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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울퉁불퉁 뚝배기 May 18. 2020

미국은 어떻게 천조국이 되었나

코로나19에 대처하는 미국 정부의 물량공세와 커뮤니티의 결속력

천조국은 미국을 지칭하는 은어다. 뜻은 얼추 킹왕짱. 유래는 확실하지 않지만 미국 국방 예산이 기타 2-10위 국가의 총 국방비와 맞먹고, FY2019년 국방예산이 $693billion이 되니 가히 천조국이라 불릴만하겠다.


그런데 세계 유일 초강대국이 어쩌다가 코로나 확진자 및 사망자 1위 국가가 되었는지(그래서 제목을 위와 같이 지었다. 몇년전 “타이거즈가 어떻게 다시 강팀이 되었는가” 기사가 나오고 타이거즈는 플레에오프 진출 실패; 이후 이 제목은 설레발을 의미하게 되었다)


현재 5.17일 기준으로 미국 전역 148만명 이상의 확진자, 8만9천명 이상의 사망자
이중 뉴욕주는 35만명 이상의 확진자, 2만8천명 이상의 사망자

그리고 인구 400만명인 오레곤주는 3600명 이상의 확진자, 137명 사망자


1. The Corona19 Menace: 준비되지 않은 국가

약 석달반전만 해도 트럼프는 코로나19의 심각성을 낮게 봤었다. 그리고 미국 정부나 사회 모두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했다. 우리 가족도 한국 코로나 사태만 걱정하다가 여기 오레곤에서 3월초 딸의 학교에서 확진자 발생해서 며칠간 셧다운 후 딸이 다시 학교로 돌아갈때만 해도 미국에서는 코로나19가 약하게 넘어가겠지 하고 있었다. 내가 CDC(미국 질병관리본부)를 너무 믿었었다. 마스크 쓰지 말라고 하다가 어느순간 천마스크 쓰라고 하지 않나. 그리고 트럼프는 락스를 인체에 직접 투입해 코로나19를 박멸을 해보면 어떨지 공개적으로 말하니... 전국이 난리났다. 아 이래서 미국인  반정도는 트럼프 때문에 스트레스 팍팍 받겠구나 생각을 들었다. 간만에 의료 전문가들과 기업들이 한 맘 한 몸이 되어서 표백제를 절대로 섭취하거나 주사로 몸에 넣거나 하지 말라고 신신당부했다.

굳이 쉴드쳐주자면 머리속 생각을 크게 말한것뿐...?

2. The Hoarding Wars: 마구 마구 사놓자

미국 정부가 위기라고 하고는 손놓고 있는 동안 미국인들의 대응 방식은 이들에게 익숙한 사재기. 딸 학교에서 확진자가 발생하자 바로 그날 이 동네 약국과 슈퍼에서는 알코올, 손소독제, 마스크가 자취를 감췄다. 3월초 밤에 난 두 군데를 가봤지만 허탕을 쳤었다.

 

미국인들의 사재기의 근원은 어디에서 비롯되었을까. 아마 2차 세계대전 이후 중산층이 경제호황을 누리면서 대량생산, 대량소비에서 비롯되었다고 생각한다. 몇십년간 물질적 풍요로움을 누린 국민들 입장에서는 평소에도 대량으로 소비를 하는데, 위기의 순간에는 더 많은 물건을 사들이는게 익숙했을 것이다. 심지어 많은 사람들의 자동차, 집, 냉장고 모두가 엑스라지이니 가져와서 개인의 곳간을 채우기는 더 수월하였을 것이다.


게다가 미국 연방 정부는 상대적으로 스몰 정부인데다 시장에 많은 것을 맡기는 미국 사람들 입장에서는 정부의 통제와 배급을 기다리기다간 남들에게 뒤쳐질 수 있으니 먼저 평소보다 더 대용량 다발로 사는게 심리적으로 편안한 것도 있을 것이다.


화장지에 관해서 사족. 코로나19 초기에는 화장지 사재기가 극심했다. 오죽하면 Newport, 오레곤주 경찰은 화장실 휴지 없다고 911에 전화걸지 말라고 하고, 다양한 방식으로 볼일 처리를 하라고 페이스북에 올렸을까(다먹은 옥수수를 휴지 대신 활용하라 등).

3월 중순에 찍은 Lake Oswego Safeway 마트 화장지 코너


3. Government Strikes Back: 물량공세

근현대 미국은 물량공세로 위기를 극복한 전례들이 있다. 2차 세계대전 - 유럽 개시 시점(1939년)에 미국은 포르투갈 보다도 군인 수가 적었다고 한다. 하지만 1941년 진주만 공격 후 급속히 군를 재정비하고 전세를 역전시켰다. 항공모함 수를 예로 들면 미국 141척 v 일본 18척.


이번에 코로나19를 위한 지원만 보더라도 미국은 2조 달러 이상을 쏟고 했다. 이건 각 주의 지원 금액을 제외한 연방 정부의 지원금이다. 그리고 납세자들 개인에게 $1200을 지급했다. 이는 한국 정부가 개개인에게 긴급재난지원금으로 약 25만원 지급한것에 비하면 4배 이상이다.


물량공세의 효과가 나타나려면 시간이 걸릴 것이다. 미국의 4월 실직율은 14.7%. 미국 1920년대 대공항의 24.9% 이후로 가장 높은 수치이며, 골드만 삭스는 25%까지 갈 것으로 전망했다.


트럼프 이름이 들어간 $1200 긴급재난지원수표 샘플


4. Rise of The Americans: 커뮤니티의 결속력

미국을 받춰주는 또 하나의 한 축은 일반 미국인들의 커뮤니티에 대한 (국민의 반은 대통령과 정부 욕을 하면서도) 애정과 지지이다. 위기가 닥치면 대체적으로 미국인들은 정부의 shelter-in-place 등의 강력한 제재에 대해서 잘 순응하는(이 와중에 일부 미국인들은 총과 총알라도 많이 사놓지만) 한편, 일반 미국인들은 초동대응요원(First Responders - 경찰, 의료진 등)과 슈퍼마켓 직원 등에 대한 지지를 보낸다. 그리고 서로 힘을 내자라는 의미로 시내 곳곳에 아래 사진과 같은 메세지를 걸어놓았다. 우리 가족이 동네 산책을 하다보면 어느 한 주택은 매번 응원의 메시지가 바뀌어 있다(빗자리 길이만큼 사회적 거리두기하자하는 의미로 빗자루를 옆으로 놔둠).   


위기속에서 미국인들만의 생존방식이 있다. 그것은 앞서 말한 사재기와 커뮤니티에 대한 지지. 평소에 정부 예산에 기대지 않고 학부모 등의 기부와 봉사로 사회가 굴러가기 때문에 미국인들은 이런 방식이 익숙한 것 같다. 딸의 초등학교에서는 기부와 경매를 (코로나19로 오프라인 경매는 축소된 사이버경매로 바뀜) 통해서 예산을 확보한다. 지금 딸이 온라인 교육때 활용하는 대여 아이패드는 학부모의 기부를 통홰서 학교가 구입한 것이라고 한다. 단, Lake Oswego 동네의 경우 부촌이기 때문에 기부와 경매를 통해서 예산 확보가 가능하다는 단서가 있다.

Lake Oswego 시내 곳곳에 있는 토템


5. Return of 천조국...?


시간이 걸리겠지만 미국은 이번에도 물량공세로 코로나19를 잡을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인들은 매번 위기를 물량공세와 내부 결속으로 극복하였고 이번에도 이 두 축으로 극복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앞으로 닥칠 기후 위기와 같은 세계적 위기들에 대해서도 미국이 스타워즈 시리즈의 주인공들처럼 무한반복 위기탈출을 할 수 있을지...


미국의 코로나19 시대 단면 글:

https://brunch.co.kr/@jitae2020/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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