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예지의 사실상 마지막 작품을 리뷰하다
(메이저 스포주의!!!) 영화 안 볼 분들이나 보신 분들만 보세요
가스라이팅(gaslighting)은 심리학적 조작(psychological manipulation)을 통해 타인의 마음에 스스로에 대한 의심을 불러일으켜 현실감과 판단력을 잃게 만듦으로써 그 사람을 정신적으로 황폐화시키고 그 사람에게 지배력을 행사하여 결국 그 사람을 파국으로 몰아가는 것을 의미하는 심리학 용어이다.
- 출처: 위키피디아
영화 내일의 기억(2021년)은 배우 서예지의 남자 친구의 가스라이팅과 다른 서예지의 논란으로 더 큰 주목을 받은 영화다.
난 원래 볼 생각이 없었는데, 마침 두어 시간 여유가 생겨서 표를 끊었다. 급작스러운 결정이라 할인은 없었고, 거금 12,000원을 내고 극장에 들어갔다. (결론: 아깝다). 나 말고 다른 2명은 커플. 영화 내내 우리는 조용했다.
줄거리는 어디서 많이 봤을듯한 느낌이 나는 영화다. 기억 상실에 걸린 아내(서예지 분)가 일어나 보니 초미남(영화 설정상) 남편(김강우 분)이 매우 자상하게 아내를 끔찍이 잘 챙겨준다. "약 잘 챙겨 먹어" (약을 복용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어떤 약인지 궁금해하지 않는 서예지가 이상하다...) 하지만 알고 보니 남편은 진짜 남편이 아니며, 반전의 반전의 반전이 있다. 여기서 반전이란 누가 누구를 죽이는데 총 3명이 죽는다.
이 영화에서는 가족 스릴러물에서 종종 등장할만한 클리세는 총동원되었다. 관전 포인트는 두 가지. 첫째는 서예지의 가스라이팅 논란을 알고 보면, 남편이 아내한테 하는 행위가 가스라이팅과 유사하며, 두 번째는 이 영화는 가을동화의 스릴러 버전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참고로 드라마 가을동화(2000년)는 송혜교와 송승헌의 이복남매의 금지된 사랑을 다루었다. 더 잘 생기고 원빈은 들러리...
(다시 한번... 메이저 스포주의!!!)
영화가 처음에는 호러물 같다가 스릴러물로 넘어가는데 중간중간에 신파를 집어넣었다. 여러 가지를 집어넣었는데 잘 버무려지지 않았고, 배우들의 연기도 어색하고 몰입이 잘 되지는 않았다.
결국 영화의 줄거리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일부러 회색 처리합니다):
1. 김강우와 고아인 서예지는 원래 이복남매다.
2. 김강우는 서예지를 끔찍이 아낀다.
3. 김강우는 서예지를 지키기 위해서 사이코 양부를 살인하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다.
4. 서예지는 김강우 베프와 결혼한다.
5. 알고 보니 서예지 남편은 폭력 남편이다.
6. 서예지가 죽인 남편을 김강우가 처리한다.
7. 김강우는 서예지 기억을 억누르기 위해 가짜 남편 행세를 한다.
8. 김강우는 서예지를 집에만 있게 하거나 위치 추적한다. “네가 이상한 거야” (이런 류의 대사를 한다)
9. 죽었다고 생각한 남편은 부활한다(?!).
10. 결론: 김강우는 죽는다. 남편은 감옥 간다. 서예지는 캐나다로 고고..?? (헐... 해피엔딩이라고 해야 하나)
막장의 테크트리를 타기 위해 서예지를 불쌍하게 만들었는데 오히려 이게 영화의 집중도를 떨어트린다. 어떻게 한 사람에게 이러한 불행이 집중될까.
그리고 영화 초반 김강우가 서예지를 조종하려는 건 마치 언론에서 보도된 서예지의 남자 친구 조종과 유사하다. 그러다 보니 영화 속 김강우 = 현실 서예지 프레임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김강우는 서예지를 위해서 비밀을 안 말한 거라고 하는데... 이게 가스라이팅 아닌가. 어떻게 행동하라고 하고, 아직 아프니까 돌아다니지 말라고 하고...
서예지의 사실상 마지막 작품으로는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그렇게 인상적인 연기가 아니었고 영화 내용이 현실의 서예지 논란과 겹쳐서 더 제대로 보기가 어려움이 있었다.
결론: 추후 넷플릭스에서 볼 기회가 있다면, 혹시 스릴러물 볼 거 다 보고 하나 더 보고 싶을 때 볼만한 영화.
영화 리뷰의 대가 TERU 작가님의 글들에서 영감을 받고 오랜만에 영화 리뷰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