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정호승
그럼 이만 안녕 - 정호승
손을 흔들지는 않겠네
당신도 손을 흔들지는 마시게
나는 당신이 사다준 십자가에
평생 매달렸다 내려왔다 했다네
당신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눈물이 나고
당신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당신의 운명이 되었던 나는
늘 남이 먹다 남긴 밥을 먹으며 살아왔으나
인생은 사랑하기에도 너무 짧지만
분노하기에도 너무 짧다네
울지는 마시게
죽음보다 더 깊은 가을 산에 올라
무서리가 내리고 서릿바람이 불고
그 어디 국화 한송이 피지 않아도
강물이 깊어지면 어둠이 깊어지고
어둠이 깊어지면 이별도 깊어진다네
그럼 이만 안녕
오늘은 내가 타고 갈 장의차 하나
새들이 겨우내 먹을 열매가 발갛게 익어가는
산수유 그늘 아래로 느리게 지나간다네
나는 무덤이 없으니 부디
내 무덤 앞에서 울지는 마시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