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한국 동네에서 폐차해도 비슷하겠지
일 년간 춘천에 방치했던 2007년 NF소나타를 폐차했다.
이 차를 폐차하기 까지는 우여곡절이 있었다. 예전에 장모님이 10여 년 운전하시던 이 소나타를 우리가 춘천에서 활용하려고 가족 할인(?)을 받아서 2년 정도 아내가 잘 몰고 다녔다.
하지만 오레곤주로 가면서 어쩔 수 없이 일 년간 공터에 놔두어서 차량 상태가 많이 안 좋아졌을 것 같았다. 그리고 2주간 자가 격리하느라 춘천을 가보지도 못한 상태에서 차를 어떻게 해야 할지 판단을 했어야 했다. 수리? 폐차? 보험도 재가입해야 하는데 사고가 있어서 보험료는 꽤 올랐다. 산정한 차값은 100만원인데 보험료는 거의 90만원에 육박. 그리고 이것저것 수리하면... 이런, 밑지는 장사다.
결국 폐차가 답. 몇몇 폐차업체들에게 문의해보았다. 소나타 폐차비로 35-50만원을 주겠다고 했다. 다만 운행 가능해야 한다는 단서와 함께.
흠. 일단 집 정리와 처리할 일이 대충 정리되면 춘천을 가보기로 했다.
춘천에 도착해서 차 상태를 봤더니, 양쪽 사이드 미러에는 거미줄이 가득, 브레이크는 녹슬어 있었다. 그나마 장마가 와서 외관이 깨끗했다. 그리고 애들은 1000원의 인건비를 벌어 보겠다고 물티슈로 차를 닦으니 얼룩이 더 생겼다...
바로 긴급출동을 신청했다. 처음에는 소형 배터리를 연결해서 시동을 켰는데 차가 꿈적 안 한다. 다음에는 중형 배터리 연결. 여전히 꿈적 안 한다. 마지막으로 직접 래카 배터리를 연결. 차가 움찔하면서 살아나는듯했지만 결국 뒷심 부족으로 시동이 안 걸린다.
알아보니 폐차비를 잘 쳐준 업체는 경기도에 있어서 내가 직접 끌고 가려면 춘천에서 100km가 나오는데 무료 견인은 60km까지이며, 이후부터는 km당 2000원. 계산해보니 8만원이다.
결국 긴급 출동하신 분에게 제일 가까운 폐차 업체로 보내달라고 부탁. 그리고 나와 아이들은 또 다른 소나타로 래카를 뒤따라갔다.
폐차업체는 이미 다른 소나타들이 많이 있었다. 여기 맡기면 우리 소나타가 말년을 심심하지 않게 잘 보내겠군... 이런 생각을 하진 않았고, 얼마 받는지가 궁금했다. 다행히 경기도 폐차업체의 90프로를 준다고 하니 괜찮았다. 아 생각해보니 나는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에 등장하는 그 돼지인가. 말(소나타)을 파는 그 돼지...
눈길을 끄는 건 여기저기 붙어 있는 안내문에 아랍어가 적혀 있었다. 나중에 인터넷을 찾아보니 외국 바이어도 한국에 자주 온다고 하니... 몰랐던 새로운 세계를 잠깐 봤다.
제출 서류는 간단했다. 운전면허증과 자동차등록증만 제출하면 끝. 그리고 보험사로부터 환급받으려면 폐차 서류가 필요하니 아래의 폐차 인수증명서를 받았다.
폐차업체에서 두어 시간 만에 입금이 되었다. 입금한 돈은 바로 명의는 나지만 사실상 차주인 아내에게 신속 재송금. 내 할 일과 2007년 소나타의 할 일을 다 끝났다. 이제 헤어저야 할 시간.
만화 슬램덩크 북산-능남전에서 북산이 승리한 후 두 팀의 주장이 울면서 포옹하는 장면으로 소나타와의 이별을 보여주고 싶다.
포틀랜드에서 중고차 팔기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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