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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umBori Nov 02. 2020

[201102] 기억의 자리

by. 나희덕

기억의 자리- 나희덕

어렵게 멀어져  것들이
다시 돌아올까봐
나는 등을 돌리고 걷는다
추억의 속도보다는 빨리 걸어야 한다
이제 보여줄  있는 것은 
뒷모습 , 눈부신 것도
등에 쏟아지는 햇살 뿐일 것이니
도망치는 동안에만 아름다울  있는
길의 어귀마다 여름 꽃들이 피어난다
키를 달리하여
수많은  몸들이 피었다진다
시든 꽃잎이 그만
피어나는 꽃잎 위로 떨어져 내린다
휘청거리지 않으려고 걷는다 빨리
기억의 자리마다
발이 멈추어선 줄도 모르고
예전의  자리로 돌아온 줄도 모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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