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시대> - 김용균
생각이란 무엇일까? 인간만이 누리는 혜택, 위대한 문명의 기원, 인공지능과 인간의 차이, 다양한 정의가 있겠지만, 실제 우리는 진짜 생각을 하고 있는 걸까? 정보혁명, IT 기술 혁신으로 하루에도 물밀듯이 쏟아지는 정보들에 둘러싸여 살아가는 우리를 잠시 멈춰 고민하게 만드는 책이다.
저자는 자신의 주장을 강하게 어필하기보다는 인용과 예시로 독자를 이끌어간다. 고대 그리스 로마 시대에서부터 탄생한 다른 동물과 차별되는 ‘인간답게’ 생각하게 된 역사에서부터 벽돌을 하나씩 쌓아 올린다. 그 위에 자신의 생각을 한 두 줄 바른다. 저자가 생각의 도구라 일컫는 은유, 원리, 문장, 수, 수사에 대한 기원에 대해, 그리고 그와 관련된 예시와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적절한 설명은 이 두꺼운 분량의 책이 어렵지 않게 만드는 동시에 저자의 의견을 보다 단단하게 만들어주는 기둥 같이 느껴진다.
최근 사회-인문학이 유행처럼 퍼져나가면서 사람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그래서인가 자칭 인문학 전도사라 주장하는 많은 사람들이 나타났다. 그들은 대부분 자기 계발서와 같은 뻔한 메시지를 던지거나, 약한 논리와 비약으로 많은 책을 팔았다. 고전을 왜 읽어야 하냐는 질문에 ‘고전이 킹왕짱이니까, 성공한 사람들은 다 고전을 읽었으니까, 내가 성공했으니까.’와 같은 주장은 이 책에서 묘사하는 소피스트의 부정적 측면을 그대로 보여준다. 현재까지 그들은 많은 책을 팔고 있고, 많은 독자들은 또 그들의 책을 사고 있다. 책을 읽는 독자들을 비판하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순진한 독자들을 홀려 팔아치운 책의 수가 자신의 지식수준인 양 행동하는 사람들의 책을 굳이 사서 그들의 오만함을 키워주진 않았으면 한다.
사실 이 책도 말하고자 하는 바는 뻔하기 그지없다. 스마트폰이라는 하나의 혁명 이후 우리가 미래에 어떤 방식으로 사유해 나가야 하는지에 대한 담론이다. 다만 이 책은 위에서 묘사한 인문학 장사꾼들과는 확연히 다르다. 자신의 주장을 독자에게 강요하지 않을뿐더러 위에서 묘사한 듯이 수많은 인용문과 예시를 쌓고 거기에 자신의 생각을 시멘트처럼 발라 차곡차곡 쌓아 나간다. 고기를 잡아다 주는 것이 아닌 스스로 고기를 잡는 법을 익히게 해주는 것처럼, 고대 그리스 로마 시대를 투어 하듯 책을 다 읽은 후에는 오늘날 생각의 정의, 생각할 수 있는 능력을 왜 키워야만 하는가에 대한 당위를 스스로 발견하게 한다.
미셸 세르의 문장을 인용한 책의 압축적 요약과 저자의 의견을 종합해 갈무리하는 맺음말은 굉장히 인상적이다. 엄지 세대라 일컬어지는 지금의 젊은 세대들이 어두운 미래를 어떻게 대비하고 맞이 해야 하는지 덤덤하게 혹은 섬뜩하게 이야기한다. 근대적 이성에서부터 현재 우리의 문명을 촉발시킨 동일성(확실성)의 시대는 저물어간다. 우리는 언제부턴가 깨닫고 있다. 자연현상과 인간의 사고가 무 자르듯 동전의 양면이 아니라는 것을. 이제는 생각의 도구들(은유, 원리, 문장, 수, 수사)을 토대로 한 유사성에 뿌리를 내린 생각의 시대가 도래했다. 이제는 정보와 지식, 그리고 진실과 지혜를 구분할 줄 아는 사람만이 생각을 한다고 말해야 하지 않을까. 컴퓨터와 인공지능이 할 수 있는 일은 그들에게 맡기면 된다. 다만 우리는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인간을 위한 생각을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