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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umBori Sep 28. 2020

[200927] 지삿개에서

by. 김수열


지삿개에서    -김수열

그립다, 말도 
때로는 사치일 때가 있다 
노을 구름이 산방산 머리 위에 머물고 
가파른 바다 
어화(漁火) 점점이 피어나고 
바람 머금은 소나무 
 한숨 토해내는 순간 
바다 끝이 하늘이고 
하늘 끝이 바다가 되는 지삿개에 서면 
그립다, 라는 말도 
그야말로 사치일 때가 있다 
 
가냘픈 털뿌리로 
검은 주검처럼 숭숭 구멍 뚫린 
바윗돌 거머쥐고 
 허리로 납작 버티고  
갯쑥부쟁이  무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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