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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울퉁불퉁 뚝배기 May 13. 2020

2020년 新한류 임팩트

기생충, 코로나19 방역, 그리고 KBO


30년전 미국 LA에서 몇년간 살고 10여전에 노스캐롤라이나에서 공부하고 작년부터 일년여간 포틀랜드에서 살고 있다. 미국인의 한국에 대한 인식은 세월만큼이나 많이 바뀌었으며 특히 2020년은 우리에게 무한한(?) 국뽕을 선사했다. 아래는 영화 기생충의 아카데미 4관왕, 한국의 코로나19 방역 및 KBO의 미국 진출에 대해서 적어봤다.


<기: 퍼스트 임팩트: 영화 기생충>


"And the Oscar goes to... Parasite" X4 (아카데미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외국어 영화상)


아카데미 시상식이 세계 영화계의 최고봉이라고는불리지는 않지만 적어도 자본과 대중영화에 있어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헐리우드를 대표하는 상이다. 그동안 한국 영화는 유럽 영화제에서 많은 성공을 거두었으나 아카데미에서는 셧아웃이었다. 2020년 봉준호가 노크하기 전까지는. 기생충의 수상은 한국인들에게 "우리는 했다~~~"라는 자부심을 주었다. 하지만 많은 언론이 분석한 것과 다르게 내 생각은...   


1. 한국 사회의 많은 조직들은 정해진 규격의 인간(말 잘듣고 조직을 우선시 하는 인간형)을 여전히 선호하면서도 봉준호, 김연아, 이세돌 등의 아웃라이어가 세계 무대에서 대활약을 하면 마치 기존의 한국 조직, 교육 시스템이 대단하기 때문에 이들이 성공한 것으로 포장된다. 이들이 대단한건 역설적으로 한국의 척박한 환경에서 공무원, 대기업 취업이 아닌 이들 각자가 한가지 분야에 몰두하여 이룬 기적이라고 봐야할 것이다.


2. 기생충은 할리우드가 좋아할 만한 소재 - 글로벌 대중성(heist, 계급갈등, 코미디, 반전)과 기생충만의 독특한 설정(장르의 변주, 한국문화적 요소의 적절한 배치)가 잘 버무려진 상황에서 아카데미의 최근 시상 흐름과 상대적으로 강력한 대항마가 없는 상태에서 페펙트 스톰의 결과(특히 작품상과 감독상 수상)를 가져온 것으로 보인다. 영화 1917를 보고 직접 보고 나니 대항마라고 생각이 안 되었다.  


3. 개인적으로 보자면, 내가 졸업한 학교의 사회학과 출신 중 딱히 유명세를 떨친 경우가 없었는데, 오히려 반대로 류석춘 교수의 위안부 망언으로 과 이미지를 까먹었다면, 봉준호의 수상을 계기로 나도 국뽕이 아닌 "과뽕"으로 몇 시간 동안 정외과 나온 아내한테 자랑질을 할 수 있었다.


4. 여기 동네 극장은 코로나19 터지기 전 3월초까지도 기생충을 상영하고 있었다. 심지어 스타워즈9 보다도 일찍 개봉해서 더 늦게 종영되었다.



<승: 세컨드 임팩트: 코로나19 방역>


코로나19에 대한 한국 정부, 의료진, 국민의 적절한 대응으로 단순한 국뽕이 아닌 펙트가 되었다. 처음 코로나19로 한국과 대구가 확진자 증가가 계속 올라갈때 미국에서 분위기는 "아시아 국가의 한계"와 같은 분위기가 만연했다. 우리 가족도 주변 미국인들이 우릴 차별할까봐 걱정도 했었다. 하지만 1, 2달이 지나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미국이 세계 1위가 되면서 한국에 대한 부정적인 관심은 긍정적인 관심으로 바뀌었다 - 한국의 검사 키트의 신속한 개발 및 승인; 개인 자유를 일정 부분 제한하지만 확진자 동선의 공개, 한국 스포츠 팀들의 개막 준비 등에 대한 보도를 현지 언론들은 쏟아냈다. 이 와중에 국내 일각에서는 이는 의료진의 헌신때문이고 정부에 대한 비난을 하던데, 아무리 현 정권이 싫다고 해도 인정할건 인정하자.


한편 코로나19는 우리가 잘 모르고 잘 안 보이는 방 한 구석에 저 깊숙이 묻혀 있던 문제들을 끄집어내 우리가 외면하고 싶어도 이 민낯들을 (잠깐이나마) 직시하게 만들었다.


대표적인 예: 요양병원, 사이비종교, 콜센터, 유흥업소.


이들의 공통점이 있다면 밀폐된 공간, 위생적으로 쾌적하지 않을 가능성이 매우 높은 공간에 속해 있는 구성원들에 대한 우리 사회의 그 동안 무관심이라고 봐도 될 듯하다.


 - 대남병원 정신병동 확진자 중 80% 이상은 경제적으로 어려운 의료급여 수급권자였다고 한다.

 - 신천지 신도 중 60%가 한참 취업과 학업을 고민하는 연령인 20대라고 한다.

 - 콜센터 직원들의 약 70%가 여성, 비정규직, 최저임금을 받는다고 한다.

 - 유흥업소 종사자는 20-30대, 여성, 폭력에 노출이 높다고 한다(업소에 종사하는 남성 웨이터와 주방 근무 자도 크게 다르지는 않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리고 n번방 피해자들. 4월초까지 10대 26명, 20대 17명, 30대 8명, 40대 1명, 연령 미상 51명 등 총 103명. 이중 남성도 일부 있다고 한다. 피해자 중 하나는 고액알바를 미끼로 접근했다는 인터뷰도 있다.


위 집단의 공통점을 찾자면 이들은 사회적으로 외면된자들(socially neglected)이라고 볼 수 있겠다. 교실에 눈에 띄지 않고 참여하지 않는 학생들을 지칭하는 개념인데 이 상황에도 적용가능하지 않나 싶다. Neglected된 이들에게 가장 효과적인 대책은 무엇이 있을까. 지금 재난기본소득 논의가 한창인데 여기서 답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다른 부분도 고려되어야 하겠지만,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가령 매월 50만원의 기본소득을 전국민에게 지급한다면 적어도 돈이 궁하다고 극단적인 상황에 처하는 것을 최소화 할 수 있지 않을까.


한편, 물렁한 법규와 (사안에 따라) 물렁한 판검사 때문에 안전 규제나 가해자에 대한 처벌이 솜방망이다. 그나마 다행스러운건 시민들의 적극적인 청원 같은 활약으로 오판사 교체 등 우리가 주도적으로 정부 기관을 미약하게나마 견제하고 있다. 갈길이 멀지만... 이제라도 시작이다.


<전: 서드 임팩트: 한국프로야구의 美 진출>


스포츠를 좋아하는 많은 미국인들에게 야구 개막은 한줄기 빛과 같았다(프로축구는 원래 관심 없으니 K리그는 거의 보도되지 않았다). 스포츠 채널 ESPN이 처음에는 황당하게 무상으로 중계권을 달라고 했다가 다행히 해결되어서 중계를 시작했다.


미국인들에게 어느 KBO 팀이 MLB팀과 유사한지, 어느 메이저리거가 KBO에서 활동하는지, 그리고 가장 미국이들이 관심을 갖는 타자들의 방망이 던지기에 대해 집중 보도했다(미국에서 타자가 방망이를 던지면 불경하다는 비난을 받고 다음 타석에서 타자는 바로 데드볼로 응징을 당한다). 어떻게 보면 상대적으로 예의바른 한국 선수들(위계질서가 강조되는 분위기) 입장에서는 방망이 던지기는 유일한 분출구일 수 있다.


한편 노스캐롤라이나주 주민들은 NC 다이노스에게 꽂혔다. North Carolina = NC. 심지어 팀컬러도 주 색깔을 상징하는 파란색이니(파란색의 정도는 다르지만 이 정도는 이해해주자). 덕분에 마스코트 중 하나인 공룡 세리는 가히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작년에 스포츠 사이트에서 “Swole Daddy”(굳이 번역하자면 “최고의 근육”)로 별명을 지어준 후 인터넷에서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미국이 KBO에 대한 관심이 얼마나 지속될지는 모르겠다. 자기네 프로야구가 다시 시작하면 대부분 갈아타겠지만 그래도 일부 매니아 미국인들은 한국야구에 대한 관심은 계속 될 것 같다. 그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

그리고 20세기 상반기까지 미국의 국기로 여겨지고 미국 4대 메이지 스포츠 중 하나인 야구가 젊은층과 흑인들에게는 관심 밖의 종목이었는데 코로나19 시대의 도래 후 야구는 선수간 접촉을 덜 하는 스포츠여서 아마 다시 인기몰이를 하지 않을까 싶다. 접촉이 많은 농구가 타격이 있을테고 미식축구는 뇌진탕 문제로 하향세다. 아이스하키는... 캐나다 국기니 논외로 하자. 4대 스포츠 밖에 있는 프로축구는 미국인들에게는 아직은 아니다.


<결: 포스 임팩트는?>

개인적인 바램이 있다면 코로나19 방역의 성공적 종식 후 코로나19 때문에 수면 아래에 있었던 각종 사회 문제들에 대한 정부와 국회의 해결 의지를 보여 주었으면 한다. 꼭 한류가 안되어도 좋으니.


미국 코로나19 초기 대응글:

https://brunch.co.kr/@jitae20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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