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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울퉁불퉁 뚝배기 Aug 31. 2020

만두 먹고 흥분해서 계란 잃어버린 어느 하루

코로나19 상황이라 다행히 아내가 용서해줬다

미국에서 3단계와 유사한 생활을 해 본 나로서는
대한민국이 3단계를 안 가길 기원하는 마음으로 이 글을 써본다.


예전에 포틀랜드에서 자가 격리 생활을 3월부터 거의 3달을 하다가 오레곤주 주지사가 봉쇄를 쪼끔 풀어주면서 석달 전부터 마음속으로 수십 번 찜한 식당을 마침내 찾아가게 되었다.


일단 예약제라 온라인 예약을 하려고 했더니 이미 11:30-13:00 타임은 예약이 꽉 찼다. 부지런한 건 우리나라 사람들만이 아니었다. 봉쇄로 그동안 외식을 못한 미국인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나마 13:30이 가장 빨랐다.


예약 완료. 우리 가족은 점심을 먹으러 대만 만두 전문점 딘타이펑으로 직행했다. 참고로 내가 워낙 만두광이라 평소에도 볶음밥에 물만두를 주문한다. 심지어 몇 년 전에는 뷔페에 가서 만두 위주로 배를 채운적이 있다.


웨이터는 마스크와 라텍스 장갑을 끼고 우릴 안내했다. 거리 두기를 위해 테이블 하나 건너서만 앉게 했다. 코로나19 위험 때문에 웨이터는 플라스틱 수저, 포크, 물컵을 테이블 끝에 놔두었다. 웨이터와 우리 간 접촉을 최소화하기 위한 부분 셀프다. 코로나19이전의 식당 경험과는 다르지만 음식 맛만 괜찮으면 된다고 생각했다. 우리 가족은 앉자마자 만두 4판(총 40알)을 주문했다. 그리고 볶음밥, 채소 등도 주문...

배고픈 강백호처럼 배고픈 우리 가족도 많이 주문했다.

김이 모락모락 피는 만두 두 판이 먼저 나왔다. “아 이 느낌이었어” 생각할 틈도 없이 우리 가족은 폭풍흡입을 했다.

초등학교 딸도 한판을 먹었다

우리 가족 모두가 만족하여 난 낮인데도 두둑하게 팁을 20프로했다. 그동안 쌓인 스트레스를 날린 기분이었다.

그러고는 애들과 오래전에 약속한 것 - 봉쇄가 풀리면 선물 하나씩 고르기를 실천하기 위해 인근 마트로 향하였다. 선물을 고르는 김에 난 계란 한 판을 사 가지고 차로 향하였다. 애들도 만족, 나도 만족(내 몸에 아직도 만두 속 돼지기름이 흐르고 있어서 만족도가 평소보다 높았나 보다).

그런데 집에 와보니 계란이 없다... 아.... 아마 카트에 놔두고 온 듯.

하아... 1998 월드컵 하석주의 심정을 알겠다. 멕시코 첫 골을 하석주가 넣고 3분 만에 백태클로 바로 퇴장. 결과적으로 한국은 1-3 패배.

그 유명한 백테클의 주인공 하석주

왼쪽은 만두 먹을 때 나의 당시 기쁜 표정, 오른쪽은 계란 놔두고 온 나의 당시 표정이다.


한국에서 자가격리 풀린 후 먹은 자장면 글:

https://brunch.co.kr/@jitae202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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