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으로 부터 고립이 주는 자유
저의 첫번째 해외 여행은 도쿄 였습니다. 국내여행도 제대로 해본적 없으면서 덜컥 해외 여행을 다녀 왔습니다. 시작도 친구와 카페에서 놀다가 즉흥적으로 결정했습니다. 여름 휴가에 어디 갈 계획이 없다고 말했더니 그러지 말고 일본이라도 다녀 와 라는 말에 그 자리에서 스마트폰으로 숙소와 비행기 티켓을 샀습니다. 아무런 계획도 갈곳도 없이 그 친구가 빌려준 여행책 한권과 여권만 들고 도쿄 여행을 다녀 왔습니다.
첫 해외 여행 거기다 혼자 간 여행에서 많은 경험을 했습니다. 당시에는 일본어도 거의 못하는 상태 였기 때문에 그 분들과 소통하는 것도 불가능 했습니다. 영어도 통하지 않더라구요. 물론 제가 영어를 잘 하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더듬 더듬 손짓 발짓을 사용해가며 먹고 이동하는데 큰 문제 없이 지낼 수 있었습니다. 돌이켜 보면 몇번 길을 일을 뻔도 했는데 친절한 시민분들이 잘 알려주셨던 기억이 납니다. 그렇게 저의 첫 해외 여행은 긍정적인 기억을 남기고 마무리 되었습니다.
그 이후로 저는 혼자 여행을 다니게 됐습니다. 제가 얼마나 여행을 좋아 하는지 그 한번의 경험으로 깨닫게 되었습니다. 해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것들이 있습니다. 저에게는 여행이 그것이었습니다. 지금도 그때의 경험을 잊을 수 없습니다. 한번도 보지 못한 낯선곳 언어도 통하지 않는 곳에서도 살아 가는데 문제가 없다는 것에 놀라웠습니다. 항상 주변에 주눅들어 있던 저 였지만 여행에서는 적극적이고 외향적인 사람이 되어 있었습니다.
제 주위 100km 내에 아는 사람이 없다는 사실이 저에게는 묘한 감정을 불러 일으켰습니다. 사람들은 많지만 철저히 고립된 상황이었습니다. 말이 통하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그 들에게 저는 철저히 이방인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들에게 받아들여지기를 원하지 않았기에 개의치 않았습니다. 그들은 그들이고 나는 나 일뿐 다시 볼일도 없는 그 들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습니다. 그 때부터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집중하게 되었습니다.
제일 먼저 먹을 것을 어떻게 구할지를 확인해야 했습니다. 급하게 떠난 여행이라 환전도 안해갔습니다. 다행히 인터넷 로밍은 해서 갔기에 도쿄에서 검색을 해서 정보를 하나 하나 알아 갔습니다. 편의점에서 현금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정보가 있었습니다. 막상 가보니 편의점 마다 상황이 조금 달랐습니다. 수수료 차이도 조금 있었고 언어지원도 달랐습니다. 그렇게 구한 돈으로 편의점에서 간단히 먹을 거리를 구했습니다.
먹는것이 어느정도 해결되고 나니 그 다음 부터는 무엇을 할지 고민했습니다. 막상 하고 싶은 것은 없었습니다. 그래서 무작정 걸어 다녀 봤습니다. 한국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고층 빌딩들 사이로 익숙한 매장들이 눈에 띄었습니다. 서울의 거리를 걷는 것과 별반 다를것 없는 풍경이었습니다. 다만 도쿄만의 독특한 분위기를 느낄 수는 있었습니다. 조금씩 다른 일본인들의 복장 과 분위기, 야마하 악기점에서 마음껏 악기를 만져보고 연주하는 아이들, 특유의 아날로그 감성이 묻어 나는 다양한 상품들이 내가 한국에 있지 않다는 것을 느끼게 해주었습니다.
멋진 도시이지만 내가 원하는 것은 이곳에 있지 않다는 것을 첫째날 알 수 있었습니다. 그때 부터 도심을 벗어나 갈 수 있는 곳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슬램덩크의 배경이었던 에노시마, 도시에서 자연을 느낄 수 있는 우에노공원, 어딘지 알 수 없는 주택만 가득했던 어떤 마을 같이 사람들이 몰리지 않는 도쿄에서도 한적한 곳을 찾아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친구들은 도쿄까지 가서 쇼핑도 안하고 맛있는 것도 찾아 먹지 않고 그렇게 돌아다니기만 한 것 탓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렇게 조금이라도 그곳에서의 삶을 경험해보는 것이 더 좋았습니다.
제가 혼자 떠난 여행에서 정해진 것은 없습니다. 전날 내일 뭐하지 라는 고민도 안합니다. 그날 아침에 일어나서 가고 싶은곳 먹고 싶은 것을 먹습니다. 단 여행에서만 그렇게 삽니다. 일상에서는 매일 할일을 정리하고 계획합니다. 계획에 들어있지 않은일은 하지 않습니다. 삶에서 루틴을 지켜내며 살아 내는 것이 제대로 살아 내는 거라고 믿고 있습니다. 그런 저에게 여행은 스스로에게 주는 자유 입니다.
일상을 살아내기 위해서는 정해진 것들이 많습니다. 일어나는 시간도 정해져 있고 일을 나가야 하는 시간도 정해져 있습니다. 남이 정해준 시간 안에서 살아 가는 것은 몹시 피곤하고 지치는 일입니다. 우리는 학교다닐때 부터 타인이 정해준 시간안에서 살아 내는것을 훈련 받습니다. 그렇게 십수년을 살아내다 보면 어느새 나에게 맞는 삶은 잊게 됩니다. 타인에게 결국 길들여 지는 것이지요 .
타인이 정해준 시간이 아니라 나의 시간으로 살아야 합니다. 일상이라는 익숙한 틀안에서 타인과 나의 시간을 구분하는 것은 힘듭니다. 눈에 보이는 구분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럴때는 한번 적어 보는 것이 좋습니다. 저는 해야 할일을 항목별로 정리 합니다. 목표 칸에는 내가 원하는 삶을 살기 위해 해야 하는 것들을 적습니다. 할일 칸에는 내가 살아 내기 위해 해야 할일들을 적습니다. 대부분 할일 칸에는 타인과 관계된 일들을 적을 때가 많습니다. 그렇게 구분해서 보다 보면 내가 정말 원하는 삶을 살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됩니다.
그 시작이 여행이었습니다. 타인의 개입이 없는 여행에서 저는 내가 어떤 사람인지 대면하게 됩니다. 처음 만난 나의 모습과 처음에는 낯설어 했습니다. 하지만 받아들이는데 오래 걸리지 않았습니다. 때로는 실수도 많고 허당끼 넘치는 내 모습이 한심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 모습도 나의 일부임을 알아야 합니다. 너무 다그치지 않고 나의 편이 되어 주기로 했습니다. 여행은 저에게 내 안에 살아 있는 나와 화해하는 시간 이었습니다.
사람은 공간에서 살아갑니다. 집, 학교, 직장 어디든 우리는 공간안에서 살아 갑니다. 필연적으로 그 공간에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습니다. 주변을 둘러 보세요. 아마도 당신이 있는 공간은 네모난 박스 형태 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가장 공간을 효율적을 활용할 수 있는 형태 이기 때문입니다. 방도, 교실도, 회의실도 대부분 직사각형 형태의 공간들입니다.
여행에서 만나는 공간은 비정형입니다. 제가 사랑하는 제주도의 광치기 해변은 무슨 모양일까요? 광치기 해변에서 볼 수 있는 성산일출봉은 무슨 형태인가요? 인간의 언어 중에서 그 공간의 형태를 정할 수 있는 단어는 없습니다. 바다 와 산 정도가 그 종류를 가늠하게 해줄 뿐입니다. 그 곳에서 우리는 새로운 영감을 만날 수 있습니다.
저는 여행에서 그림을 그립니다. 이유는 알 수 없습니다. 잠시 쉬기 위해 카페에 들를 때가 많습니다. 그럴때는 어김없이 글과 그림을 그립니다. 그림을 전문적으로 배운적도 없습니다. 누가 그림을 그리라고 한적도 없습니다. 그냥 눈에 보이는것들을 습관적으로 그리게 됩니다. 일상에서는 보지 못했던 나의 모습을 또 하나 발견하게 되는 계기 였습니다. 사실 저는 그림 그리는걸 좋아 하는 아이 였습니다.
그림 그리는걸 멈춘 것이 언제인지 기억나지 않습니다. 아마도 중학교나 고등학교 즈음 입시 공부가 시작되면서 인 것 같습니다. 낙서 처럼 이곳 저곳에 그림을 그렸습니다. 하지만 아무도 제가 그림을 좋아 하는지 몰랐습니다. 그렇게 여행에서 시작된 저의 그림 그리기는 이제 저의 소중한 취미가 되었습니다. 아무도 몰랐던 저의 행복중 하나 입니다.
여행에서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는 예는 수 없이 많습니다. 어떤 분은 글을 쓰시기도 하고 어떤 분은 그 모습에 반해 그 곳에서 살기로 마음 먹는 분도 계십니다. 일상과는 새로운 일을 시작할 수 있는 힘을 얻게 됩니다. 새로운 공간에서는 새로운 생각을 하게 됩니다. 반복되는 일상에서 할 수 있는 생각은 정해져 있습니다. 오늘의 일 내일의 일을 반복하다 보면 자연스레 우리의 생각도 틀에 갇히게 됩니다. 하지만 일상에서 볼 수 없는 공간을 만났을때 우리의 생각도 새로운 국면을 맞이 합니다. 그 새로운 생각이 삶을 더 풍요롭게 만들어 줄 수 있습니다.
저는 주눅들어 있었습니다. 타인에게 듣는 야단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며 살았습니다. 부족한 사람이었고 지적받아 마땅한 사람이었습니다. 여행을 떠나서 알았습니다. 사람 만나는 것도 좋아 하고 이야기 하는 것도 좋아 하는 밝은 사람 이었습니다. 새로운 것을 시도 하는 것을 즐기는 모험적인 사람이었습니다. 그림을 그리는 것을 좋아 하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런 사람을 여행에서 다시 만나게 되어 기뻤습니다.
저는 저를 응원하기로 했습니다. 타인이 아무리 지적하더라도 제가 선택한 삶을 살아 내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그래서 잘 그리지 못하는 그림이 지만 꾸준히 그리고 있습니다. 글쓰기도 하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사람들이 좋아할 것 같은 정보글을 쓰려고 노력했습니다. 요즘에는 저의 이야기를 하려고 더 노력합니다.
여행은 저의 삶을 많이 바꿨습니다. 그래서 더 여행을 자주 가고 싶습니다. 떠날 때 마다 새로운 저의 모습을 발견하게 됩니다. 아마 새로운 공간이 주는 영감 덕분 일겁니다. 누적되는 여행속에서 제가 원하는 삶이 더 가까워 질거라고 믿습니다. 그래서 다음 여행지를 고릅니다. 일상을 더 열심히 살아내게 됩니다. 자 다음은 또 어디로 떠나 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