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김종길
[220124] 고고孤高 / 김종길
북한산이
다시 그 높이를 회복하려면
다음 겨울까지는 기다려야 한다.
밤사이 눈이 내린,
그것도 백운대나 인수봉 같은
높은 봉우리만이 옅은 화장을 하듯
가볍게 눈을 쓰고
왼 산은 차가운 수묵水墨으로 젖어 있는,
어느 겨울날 이른 아침까지는 기다려야만 한다.
신록이나 단풍,
골짜기를 피어오르는 안개로는,
눈이라도 왼 산을 뒤덮는 적설積雪로는 드러나지 않는,
심지어는 장미빛 햇살이 와 닿기만 해도 변질하는,
그 고고孤高한 높이를 회복하려면
백운대나 인수봉만이 가볍게 눈을 쓰는
어느 겨울날 이른 아침까지는
기다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