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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umBori Jan 24. 2022

[220124] 고고孤高

by. 김종길


[220124] 고고孤高 / 김종길


북한산이

다시 그 높이를 회복하려면

다음 겨울까지는 기다려야 한다.


밤사이 눈이 내린,

그것도 백운대나 인수봉 같은

높은 봉우리만이 옅은 화장을 하듯

가볍게 눈을 쓰고


왼 산은 차가운 수묵水墨으로 젖어 있는,

어느 겨울날 이른 아침까지는 기다려야만 한다.


신록이나 단풍,

골짜기를 피어오르는 안개로는,

눈이라도 왼 산을 뒤덮는 적설積雪로는 드러나지 않는,


심지어는 장미빛 햇살이 와 닿기만 해도 변질하는,

그 고고孤高한 높이를 회복하려면


백운대나 인수봉만이 가볍게 눈을 쓰는

어느 겨울날 이른 아침까지는

기다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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