와 조금은 결이 다르다. 마크 트웨인 말년의 저서 '인간이란 무엇인가'에서 볼 수 있는 혐오에 가까운 인류에 대한 포기와 절망과 달리 그에겐 유머라는 희망이 있었다. 아마도 죽기 전까지. 어느 순간 찾아오는 지독한 권태로움과 싸우기 위해 그는 유머를 빼들었다. 그리고 자신의 글로써 사람들에게 희망을 나누고자 한 것 같다. 인터넷 어디서 커트 보니것 입문서로 추천을 하길래 안 믿는 척 충동구매를 했는데, 다행히 성공했다. 이 책에서 그가 유머를 얼마나 소중히 여기는지 느낄 수 있다.
2차 대전 참전자로서 전쟁에 대한 참상을 직접 피부로 경험한 그는 반전(反戰)에 대해 누구보다 강하게 말하는 미국의 사회-진보적인 스피커였다. 거의 챕터마다 등장하는 부시에 대한 풍자, 미국 자유주의에 대한 끈적한 비판을 통해 그가 꿈꿨던 사회가 어떤 것이었는지 조금이나마 생각해 볼 수 있다.
아무리 뭣 같은 삶 일지라도, 사소한 순간의 행복을 누리고 그것을 깨닫는 것이 행복 그 자체라고, 더 나아갈 수 있다면 어떻게든 현명한 사람이 되어 달라고, 억측가들에게 휘둘리지 않고 존경받는 사람이 되어달라고 커트 보니것은 말한다. 짧은 글 곳곳에 숨어있는 그의 진의를 볼 때마다 '뭔가'가 느껴진다. 이것이 책의 역할이자 오직 책만이 할 수 있는, 과거와 현재의 인간이 소통할 수 있는 유일한 채널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