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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울퉁불퉁 뚝배기 May 15. 2020

인생에서 한번은 찬란하게 빛난다

KBO 슈퍼팬 Dan Kurtz &  캔자스시티 로열즈 슈퍼팬 이성우

코로나19는 많은 사람들에게 절망과 공포를 주었지만 한편으로는 이런 위기 속에서 빛나는 (즉, 관심을 받게 되는) 일반인들도 등장하고 있다.  


요새 ESPN이 KBO를 미국 시청자들에게 소개하면서 미국 야구팬뿐만 아니라 스포츠 도박을 좋아하는 사람들까지 덩달아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구글에서  "KBO betting odds" 검색해보면 23만건 이상이 조회되는걸 보니 미국 도박사들은 사실상 홀로 생중계되는 한국야구에 많이 목말라 있었던 것 같다(아래는 oddsportal.com에서 캡쳐된 화면 일부)


한국프로야구팀들에 대한 궁금증과 정보에 목말라서 여기저기 사이트를 찾던 사람들에게는 ESPN 이외에도 또 다른 한 줄기의 빛이 있었다. Dan Kurtz가 운영하는 mykbo.net라는 사이트이다. 40살 일반인 Dan Kurtz는 한국에서 태어났지만 미국가정으로 입양되어 19세때 입양인 투어로 한국에 갔다가 일년 후 재방문하여 한국프로야구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2003년부터 KBO 관련 영문사이트를 오픈했다고 한다.


놀랍게도 Dan Kurtz는 17년간 한국프로야구 사이트를 운영하고 있었다. 그리고 ESPN의 한국프로야구 중계로 Dan Kurtz 사이트는 갑자기 급증하는 방문자들로 렉이 걸렸고, 트위터 팔로워들은 1만9천명으로 증가하였고, 무엇보다 미국 스포츠 언론들과 각종 인터뷰를 하기 시작하였다. 그는 하룻밤 사이에 한국프로야구를 소개하는 전문가가 된 것이다(자세한 내용은 https://www.espn.com/mlb/story/_/id/29154712/meet-stay-home-dad-turned-international-expert-korean-baseball 참고).


Dan Kurtz가 본업이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취미로 20년 가까이 운영하던 KBO 관련 사이트로 하루사이에 유명인이 된 것이다. Dan Kurtz는 "준비된 자에게 기회가 온다"를 몸소 실천하고 있다.


Dan Kurtz의 MyKBO.net 홈페이지


우리나라 야구계에도 이런 준비된 자가 있었다. 메이저리그 야구 약체팀 중 하나인 캔자스시티 로열즈 슈퍼팬 이성우. 이 분은 캔자스시티가 2014년까지 45년간 월드시리즈 우승 1회(1985년) 밖에 못하고 1986년부터 28년간 플레이오프를 가지 못한 팀을 90년대부터 AFKN(주한미군방송) 등을 통해 응원했다니 놀랄 일이다. 많은 한국인들이 LA 다저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뉴욕 양키즈, 보스턴 레드삭스 등을 응원할때 동네북을 응원했으니 열정과 열성에 대해서 숙연함마저 느끼게 된다. 캔자스시티 구단은 2014년 돌풍을 일으킨다. 이때 슈퍼팬 이성우씨를 초대한 후 로열즈는 8연승을 달려서 일시적으로 지구 1위를 한다(덩달아 이성우씨는 승리의 토템이 되고 지역 언론에서 집중적으로 보도됨). 그리고 결국 29년만에 플레이오프에 진출해서 파죽지세로 월드시리즈까지 올라갔다. 아쉽게 7차전에서 2-3로 샌프란시스코에게 패한다. 하지만 야구 만화책에서나 나올 법한 전개로 그 다음해 월드시리즈 우승.


이성우씨도 만약 나같은 free fan처럼 이팀 저팀을 기웃거리다 2014년에 캔자스를 응원했다면 구단으로부터 환대 그리고 현지 로열즈팬들부터 열광적인 지지를 받지 못했을 것이다. 이분도 평범함 회사원이지만 20여년간의 한 팀에 대한 관심이 2014년에 결실을 맺었다.


캔자스시티 슈퍼팬 이성우


이 둘의 공통점은 자기가 속한 사회에서 어떻게 보면 마이너 중 마이너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꾸준히 그리고 오랫동안 이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애정을 쏟았다는 점이다. 그러다가 태양계의 행성들이 일직선이 되자, 아니 우연히 기회가 찾아오자, 그 기회를 잡은 사람들이다.


우린도 살면서 이러한 빛을 발할 기회가 한번은 온다고 생각된다. 즉, 본인의 관심이나 취미에 대한 대중의 대대적인 관심을 받을 기회. 본인의 관심분야를 계속 파고 기다리다보면 메이저리그 콜업이 언젠가 올것 같은 생각이 든다. 단, 남들이 관심 가진 분야를 따라가기만 하면 기회가 오진 않겠지만.


아, 그럼 난 지금부터 마이너 관심사를 정하고 20년을 준비하면 60 중반에 콜업이 되는건가....


내 브런치 인생도 한번 찬란하게 빛났다 글:

https://brunch.co.kr/@jitae2020/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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