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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umBori Sep 29. 2020

[200928] 길

by. 윤동주

 - 윤동주

 
잃어 버렸습니다
무얼 어디다 잃었는지 몰라
 
 손이 주머니를 더듬어
길에 나아갑니다
 
 
돌과 돌이 끝없이 연달아
길은 돌담을 끼고 갑니다
 
담은 쇠문을 굳게 닫아
길위에  그림자를 드리우고
 
길은 아침에서 저녁까지
저녁에서 아침까지 통했습니다
 
 
돌담을 더듬어
눈물짓다 쳐다보면
하늘은 부끄럽게 푸릅니다
 
 
 한포기 없는 
 길을 걷는 것은
 
 저쪽에 내가 
남아있는 까닭이요
 
 
내가 사는 것은, 다만,
잃은 것을 찾는 까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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