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울퉁불퉁 뚝배기 Oct 07. 2020

남자에게 자동차는 갑옷이다

운동하지 않는 나는 차 안에서 운동하는 딸 친구 아빠에게 인사했다

당일 차량은 아니고 유사한 차량을 대문 사진으로 올렸습니다.


얼마 전 경부고속도로를 타려는데 남자가 운전하는 하얀색 레인지? 랜드? 로버가 덩치를 앞세워 우격다짐으로 내 앞에 치고 들어왔다. 난 빵빵~~과 하이빔 3발 발사. 하지만 그 차는 꿈쩍 안 하고 자기 갈 길을 유유히 간다. 내  차가 덩치가 작아서인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남자에게 자동차는 일종의 갑옷이다. 차가 크면 클수록 운전자의 열등감이나 불안감을 덮고 우격다짐으로 끼어들기할 수 있는 특권을 부여하는 것이 아닌가. 심지어 대형 외제차는 가격도 비싸니 부딪혀봐야 내가 손해인 걸 알고 “돌격 앞으로”한다.

국산차 중에는 덩치 큰 그랜저와 G80의 약진이 눈에 띈다
길에서는 랜드로버가 많이 보이는데 10위안에는 없다
중년인 40, 50대가 뉴 그랜저 판매량의 60.3%을 차지한다

그러고 보니 약 일 년 전에 나도 자동차를 갑옷이라고 무의식적으로 생각했던 것 같다. 딸은 베프인 장미(가명)와 영혼의 벗이라고 생각한다. 둘의 관심사, 취향, 생김새 등 모든 게 거울 같다. 딸들의 취향은 비슷한데 여가를 보내는 아빠들의 방식은 상이하다. 난 핸드폰으로 세상을 보고, 장미 아빠는 전국을 자전거를 타고 세상을 본다. 아빠들은 18,000도 다른데 딸들의 취향은 비슷하니, 특이하다.


어느 날 장미 엄마가 장미를 우리 집에 데려다주려고 왔는데 젊은 남자가 옆에 서있었다. 나는 바로 장미 아빠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여러 번 이야기 들었는데 막상 보니 역시 장미 아빠는 진지한 운동맨... 나는 진지한 핸드폰맨...

내 눈에 장미 아빠는 특전사다

내가 차에서 바로 내려서 인사해야 하는데 왠지 몸이 안 움직였다. 아마 내가 소나타 안에 있어야 내 알통(?)을 키울 수 있다는 생각이었던 것 같다. 차 안에서 나는 창문만 내리고 “안녕하세요”하고 꾸벅. 사실 주차장 입구라 내려서 인사하긴 어려웠던 점도 있다. (...)


많은 한국의 중년의 아저씨들처럼 나는 알통도 없고 배만 있는데(아내가 결혼 생활 10년이 넘으니 뱃살 줄이라고 포기한 듯하다), 나에게 자동차는 영화 아이언맨(2008)의 토니 스타크에게 열등감을 느낀 동업자이자 악당 오베디아 스탠이 착용한 아이언 몽거와 같다. 아이언 몽거는 덩치가 크고 무기도 많았지만 결과적으로 덩치 작고 날렵한 아이언맨에게 패배하고 리타이어.

더 큰 갑옷을 입었다고 이기진 않는다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장미 아빠는 자전거가 있어서 장미와 내 딸을 데리고 한강 자전거 라이딩도 하니 나에게 잘 된 것일 수 있다. 어차피 아빠가 모든 것을 다 할 수 없으니 육아의 일부를 외주(?)하는 것으로 생각하면 된다. 나의 정신승리... 다음번에 장미 아빠를 만날 때는 차에서 내려서 제대로 인사를 해야겠다. 아니면 더 큰 차로 바꿔보던가.


픽업 트럭 관련 글:

https://brunch.co.kr/@jitae2020/88











이전 13화 홀로 어린이 5명 데리고 남한산성을 (조금) 걷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