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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JS Aug 23. 2020

부조리와 자살

<시지프 신화> - 알베르 카뮈


제한된 공간과 시간 속에서야 비로소 발할 수 있는 오직 인간만의 열정, 욕망, 사랑. 서서히 드리우는 그림자를 인지하되, 그것에 짓눌려 멈추지 않은 채 크나큰 바위를 밀어 올리는 한 걸음을 내딛는 것, 저승에서 에우리디케를 결코 벗어나게 할 수 없는 한낱 오르페우스처럼, 한 줌의 소멸이라는 결말을 향해 기어코 제 몸을 태워 발화하는 하나의 불씨와 같이. 다시금 삶의 이유에 대해 묻는다면 그것은 거대한 부조리에 맞선 한 없이 약한 반항이자 열정이다. 오직 이것만이 나약한 인간이 가진 초라한 무기라고 카뮈는 말한다.


전 우주의 역사 속 찰나의 순간 같은 인간의 삶, 그것의 가치란 무엇인가. <이방인>과 더불어 자신의 전 생애에 걸쳐 다른 ‘부조리’에 대한 끊임없는 자문과 철학적 사유를 담은 <시지프 신화>는 보잘것없는, 더 이상의 존재 이유를 느낄 수 없는 부조리에 속박된 영원한 자유를 가지지 못한 한 낱 노예일 뿐일지라도, 희망이나 자살과 같은 비약에 압도되어 그것으로부터의 도피보다는, 인지하고 당당히 마주하기를, 그것과 투쟁하는 의식의 공간, 사막이라 부르는 고독하고 황량한 자신의 마음에 꺾이지 않고 끝까지 나아가기를 제안한다. 비록 정상으로 밀어 올린 바위가 다시 바닥으로 굴러 떨어져도 그것을 향해 다시 아래로 걸음을 내딛는, 고통과 기쁨의 양가적 감정을 느끼며 다시금 자신의 직분을 향해 가는 시지프처럼.


‘참으로 진지한 철학적 문제는 오직 하나뿐이다. 그것은 바로 자살이다. 인생이 살 가치가 있느냐 없느냐를 판단하는 것이야말로 철학의 근본 문제에 답하는 것이다. P.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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