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콕하는 어린이들이 볼 수 있는 크리스마스 단편 영화
몇 년 전 우리는 딸이 텔레비전을 많이 볼 것을 우려해서 결혼 당시 아내가 장만한 텔레비전을 어머니에게 기부(?)한 후, 코로나19로 우리 가족이 방콕하는 시간이 늘면서 몇 개월 전에 텔레비전을 하나 장만했다. 졸지에 난 어머니에게는 중고를 드린 차가운 불효자이자, 자식들에게는 신상을 준 따뜻한 아빠가 되었다...
넷플릭스의 등장으로 우리 아이들은 콘텐츠를 기다리 않고 검색해서 보는 게 더 친숙하다. 그러다 보니 엄마 아빠가 아침에 늦게 일어나면 이미 아이들은 넷플릭스를 시청하고 있다.
아이들이 낮에 시청한다면 난 작은 화면의 스마트폰으로 밤에 시청한다. 한동안 이런 패턴으로 진행되다가 아내가 최근에 제안했다. 우리 가족 영화 시간을 정해서 다 같이 보자고. 그래서 매주 금과 토 저녁에 넷플릭스에서 가족영화를 골라 본다. 지난주부터는 크리스마스 관련 영화를 선택해서 보고 있다. 이를 제안한 아내는 정작 바빠서 안 본다... 넷플릭스는 친절하게 크리스마스 영화를 묶어서 안내한다(근데 브런치는 왜 크리스마스 관련 글들을 묶은 항목을 안 만들까...)
얼마 전에 본 가족이 본 영화는 넷플릭스의 “Alien Xmas”이다. 2020년 작품이며 42분짜리 크리스마스 영화이다.
줄거리는 단순하다. 지구의 모든 걸 훔치러 온 선발대이자 사악한 외계인 X는 산타 할아버지와 엘프들이 사는 마을에 도착한다. X는 우연찮게 어린 엘프 소녀의 집에 들어갔다가 따스함을 알게 되면서... (스포주의라고 하기에도 민망한) X는 착해지고 다른 외계인들도 착해진다...
사실 크리스마스 영화라 훈훈한 결말은 당연하다. 어느 누가 크리스마스 영화에서 산타 할아버지가 외계인과의 싸움에서 지고 산타 마을이 점령당하는 걸 기대하고 보진 않으니...
이 영화의 특징을 몇 개를 뽑아보자면,
1) 최근 영화 속 정치적 올바름을 고려해서 여자 엘프가 주인공이고 아빠 엘프와 엄마 엘프의 인종 셋 모두 다르다.
2) 의도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컴퓨터 그래픽이 썩 좋지는 않다. 겨울왕국 2급의 퀄리티를 기대하면 안 된다. 다만 우리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는 것 같다.
3) 42분짜리 영화라 아이들이 자러 가기 전에 부모들이 와인이나 맥주 한잔 마시는 동안 아이들이 보기엔 적합하다.
결론: 반드시 볼 필요는 없지만 부모들이 잠깐이나마 좋은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는 반드시 볼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