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시필사

[200927] 지삿개에서

by. 김수열

by NumBori


지삿개에서 -김수열

그립다,는 말도
때로는 사치일 때가 있다
노을 구름이 산방산 머리 위에 머물고
가파른 바다
어화(漁火) 점점이 피어나고
바람 머금은 소나무
긴 한숨 토해내는 순간
바다 끝이 하늘이고
하늘 끝이 바다가 되는 지삿개에 서면
그립다, 라는 말도
그야말로 사치일 때가 있다

가냘픈 털뿌리로
검은 주검처럼 숭숭 구멍 뚫린
바윗돌 거머쥐고
휜 허리로 납작 버티고 선
갯쑥부쟁이 한 무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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