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정지용
[230219] 춘설(春雪) / 정지용
문 열자 선뜻!
먼 산이 이마에 차라.
우수절(雨水節) 들어
바로 초하로 아츰,
새삼스레 눈이 덮인 뫼뿌리와
서늘옵고 빛난 이마받이하다.
어름 금가고 바람 새로 따르거니
흰 옷고롬 절로 향긔롭어라
옹숭거리고 살어난 양이
아아 꿈 같기에 설어라.
미나리 파릇한 새순 돋고
옴짓 아니긔던 고기 입이 오믈거리는,
꽃 피기전 철 아닌 눈에
핫옷 벗고 도로 칩고 싶어라.
ㅡ 시집 <백록담(白鹿潭)>(문장사 文章社, 1941)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