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시필사

[211106] 가을볕

by. 박노해

by NumBori


가을볕 / 박노해



가을볕이 너무 좋아

고추를 따서 말린다.


흙마당에 널어놓은 빨간 고추는

물기를 여의며 투명한 속을 비추고


높푸른 하늘에 내걸린 흰 빨래가

바람에 몸 흔들며 눈부시다


가을볕이 너무 좋아

가만히 나를 말린다.


내 슬픔을

상처난 욕망을


투명하게 드러나는

살아온 날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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