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시필사

[221021] 그럼 이만 안녕

by. 정호승

by NumBori


그럼 이만 안녕 - 정호승


손을 흔들지는 않겠네

당신도 손을 흔들지는 마시게

나는 당신이 사다준 십자가에

평생 매달렸다 내려왔다 했다네


당신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눈물이 나고

당신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당신의 운명이 되었던 나는

늘 남이 먹다 남긴 밥을 먹으며 살아왔으나

인생은 사랑하기에도 너무 짧지만

분노하기에도 너무 짧다네


울지는 마시게

죽음보다 더 깊은 가을 산에 올라

무서리가 내리고 서릿바람이 불고

그 어디 국화 한송이 피지 않아도

강물이 깊어지면 어둠이 깊어지고

어둠이 깊어지면 이별도 깊어진다네


그럼 이만 안녕

오늘은 내가 타고 갈 장의차 하나

새들이 겨우내 먹을 열매가 발갛게 익어가는

산수유 그늘 아래로 느리게 지나간다네

나는 무덤이 없으니 부디

내 무덤 앞에서 울지는 마시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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