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삼 느끼는 당신의 존재에 대한 감사함
내가 만난 사람은 모두 아름다웠다
이기철
잎 넓은 저녁으로 가기 위해서는
이웃들은 더 따뜻해져야 한다.
초승달을 데리고 온 밤이 우체부처럼
대문을 두드리는 소리를 듣기 위해서는
채소처럼 푸른 손으로 하루를 씻어놓아야 한다.
이 세상에 살고 싶어서 별을 쳐다보고
이 세상에 살고 싶어서 별 같은 약속을 하기도 한다.
이슬 속으로 어둠이 걸어 들어갈 때
하루는 또 한 번의 작별이 시작된다.
꽃송이가 뚝뚝 떨어지면서 완성하는 이별
그런 이별은 숭고하다.
사람들의 이별도 저러할 때
하루는 들판처럼 부유하고
한 해는 강물처럼 넉넉하다.
내가 읽은 책은 모두 아름다웠다.
내가 만난 사람도 모두 아름다웠다.
나는 낙화처럼 희고 깨끗한 발로
하루를 건너고 싶다.
떨어져도 향기로운 꽃잎의 말로
내가 아는 사람에게
상추 잎 같은 편지를 보내고 싶다.
독일은 더위가 한 풀 꺾였다. 40도의 맹렬한 더위를 겪어내며 묻득 서랍을 열다가 누군가가 남기고 간 치약이 고마워서. 누군가가 나에게 주고 간 커피머신이 감사해서. 나에게 남기고간 냄비며 컵이며 작은 것들이 새삼 감격스러워서. 이 시가 생각이 났다.
나는 오늘도 누군가의 흔적으로 인해 존재한다. 그들의 크고 작은 손길이 없었더라면 지금의 나는 어떠했을까? 마음이 걍팍하고 누가 볼새라 서둘러 마음을 닫는 사람이 되지 않았을까? 시에서 말하는 것처럼 내가 만난 사람은 모두 아름다웠다. 낙화처럼 희고 깨끗한 발로 하루를 건너가고 싶다. 내 양심앞에서 깨끗하게 잘 보낸 하루를 모아 한 해를 보내고 싶다. 그리고 이 시간을 다 보내고 사랑하는 사람에게 받은 것보다 더 긴, 사랑에 가득찬 편지를 보내고 싶다.
이 글을 읽고 있는 사람들에 진심어린 감사의 마음 또한 전한다. 당신이 읽어주기 때문에 이 글 또한 의미있는 것이라고, 더 좋은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해줘서 감사하다는 말씀을 꼭 전하고 싶다. 매주 어떤 글을 써야하나 고민하다가 결국엔 노트북을 닫아버리는 부족한 나지만, 그래도 늘 당신에게 좋은 것만 전달하고 싶은 마음은 여전하다고 쏠쏠한 감사를 표현하고 싶다.