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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umBori Sep 21. 2020

[200920] 다람쥐야, 쳇바퀴를 돌려라

by. 손택수

다람쥐야, 쳇바퀴를 돌려라 - 손택수

다람쥐의 건망증은 참으로 위대하다
다람쥐가 땅속에 묻어놓고 잊어버린
도토리들이 자라서 상수리나무가 되었다면
상수리나무가 이룬 숲과
숲이 불러들인 새울음 소리,
모두가  다람쥐의 건망증 덕분이 아닌가
한겨울 눈이라도 내리면
파묻어논 양식을 도무지 찾지 못해
부르튼  손을 부비며 떨고 있었을 다람쥐
 차디찬 시장기에 가슴 한쪽이 찌르르 아파오긴 하지만
다람쥐의 건망증 때문에 세상은
그나마 간신히 돌아가고 있는 것은 아닌가
양볼이 뽈통하게 튀어나오도록 양식을 거두고
언젠가  작은 손이 부르트도록
땅속 깊이 심어놓은   위에 올라가 무심히
뛰어놀고 있는 다람쥐,
제가  세상을 온전히 기억하고 싶어
자신의 기억 한쪽을 애써 지워버렸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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