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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umBori Jun 26. 2020

[0625] 사라진 유산

by. 박신규

사라진 유산, 박신규
 
여름에 이르는 길목은 향기로웠다
밤물결 근육이 진초록으로 단단해지면
은어가 길을 잃지 않도록
여뀌꽃들 한층  붉어진 얼굴로
바짝 물가에 붙어 마중하고
은하수는 한껏 부풀어 터지는 젖을
요천수에 흘려보냈다
지칠  없이 세찰수록 은어떼 냄새는
강둑을 타넘어 마당 지나
방문을 밀고 덮쳤다
 
수박향이 난다고들 했지만
어린 내게는  아이 냄새였다
웃고 울어 살구꽃 피고 지게 하던
잿말 가시내는  꿈속까지 훔쳤다
뜨겁게 파닥거리다 서늘하게 젖어 깨면
강물  반딧불은  맑게 흐르고
은어들은  진하게 익어 오르고 있었다
절로 부끄러워 뒤안으로 들면
장독대에 살구떼가 쏟아져내렸다
노랗게 으깨져 서운했다가
시고 서러워지는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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